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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둘냥셋 Aug 22. 2023

길냥이의 1년 집살이

기다림의 연속, 현재 진행형

 이제 곧 이 친구와는 1년이 되어간다. 구 길냥이 현 집냥이 따루와의 이야기다. 서울 강남 8학군 스트릿 출신의 이 아이는 동거인의 친한 언니가 돌보던 아이였다. 가게를 운영하는 그분은 근처 길냥이들에게 밥과 휴식처를 제공하며 보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형님들의 세계처럼 근처 냥들 간의 세력 상황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따루는 그 당시 세력 다툼에서 밀려나 가게 앞과 주차장에 몸을 피하며 밥만 겨우 얻어먹고 있었다.

길냥 시절 따루

 낮이 짧아지기 시작할 무렵, 지인은 이 친구를 구조하기로 마음먹었다. 길냥이는 아무렇게나 구조하면 안 된다고 한다. 이미 영역을 가지고 생활 패턴이 잡힌 친구는 오히려 구조가 부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친구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도 이 사실을 접하게 됐다. 동거인은 안쓰러운 이 친구의 환경을 계속 곱씹으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점점 해는 빨리 지기 시작하고 살갗을 가리기 시작하는 겨울이 오고 있었다.

데려오자.

 동거인은 나의 이 한 마디를 기다렸다. 그때부터 나는 ‘작은 방이 아직 있고, 함께 살고 있는 멈머도 동물 친구들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고, 추울 땐 집이 당연히 좋고, 급한 수술이 생겨도 돈 때문에 걱정 안 해도 되고, 나도 당연히 동물을 좋아하고, 흠.. 이 친구도 그러면 행복하겠지?’ 데려오지 않을 이유는 점차 사라져 갔다.

구조 당시 따루의 모습

 지인에게 실시간 따루 구조 상황을 공유받았다. 그렇게 우리에게 소중한 가족이 하나 더 생겼다. 이름은 따루. 보름달이 뜬 추석에 오게 되어 루나에서 따와 따루가 됐다. (참고로 첫째가 따리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따씨 돌림이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그리고 이 친구는 길에서 약 2년 동안 생활하여 뼛속 깊이 스트릿 DNA를 가졌다. 우리는 시간을 두고 기다리기로 했다. 괜히 먼저 다가가 마음의 문을 닫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멀리서 보고, 홈캠으로만 보던 시절

 별 탈 없이 잘 먹고, 싸고, 살도 올라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터치는 어려웠다. 어렸을 적 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손을 가까이 대면 하악하고 냥펀치를 날리기 일쑤였다. 많이 맞았다. 피도 많이 흘렸다. 그러나 이대로는 더 이상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건 병원 때문이었다. 따루의 목소리가 쉬고 컨디션이 떨어질 때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결단을 해야 했다. 전문가 선생님을 모시기로 했다.


 전문가는 역시 달랐다. 솔루션을 받고 나서 슬슬 터치가 가능해졌다. 아직은 장갑을 껴야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마음의 문을 여는 따루의 행동 변화에 놀랐다. 한 공간 안에 있는 것조차 싫어하던 아이가 만져도 놀라지 않았으며, 이제는 직접 손으로 밥을 줘도 먹기 시작했다. 여전히 터치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피하지 않는다’ ‘손으로 무언갈 받아먹는다’는 점에서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됐다.

전문가는 역시 전문가였다

 막내 아깽이 따랑이가 오면서 요즘은 분위기가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 여전히 멈머와는 거리 두기를 해제하지 못했지만 우리와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코 인사도 하고 있고 최근엔 병원에도 다녀왔다.


 고양이란 동물을 1년 가까이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관계는 기다려야 개선된다. 사람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도 이 친구도 서로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노력했다. 이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아마 하늘나라에 가는 헤어짐이 오기 전까지 동거인과 나는 기다리고 천천히 다가가며 관계를 좁혀나갈 것이다. 그래서 따루가 우리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다고 훗날 교감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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