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5.)
이번 주 화, 수, 목요일에 비가 온다고 해 놓고선 날이 너무도 좋았다. 짜증이다. 생태놀이 수업을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연기를 하면서 번거로워진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늘 생태놀이수업도 이제 내일로 미뤄지고 내일 할 활동이 오늘로 당겨지면서 첫 국어수업을 우리 아이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온작품 <쿵푸 아니고 통푸>로 열었다. 오늘은 주인공 탄이가 마침내 똥푸맨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 날이었다. 아이들은 호기심을 드러내며 함께 읽기를 즐겼다. 읽으면서 '어기적 어기적이나 떼굴떼굴'이라는 흉내내는 말을 찾고 '단풍잎처럼'이라는 비유법도 만나면서 일기에 쓸 때 꼭 이런 표현들을 넣어 달라는 당부도 했다.
마침 상*이의 일기에 '앞니에 빗방울처럼 떨어졌다'는 표현을 써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언어표현을 단지 책에서만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학습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아이들은 이미 일상에서 이런 말들을 쓰고 있다. 다만 그걸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불 쓸 수 있는 교육을 받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이 밖에도 맞춤법에서 '안'과 '않'의 쓰임을 가르쳐 주었다. 아이들은 그제서야 '아~' 한다. 물론 이것도 자주 만나고 부려 써야 몸에 스며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좀 더 머릿속에 새겨두게 된다. 이어서 똥푸맨도 그리고 '내'와 '네'도 익혀가며 똥을 싸서 서럽고 부끄러운 '탄이'의 마음을 이해하며 공감하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3-4교시에는 교무실에서 부탁한 글자에 색을 칠하는 것으로 잠시 시간을 보낸 뒤로는 통합교과 '이야기' 단원에 나오는 몸활동을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즐겼다. 교과서에는 '선 따라 걷기'가 나왔지만, 우리는 선 따라 뛰기를 했다. 1학년 아이들은 도무지 걸을 수 없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덕분에 달팽이 놀이도 해 보고 지그재그 선, 뱀 같은 선을 뛰거나 때로는 훌라후프를 이용해 기차놀이도 하면서 뛰어 놀았다. 그리고는 교실로 들어와 손씨름을 했는데, 우리반 여자 아이 노*가 최강 남자들을 모두 물리쳐 놀라게 했다. 스스로도 놀라고 아이들도 놀라워하며 어찌나 웃었는지. 그렇게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오늘 가져온 일기를 돌려 주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12명이다. 지난 11월 첫 날부터 우리 반 아이들은 그동안 해 온 겪은 일 쓰기를 바탕으로 일기를 날마다 쓰고 있다. 날마다 쓰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가정에서 어른들의 무던한 믿음과 관심이 중요했다. 그리고 자기 삶을 쓰는 것이 학교에서 얼마나 대우를 받고 인정을 받는 지 경험했던 아이들은 날마다 글을 쓰는 일을 이제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나는 1학년 시절에 날마다 글을 쓰는 경험을 아이들이 쌓기를 바랐다. 나를 떠난 아이들이 다시 이런 경험을 하기 힘들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6년 글쓰기의 기초를 쌓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난 지난 30년간 글쓰기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가 글쓰기만으로 끝나서도 안 되고 끝나지도 않더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아이들이 듣고 말하는 것과 읽는 것, 일상의 수업과 밀접히 관련이 돼 있었다. 쓰기는 이런 바탕의 정점에 있는 것이다. 우리 1학년도 지난 1년 동안 일상에서 수업에서 말하고 듣기를 하고 몸짓과 다양한 표현을 바탕으로 낱자와 낱말, 문장을 익히고 가정과 학교에서 책을 자주 만나게 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삶을 발견할 수 있었고 글로 써낼 수 있었다.
