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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둘냥셋 Aug 25. 2023

아깽이의, 아깽이의 의한, 아깽이를 위한

너 내 가족이 돼라!

 우리 삶에서 가장 너그러운 순간을 생각해 보자. 수능을 보고 나서 점수가 공개되기까지. 최종 회사 합격 후 입사일까지. 사직서를 컨펌받고 퇴사일까지. 출산을 하고 조리원에 있는 동안. 여행이나 휴가 일정을 계획하고 하루 전 업무 시간. 평소에는 예민하고 지치더라도 이 순간들만큼은 누구나 인정할 만큼 신기하게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나'를 중심으로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기 직전이다. 최선을 다해 얻게 된 성과를 곧 누릴 예정이다.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고 성과를 즐기기 전 너그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 집엔 6월부터 함께 한 아깽이인 따랑이가 있다. 그리고 아깽이 위엔 따리라는 멈머와 따루라는 스트릿 출신 냥이가 있다. 처음엔 우려가 많았다. 혹시나 잘 지내지 못하면 어쩌지.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수 만 가지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플랜 BtoZ를 생각해 봤다. 그리고 대비를 했다. 격리를 위한 울타리를 구매하고, 대피할 수 있는 캣타워를 준비하고, 유튜브를 보며 합사 노하우를 따라 하고. 하지만 이 모든 걸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따랑이가 처음 집에 오고 따리를 처음 만났을 때, 하찮은 하악을 몇 번 할 뿐 그들은 예상보다 일찍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 이제 하나 남은 따루와의 관계다. 따루는 아직 우리와도 거리 두기를 좁히지 못한 친구다. 구조하기 전에 지인이 이야기하길 같은 고양이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 편이라 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며 낯선 존재에게 우선 경계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래서 우린 아깽이와 따루의 합사 속도를 아주 천천히 가져갔다. 장애물을 두고 거리를 두어 천천히 서로 냄새를 맡는 것부터 시작했다. 서로 부정적으로 경계하거나 회피하지 않으면 단계적으로 가까워지게 할 셈이었다.

서로 냄새를 맡으며 경계하던 첫 만남

 의외의 일이 발생했다. 멈머에겐 여전히 하악하는 따루는 따랑이를 아주 쉽게 받아들였다. 같은 냥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한참 애기라는 점이 따루의 마음을 너그럽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물 먹는걸 허하노라

 그 이후 아깽이 따랑이의 행보는 남달랐다. 멈머, 냥이, 사람 모두 자기 휘하에 놓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건지 애교와 당당함으로 모두의 마음을 녹이기 시작했다. 강아지들은 흔히 입으로 놀면서 이를 적절히 받아주는 친구들과 템포를 맞춰 아주 재밌게 놀곤 한다. 따랑이는 따리의 이런 성향을 손을 이용하여 아주 적절히 받아주고 있었다.

싸우는거 아님. 노는거임. 꼭 보세요

 같은 냥이들은 몸싸움을 하며 논다고 한다. 서로 때리거나 예민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고 물고 넘어지며 노는 것이 오히려 즐거움의 표현이라고 미야옹철 선생님이 그랬다. 그래서 따루랑의 모습을 아주 유심히 관찰했다. 혹시나 다치진 않을까 했지만 이들은 알로그루밍을 하며 서로 좋아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싸우는거 아님

 아가라는 존재는 마음을 여유롭게 만든다. 나에게는 아가 조카 넷이 있다. 동거인의 가족을 처음 만날 때도, 반대의 상황에서도 미취학 조카들이 있었다 보니 당시 분위기는 전혀 어색하거나 예민한 부분이 없었다. 지금 우리 집에 있는 아깽이 따랑이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때론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거나 사람 간의 관계에서 지치더라도 이 아이를 보면 어느 순간 웃고 있는 우리를 보게 된다.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린 이런 아깽이가 우리 집에서 가장 자유롭고 편안하게 놀거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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