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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둘냥셋 Aug 22. 2023

비글이 비글한다

한국에선 악마견, 해외에선 사랑견

 흔히 비글을 3대 악마견이라고 부른다. 코카스파니엘, 비글, 슈나우저. 비글은 2000년대 초 아래 짤이 밈으로 돌면서 악마견의 타이틀을 얻었다.

 우리 집 비글인 베리도 0-2세 사이 비슷한 일을 한 두 번 한 게 아니다. 소파를 해 먹었고, 식탁 의자가 곧 부러질 예정일 정도로 집안 곳곳에 베리의 흔적이 처참한 몰골로 남아있다. 하지만 강아지에게 이런 행동은 놀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바깥 냄새를 맡고, 뛰고, 잔디밭을 구르면서 소비해야 하는 에너지를 집 안에서 쏟아내는 것뿐이다. 비글은 그저 운동선수에 가까운 체력을 가진 사내아이인 셈이다.


 내가 집을 나오기 전에는 그래도 산책을 하루에 1시간씩은 꼭 했었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 사람의 핑계와 변명이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악마의 가면을 씌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해외에선 가장 인기 있는 견종으로 비글이 늘 우선순위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글은 정말 천사견이다. 우리 집 아이여서가 아니다. 천진난만한 사내아이의 느낌을 많이 준다. 사람의 화소리에 의자 밑에 들어가면 5초도 안되어 다시 꼬리를 흔들며 나온다. “베리!”라고 부르면 언제 어디서든 웃으며 반긴다. 에너지가 넘쳐 뛰어다니긴 해도 입질을 한 적이 없다. 반려견 놀이터에서도 다른 강아지들에게 짖으면 짖었지(반려인들은 알 것이다, 이게 공격 짖음인지, 인사 짖음인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서 비글이 실험견으로 쓰이는 대표종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험견 중 약 94%는 비글) 유전적인 이유로 인함도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비글은 사람에게 반항하지 않는 견종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베리가 뒤돌면 다시 웃으며 다가오는 이유가 다 있었다.

식탁 아래서 금방 다시 다가오는 베리

 비글은 제법 똑똑하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 행동이 크고,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람과 함께 놀고 싶어 한다. 식탐이 많아 훈련 또한 쉬운 편이다. 운동선수처럼 에너지의 폭이 크다 보니 흥분된 상태에서의 절제나 컨트롤이 쉽진 않으나(비글은 중형견이다) 말은 기가 막히게 알아듣는다. 호흡만 잘 맞는다면 반려인과의 케미가 정말 좋은 아이이다. 그만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소비한다면 똑똑한 비글미를 볼 수 있다.

문을 직접 여는 비글 베리

 비글이 비글한다고 표현현다. 온갖 휴지와 쓰레기를 뒤지는 악마견으로서의 면모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내게 비글한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 주지 못한 사람이 가져야 하는 미안함과 아이 깊은 마음속에 새겨진 순진무구한 사랑스러움. 한국이 가진 라이프 스타일의 피해자인 비글을 많은 사람들이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는 때가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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