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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Dec 03. 2024

1학년을 떠나보내기 위한 준비

(2024.12.03.)

내일부터 이틀간 비가 내린다는데...오늘 한 없이 맑은 건  또 뭔가? 12월 3일인데도 가을이다. 얼마전 라*이가 가을인데 왜 눈이 오냐고 해서 이제 겨울이 시작됐다고 했는데, 라*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올 12월은 한파가 심할 거라는데, 이번 주는 그냥 넘어갈 듯하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책 읽기 루틴은 이어지고 소리 내어 읽는 아이들을 목소리를 들으며 오늘 첫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 1-2교시는 아이들이 기다리는 희곡을 읽는 시간. 26일 학년 마무리 잔치를 준비하면서 올리는 두 편의 옛이야기를 극본으로 만든 작품을 실감나게 읽는 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이 시간을 아이들은 무척이나 즐겼다. 점점 읽는 게 익숙해지면서 대사를 치는 속도가 거침없이 빨라져만 간다. 천천히 하는 법을 다시 익혀야 하는 상황이었다. 


낭독극 형식이어서 보면대를 가지고 와서 펼쳐 놓고 읽는데, 제법 잘 한다. 억양과 톤이 좋다. 속도를 조절하고 낭독극이어도 몸짓을 넣어야 한다는 걸 확인시키는 정도로만 오늘은 연습을 했다. 걱정했던 두 주인공 아이가 한 주 한 주 달라진다. 그렇게 읽는 법도 익히고 글을 즐기는 연습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이 과정이 매우 유익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지점은 노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3-4교시에는 통합교과 '이야기'가 담고 있는 마무리 잔치 분위기를 살려 26일 잔칫날에 할 노래를 살펴보았다. 전시회에 이어 공연까지 할 그날, 함께 부를 노래 중, 얼마 전부터 아이들이 주목했던 노래. 김민기의 '백구'. 이 노래를 하는 게 어떠냐고 하니 다*이가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안 돼요. 안 돼요."

"왜? 다*이는 이 노래를 부르면 왜 안 되는데?"

"엄마들이 울 것 같아요."

"저번에 너가 이 노래 듣고 울었다고 엄마들도 울 거라는 거야."

"맞아요."

"아냐, 어른들은 이미 이 노래를 알고 있어서 그냥 옛날 생각하며 좋아하실 거야."


그러나 진*가 나선다. 이미 알고 있는 노래를 들어서 더 슬플지도 모른단다. 꽤 긴 노래이고 가사도 만만치 않게 많은데 이걸 듣고 해석해서 눈물까지 흘렸던 다*이의 마음이 더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난 더욱 이 노래를 골랐다. 8년 전 1학년을 처음 맡았을 때, 그때도 이 노래를 꺼내들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인데 노래도 노래지만, 이 과정에서 가사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함께 경험해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8년 전에도 그랬다. 그래서 1절 정도를 따라 부르게 하고는 도입부분 첫 단락을 인쇄해준 노래 가사를 보며 칸 공책에 따라 쓰게 했다. 그런데 아이들 모습이 꽤나 진지하다. 바르게 쓰려 하고 칸 공책을 정성껏 채우려 했다. 이쁜 녀석들. 4주 뒤에 아마도 이 아이들은 멋지게 '백구' 노래를 부르며 1학년을 떠나보낼 것이다. 그리고 외운 가사를 거침없이 공책에 쓸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말글이 주는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 지 276일째 되는 날이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30일 앞 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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