날마다 12편의 글 중 관심을 끄는 삶과 글이 너댓 편은 아이들을 달리하며 들어온다. 아이들은 잘 쓰고 싶어 하고 그러기 위해 자기 삶을 돌아보며 찾으려 한다. 그런 마음이 참 예쁘고 고맙다. 이제 이 아이들을 떠나 보낼 날도 30일이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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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날씨: 찬바람이 태풍처럼 몰려 오는 날
제목: 으악! 내 이빨! | 한**
오늘 하나 남은 위에 앞니가 빠졌다. 맨 오른쪽 앞니였는데 빠져 버렸다. 그때 고기를 먹다가 흔들리는 앞니와 어금니가 부딪혔다. 그랬더니 앞니가 빗방울처럼 떨어졌다. 그때 엄마가 입속에 굴러다니는 이빨을 꺼냈다. 그랬더니 이빨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잇몸에 피가 묻어 있는지 확인했다. 어떻게 확인했냐면 휴지를 잇몸에 찍었다. 그랬더니 피가 묻어 있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으악! 어떡해!' 그 휴지를 엄마한테 보여줬더니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면 괜찮아."
이때 나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휴, 다행이다.' 그런데 나는 기분이 걱정스러웠다. 왜냐하면 앞니가 없어서 밥을 못 먹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상추를 먹와봤다. 그런데 어금니로 잘 씹어서 기분이 좋고 다행이었다. 다음엔 이가 안 빠지면 좋겠다.
날짜: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날씨: 세상이 언 것 같은 날
제목: "엄마! 두고 봐!" | 강**
오늘은 방과후 끝나고 돌봄교실에 갔다. 근데 간식을 먹지 말라고 했다. 무슨 간식이었냐면 군만두였다. 그 전에 급식실에 가라고 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매점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빨리빨리 뛰어 갔다. 근데 매점에 엄마가 있었다. 내 차례가 왔었다. 근데 엄마가 내 이름을 '겅00'라고 했다. 나는 급식실 계단에서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두고 봐!"
내가 돌봄교실에서 솜사탕을 먹을라 했는데, 돌봄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지금 솜사탕 먹지 마세요~"
나는 실망했다. 왜냐하면 솜사탕이 진짜 달고 맛있는데 솜사탕을 못 먹어서 실망이다. 그래도 군만두도 맛있었다. 2학년이 되면 솜사탕 먹었으면 좋겠다.
날짜: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날씨: 내 마음처럼 따뜻한 날
제목: 6층 할아버지 만나면 두근두근 | 송**
나는 용화 아이파크에 산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 아빠, 누나가 살고 있었다. 내가 태어나고 크면서 작았을 때에는 거북이처럼 천천히 걸어 다니고 지금은 공룡처럼 엄청 커서 집을 쿵쿵쿵 뛰어 다닌다. 엘레베이터에서 6층 할어버지가 타시면 뒤에 숨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하준이가 뛰어서 시끄럽죠."
누나가 착한 척하면서 잘난 척한다. 그럼 할아버지가
"괜찮아, 괜찮아, 뛰어도 돼. 애들은 뛰면서 크는 거야."
라고 친절하게 말하신다. 그러면 나는
"할아버지, 이제부터 걸어다니고 뛰어 다니지 않을 게요."
말한다. 학교를 다녀와서 또 집에서 뛰고 장난치고 호날두 흉내를 낸다. 학교 갈 때 6층에서 멈추면 할아버지가 탈까 봐 긴장하고 마음이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거린다. '할아버지 건강해요."
날짜: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날씨: 쓰러질 것 같은 추운 날
제목: 아빠랑 만난 날 | 조**
나는 오늘 학교, 돌봄, 태권도 끝나고 집 앞에서 아빠를 만났다. 근데 사실은 집 앞에서 아빠를 만난 게 처음이다. 나는 근데 (아빠한테) 태권도 차에서 먹던 쓰레기를 주고 갔다. 그래서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집 앞에서 아빠랑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엄마한테 자랑했다. 나는 그래서 우주만큼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