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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n 11. 2024

어김없이 찾아온 백일

(2024.6.11.)

"오늘 재밌겠다."

"오늘 기대가 돼."

"선생님, 전 오늘을 정말 기다렸어요."

"나둔데."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 입에서 터져 나온 말들이다. 고작 100일이 뭐라고. 그럼에도 초등 1학년 100일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달로 치면 석 달. 석 달 동안 아이들은 학교에 적응하고 담임에게 적응하고 주변 언니, 오빠, 형들에게도 적응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 여러 일들이 벌어진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적응하기 위한 여러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때때로 보호자들이 개입하기도 하고 때때로 불편한 행동과 말들이 오고 간다. 그 과정에서 감정이 상하거나 웬만해선 돌아가기 힘든 강을 건너기도 한다. 어쩌면 이 100일을 무사히 넘기면 그 다음 100일, 그리고 또 다른 날들이 편해지기도 하고 이어지면서 안정된 학교생활을 하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100일은 매우 중요하고도 의미가 깊다.


바로 그런 100일이 오늘 찾아왔다. 한 달 전부터 준비하여 보호자들가 차근차근 준비해 큰 부담없이 오늘을 맞았지만, 아무래도 자잘한 일들이 겹쳐 흐르는 시간은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도 보호자 분들이 떡과 케잌, 음료를 가져다 주시고 6학년들이 담임교사의 협조로 아이들에게 축하의 고깔을 씌워 주며 영상이 들어간 노래도 불러주며 축하해 주었다. 누군가의 100일을 축하하고 함께 해준다는 것. 그것도 다름 아닌 작은 학교 12명의 아이들을 14명의 6학년이 축하해 주는 일은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 6학년과 만남에 앞서 우리 반 아이들은 학교를 두루 돌아다니며 100일을 기념하는 백설기를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축하를 받고 주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출이 되었다. 아이들은 모든 교실로 특별실을 돌면서 소리쳤다. "우리가 백일이래요~"


학교를 한 바퀴 돌고 중간놀이 시간 이후 찾아온 6학년은 우리 1학년들에게 '함께 걸어 좋은 길'이라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6학년과 1학년의 아주 짧은 만남의 사진과 함께. 정성을 다해 만들어 준 축하 고깔을 쓰고 6학년과 1학년은 축하 케잌에 붙인 촛불을 함께 끄고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는 지난 100일을 사진 600여장에 담아 작업해 만든 영상을 함께 관람했다. 작은 학교에서 선후배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는 시간. 이런 추억들은 쌓이고 쌓여 작은 역사를 만든다. 그 역사는 하나의 문화가 되고 성장의 바탕이 된다. 이런 경험이 교육 과정에 녹아들어 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큰 격려가 되고 힘이 된다. 


한 학교의 교육과정의 질과 가치 있는 문화는 결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오늘을 함께 했던 아이들은 지난 역사와 함께 호흡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6학년들이 4교실 수업을 해야 해서 얼른얼른 챙겨 보낸다는 생각에 그만 깜빡하고 함께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 싶었다. .점심을 먹고는 교실로 돌아와 미처 다하지 못했던 수학 뺄셈 공부를 한 뒤에 마지막으로 선물을 건넸다. 머그컵에 100일을 축하한 문구와 간식을 담은 선물. 아이들도 재밌어 하며 기쁘게 받는 모습들이었다. 이렇게 어김없이 찾아온 100일잔치를 무사히 마쳤다. 


이제 200일은 추석연휴 다음인 9월 19일이다. 그때는 이번에 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선물 하나를 준비하려 한다. 아이들 얼굴 특징이 잘 드러난 캐리커처와 액자를 선물한 예정이다. 그리고 300일에는 학급, 학년 마무리 잔치. 그때가 되면 이 아이들 하고 헤어져야 하는 한편의 의식이 될 것이다. 기대한 만큼 아이들을 만족시켰던 하루였을까? 하~ 내일은 현장체험학습으로 국립세종수목원으로 떠난다. 101일째도 화려(?)하게 시작하게 생겼다. 힘내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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