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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잌쿤 Jun 19. 2019

갤버스턴(2018)

후세대는 전세대의 피와 눈물을 밟고 살아간다.

언젠가부터 하류인생들의 투쟁 대상이 정부나 재벌들이 아닌 똑같은 하류인생의 인물들로 타겟팅되고 있다. 열심히 살아보고자 땀 흘리는 하류들이 소위 부도덕한 상류들을 밟고 올라가는 스토리는 언제 봐도 통쾌하다. 그런데 현실 속 하류의 삶은 그렇지 않다. 부도덕한 상류를 물리칠 힘은커녕 기회조차 없을뿐더러, 그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상류층 인간들이 아니라 똑같은 하류들을 탄압하는 하류 속의 부당한 권력자들이다. 또한 하류인생을 살아가는 대부분 또한 대의를 가지고 땀 흘리며 내일을 노래하는 낭만가들이 아니다.


No pain, No gain.


어떻게 보면 '갤버스턴'은 신분 상승을 꿈꾸는 하층민의 희망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답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 용어지만 현실의 팍팍한 삶에 대입하면 상당히 잔인한 표현이 된다. 하류인생을 탈피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어떠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의 문제로 변한다.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이룬 것도 없고 이루고자 노력도 해본 적 없는 하류인생들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희생, 희생뿐이다. 피를 토하는 발악의 끝에는 토해놓은 피 외에 남는 것이 없지만, 후세대는 비로소 그 피를 밟고 하류인생을 벗어날 수 있다. 자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20년 만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로이의 마지막 모습이 씁쓸하면서도 감동적인 여운을 남긴다.


Galveston(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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