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사랑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반려견을 데려오기 전 가장 큰 확률로 귀여움에 매료된다. 잠시 책임감을 잊게 된다. 이 아이에게서 귀여움 보다 다른 감정이 더 커졌을 때, 결국 책임감을 잃게 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너무 바빠져서 아이에게 미안하다.‘ ’나보다 더 좋은 주인을 만나는 게 좋겠다.’ 허울 좋은 핑계이자 변명일 뿐이다.
최근 아파트 주민 단톡방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예쁜 강아지고, 무료 분양하니 좋은 기회라는 글. 처음 보고 든 생각은 마음이 아팠고, 이내 화가 났다. 글쓴이의 지인이 1년 전쯤 사 왔다고 한다. 생계가 바빠져서 아이에게 미안하니 좋은 주민 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사연을 붙이기 시작했다. 많은 분들이 파양을 무료 분양으로 포장했다며 비난하였고, 차라리 빨리 더 좋은 주인을 만나는 게 좋겠다며 이전 주인을 욕하는 분들도 계셨다.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반려견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사고팔 수 있다는 인식에는 기본적으로 어떤 값어치이든 내 손에 들이거나 혹은 내키지 않을 때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은 감정이 있고 살아 숨 쉬는 존재라는 것이다. 믿고 있던 사람에게서 버려지는 마음, 헤어지는 마음 이 모든 걸 사람만큼 디테일하게 느끼고 있다. 더욱이 현존 최고의 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 많은 의지를 할 수밖에 없는 반려동물은 더더욱 그 마음의 깊이가 깊을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은 키우기 전과 시작한 후가 엄청나게 다르다. 마냥 귀엽고, 항상 기분을 좋게 할 것이란 기대는 오래가지 않는다. 챙겨야 할 것이 수백 가지며,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정해놓은 규칙과 라이프스타일을 같이 맞춰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3살 지능의 사람 아이의 모습으로 평균 15년을 산다. 의사소통도 사람 간의 소통만큼은 이뤄질 수가 없다. 사람이 아이를 이해해야 하고, 일방향적인 사랑을 쏟아야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즉, 그 무슨 일이 생기든 아이의 중심에서 생각해야 하며, 최악의 일이 발생해도 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경제는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크게 수요와 공급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양쪽에서 적절한 볼륨이 생기면서 가격이 정해진다.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캠페인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요의 양이 떨어지면 가격이 떨어지고 공급자도 시장의 축소로 공급량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길에서 버려진 아이들, 유기된 아이들이 시장에 흡수되고 건전한 브리더 정책이 뒷받침되면 느리더라도 판매자들을 줄일 수 있다. 악용하여 돈을 벌려는 자들이 사라지고 수요자 또한 책임 의식이 개선되면 점차 반려동물 시장은 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산업과 서비스로 볼륨 확장이 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걸 단순하게만 생각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와는 별개의 요소들과 이해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큰 일은 작은 것의 반복과 확장에서 시작된다. 반려견을 데려오기 전 한 번만 더 고민해 보면 좋겠다. 이 생각과 선택들이 모이면 반려동물 전체 시장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사람과 살기에 더욱 질 좋은 환경과 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