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잌쿤 Apr 03. 2019

VICE (2019)

정치 얘기를 하려면 이렇게 해라

※ 브런치 무비패스 참여 작품입니다.


내 눈 앞에서 벌어졌던 일은 아니지만 언론 보도만으로도 끔직했던 2001년 9월 11일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러나 나의 생생한 기억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참극보다는 그 이후 진행되었던 국제 사회에서의 수싸움과 눈치, 그리고 한국에서 특히 극성맞았던 반미 감정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테러 이후의 신속한 선전포고와 미국의 '위협',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들어가는 형국, 이라크 전쟁과 그로 인한 반발로 일어났던 반미 감정, 그리고 그 모든 일의 배후에 한 사람의 '탐욕'이 있었음을, 영화는 유쾌함을 섞어 꼬집어본다.


한 사람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 전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자리가 미합중국의 수장이라면, 미국 대통령을 뒤에서 수렴청정할 수 있었던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역사상 최대의 권력자 후보에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원래는 상징적인 직위에 불과하다는 부통령,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무시무시한 권력의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는 자리, 'VICE'라는 제목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의 재미는 아담 멕케이 특유의 유머러스한 연출 방식에도 있고, 명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대결에도 있겠지만, 의외로 개인적으로는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많은 픽션을 내포하고 있고 작가의 상상력도 적절히 섞여있지만, 결코 인물들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지 않다. 부정적인 판단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의식이 투영된 나레이터에 그친다. 과연 딕 체니는 극악무도한 폭군이며 인간성이 결여된 인물인가? 영화는 오직 행위 만을 설명할 뿐,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한 점이 될 수도 있겠다. 분명 영화는 진보적인 시각에서 만들어진 작품이고, 딕 체니와 미국의 네오콘 이하 공화당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시각이 섞여있다. 하지만 그것이 직접적이지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다.그 점이 양 쪽 시각을 가진 관객 모두에게 불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감독은 딕 체니의 인터뷰로 마무리지으며 마지막까지 그에게 변명의 여지를 주었다. 그래서 나는 말할 수 있다. 정치적인 메시지는 이게 옳다고. 양 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을 만들지 못할 바에야 악의적인 해석을 섞어 왜곡된 작품을 만드느니 최대한 중립의 영역을 벗어나지 말고 차라리 양 쪽의 시선 모두로부터 불만을 들을 작품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말이다.


VICE(2019)


매거진의 이전글 우상(201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