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9.)
오늘은 우리 아이들에게 초대손님이 찾아온다. <한밤중 달빛식당>의 이분희 작가가 손님이다. 지난 한 달 가까이 이 책을 우리 학교 전교생이 함께 책을 읽고 수업도 하고 함께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그 마지막 차례로 책의 저자가 오는 것이다. 아침에 교실로 들어 온 아이들에게 붙임 쪽지를 주면서 책을 꺼내 다시 살펴보라 했다. 그리고 꼭 작가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을 생각해 써보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들 중 1/3이 등장인물 중 달빛식당의 주인을 왜 여우로 했는지를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연극수업을 마친 뒤에 잠시 시간이 나서 <어린이 시 따라쓰기>로 시간을 보낸 뒤에 질문지를 들고 도서실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 지은 우리 학교 도서관의 첫 행사였다. 공간 활용을 하고 싶어 작가초대 장소로 도서관으로 정했는데, 지금 아이들 규모로 크게 학년을 저고로 나누면 딱 맞는 장소가 되었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면 저중고로 나누면 될 듯. 아무튼 지난 몇 달 간 애쓴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편안히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같아 나름 보람이 있었다. 이분희 작가는 자신이 왜 작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책에 담긴 나쁜 기억에 대한 의미를 끄집어 내려 어릴 적 이야기와 성장이야기를 한동안 아이들에게 전했다.
시작은 괜찮았는데, 다소 많은 양의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자 아이들이 힘들었던 것 같았다. 여기 저기 움직이기 시작하고 집중력을 잃어가는 듯 보였다. 저학년을 대상으로 이야기 전개는 조금은 달랐으면 했는데, 아쉬웠다. 거의 시간이 끝날 무렵에 아이들 질문와 책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내가 중간에 끼어들어 시간 안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사인을 받고 마치는 것으로 했다. 지난 한 달 아이들이 집중해서 책을 읽고 수업도 하고 프로젝트를 했는데,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에 좀 더 집중을 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다음에 작가를 초대할 때는 이 지점을 꼭 확인을 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사인을 받고 교실로 돌아와 점심을 먹으러 길을 나섰다. 오늘은 작가초대 수업 때문에 아이들에게 중간놀이를 주지 못해 밥을 다 먹은 아이들에게 중간놀이 시간까지 더해서 줄 터이니 빨리 먹고 놀라고 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어김없이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두 여자아이가 따라 나섰다. 오늘은 도서관 뒤편 은행나무 아래 새롭게 그네와 그물망을 만든 곳으로 데려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떼어 냈다 도망 갔다 하며 웃고 즐겼다. 텃밭도 가서 무가 얼마나 자랐는지도 보고 나오려는데, 노*가 지난번 안성 바우덕이 풍물패 놀이 중 줄타기를 해보고 싶다며 텃밭 테두리를 씌운 나무틀을 발로 밟으며 균형을 잡으려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예*. 두 아이와 텃밭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이 아이들과 이제 헤어질 날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더 그랬을지도. 얼마 전 한 보호자와 상담을 하면서 지난날 내 아들 이야기를 꺼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 대안학교에 보냈을 적 이야기를 꺼내면서 내가 우리 아들을 대안학교로 보냈던 건, 다시 없을 시간이라는 선물을 아들에게 주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세상 다시 돌아오지 않을 10대를 원하지 않는 공부와 의미 없는 학습으로 보내게 하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이었다고. 거산에 아이를 보낸 보호자들의 심정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한창 놀고 있는 아이들이 소리 높여 외친다.
"선생님, 5교시 수업 안 하면 안 돼요?"
"안돼, 들어가야지."
"안돼요. 5교시 수업 안 할래요."
사실 나도 안 하고 싶었다. 오늘은 교실로 돌아와서도 두 여자 아이는 교과서에 실린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해서 음악을 띄워 주자 신나게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 모두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 아이들은 이 노래를 함께 부르자 했다. 환경을 지키자는 노래를 어찌나 다들 신나게 부르던지. 오늘 수업은 그냥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싶었다. 전형적인 가을날의 풍경이 창밖으로 흐른다. 다시 오지 못할 시간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41일째이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65일 앞둔 시점이기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