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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5. 2020

수상한 집 - 광보네

14 - 감사(1)



마음이 바쁘다. 

지난 2013년 재심을 준비할 때 가보고는 다시 찾아보지 못한 일본 사촌 형님 댁을 찾기 위해서다. 

재심을 준비하면서 3년 뒤에 다시 오겠다는 조카와의 약속을 아직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재심이 늦어지기도 했고, 수상한집을 짓느라 여유를 못낸 이유도 있었다.     


일본에 들어가려니 이미 여권유효기간도 지나버려 다시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권 재발급을 신청해서 다시 받고 나서 비행기 표를 구했다. 


11월 1일, 


사촌조카 형님 제사가 11월 3일이니 앞서 들어가려는 것이다.

조카들과 형수가 김을 좋아한다고 해서 광보 삼춘은 엄청나게 많은 김을 샀다. 

그리고 재심을 위해 힘써 주었던 일본의 친구들에게도 줄 선물을 챙겼다.     

6년전 그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재심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 친구들이 하나같이 일본에서의 생활을 사실대로 진술하여 서명하였고, 또 민단활동 하나하나를 모두 증언하여 주어 광보 삼춘이 조총련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잊지 않고 감사의 표시를 하기 위해 광보 삼춘이 떠나는 것이다.      

나는 지난 십수년간 국가폭력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진실규명이 된 피해자가 그들을 도왔던 사람들을 잊지않고 찾아가 감사를 표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지 못했다. 그것은 피해자들의 심성을 탓할 문제는 아니었다. 보상을 받더라도 먼저 감사표시를 해야하는 것은 가족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증언을 해주거나 진술을 해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은 뒤로 밀리게 되고, 결국 시기를 놓쳐 고마움을 표시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한번 시기를 놓치면 더욱 더 미안함에 고마운 사람들을 찾지 못하게 되고, 결국 미안함은 사람을 멀게하게 되어버린다. 


다른 사람들보다 진실규명이 늦게 된 광보 삼춘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인사는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 시기를 놓치면 감사가 미안함으로 바뀌어 더는 찾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라도 가려고 한다. 비록 김 한 장이지만 광보 삼춘은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한다. 그것이 김 한 장이라도 그것만으로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광보 삼춘의 진심을 어느 누가 모를 수 있을까. 그것은 물건이 아닌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광보 삼춘 건강히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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