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4.)
오늘은 신축도서관을 공식 개관하는 날이다. 이미 한 달 전부터 개방을 하고 대출도 가능하게 됐지만, 그동안 자잘한 보수 공사와 서가 정리 때문에 정식 개관은 오늘에야 하게 됐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학교에 도서관이 없는 상태에서 나는 악전고투를 벌여야만 했다. 우리 교육과정의 핵심을 언어교육으로 잡고 특히 문해력 교육에 가장 큰 무게를 두었는데, 막상 학교에 도서관이 없었던 거였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은 도서관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북스타트 운동'을 하자는 것.
우리 학교의 최대 약점 중의 하나는 체험중심으로만 가면서 상당수의 아이들이 배움에 대한 진지한 접근에서 멀어졌다는 거였다. 잘 배우자고 했던 시도가 시간이 갈수록 체험 중심의 교육과정이 오히려 배움에서 멀어지게 만든 오류를 양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상당수의 혁신학교가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었는데, 우리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생각하는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추구하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서는 읽고 쓰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리하여 배움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끌어내는 과정으로 이어가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이 없는 학교로 전락할 수밖예 없었다. 그렇게 2년 동안 독서전문가 김은하작가를 초대하여 네 차례 걸쳐 강의와 안내를 받고 북스타트의 안정화와 새로운 도서관의 기대를 키워 나갔다. 오늘 그 결실이 이뤄지는 닐이었고 전학년에게는 새로운 도서관에 가서 새로운 책을 빌려 읽고 책 소개를 하며 도서대출증도 받아 기념 사진을 찍은 것으로 행사의 그림을 그려 보았다. 이 그림은 그동안 도서관 서가와 환경을 완성시키고자 애쓰신 독서지원단 보호자들이 만든 것이었다. 그렇게 함께 준비한 오늘 행사는 성황리에 끝을 낼 수 있었다.
각자 나와서 책을 소개하고 기념 사진도 찍고 도서대출증을 달아맬 키링을 만드는 작업까지 일사분란하게 이어졌다. 1-3학년은 2교시, 3교시는 4-6학년이 함께 하고 중간놀이 시간에는 독서동아리 중심으로 지난 번에 전교생이 함께 읽은 <한밤중 달빛 식당>으로 만든 문제를 풀며 즐거운 시간, 축하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 도서관에는 가끔씩 아이들이 놀러오는 공간이 되고 있다. 스마트 자동대출반납기가 있어서 그런지 그 기계를 이용해 대출반납하는 재미도 솔솔 느끼고 있는 모양이고 아름다운 도서관에서 음악을 들으며 빈백에서 책을 읽는 느낌도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1학년도 도서관 가는 재미, 책을 빌려 읽고 돌여주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난데 없이 축구골대가 운동장에 들어서서 이런 기운을 살짝 흔들어 놓았지만, 아이들의 도서관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밝고 따듯한, 그리고 노란 은행나무 잎들이 가득한 풍경을 연출해내는 뷰맛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썩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을 하는 아이들이 분명 늘어날 것으로 본다. 앞으로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으로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교실 수업을 지원하여 생각하는 아이들, 어느 또래의 아이들보다 문해력이 뛰어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데, 내년까지 나는 최선을 다하려 한다.
1-2교시를 도서관행사 준비와 참여로 시간을 보내고 3-4교시에는 통합교과 '상상' 수업으로 음악을 듣고 선과 색으로 표현하는 그림 그리기 수업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 표현해 주었다. 장난감 행진곡과 운명 교향곡으로 자기가 느끼는 대로 선을 그리고 색으로 나타내라고 하니 더 할 나위 없는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다. 그렇게 그린 그림에 대한 내 생각을 적으라 하니.... '아무 생각없이 그렸다'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랬다. 정말 음악소리를 듣고 느낌대로 선과 색으로 표현했으니 그럴만 했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57일째 되는 날이었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이제 49일 앞 둔 날이기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