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6.)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이제 겨우 17일 남겨두고 있지만, 교실로 들어서는 아이들 모습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다. 아침 일찍 두 아이가 아파서 결석을 해야겠다는 연락을 받고 시작한 우리 반 아이들 수는 10명. 며칠 전 나는 우리 학교가 얼마나 지속이 가능할지 걱정이고 의문이라고 했다. 단지 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학교가 찾아오는 곳이기에 마땅히 차량비를 지급하고 먼 이곳까지 와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
거기다 이 곳을 지키려는 교사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 힘들지만, 교사들이 꿈을 품고 찾아오려 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름 토로한 적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이번 하반기 연석회의 때 꺼내자 5학년 한 보호자님은 단지 거산에서 활동만이 중요하고 필요해서 온 곳은 아니었다고 하셨다. 이곳에 온 까닭은 단지 무슨 활동을 해서 경험하려 온 게 아니라, 배려 받고 존중 받고 자유롭게 뛰어 놀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거였다.
아내는 작년에 초등교사로 명퇴를 했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인으로부터 시간제 강사를 부탁 받으면 마지 못해 나가곤 했었다. 그런데 갈 때마다 교사와 아이들 삶이 많이 무너진 지점을 발견할 때마다 너무도 안타깝다는 말을 듣곤 했다. 이번에도 천안의 어느 큰 학교 6학년 한 반을 4일 동안 나가게 됐는데, 졸업을 앞 둔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학급운영이나 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느끼겠다는 거였다.
아이들은 자신이 있는데도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게 다반사고 게임기를 가져와 게임을 하거나 도무지 수업에 참여할 마음이나 자세가 없었다는 거였다. 서로를 부르는 게 욕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고 교과서는 깨끗한 상태....학습지와 피피티 수업으로 대신한 전형적인 학원식 수업이 그대로 공교육을 휘감고 있었다는 거였다. 이곳에서 배움이 있을리가 없다. 이렇게 배우는 아이들에게 꿈이나 삶이 존재하기란 애초에 어렵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가치가 더 있지만, 상당수의 보호자들은 우리 학교까지 오는 먼 거리와 차량비를 이유로 돌아서고 교사들은 자신의 아이는 보내고 싶지만, 자신은 가고 싶지 않은 할 일 많고 야근도 잦고 보호자들과 자주 만나야 하는 학교를 굳이 찾아오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 보호자와 이곳을 찾아 버텨내는 교사들은 그야말로 대단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리하여 힘든 상황에서 공교육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사례가 널리 알려지고 따라야 할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너무도 세속화되어 가고 있고 당장의 삶과 비용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말은 쉽지만, 세상은 그렇게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고 걱정이 더욱 된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 아이들과 국어와 수학으로 시간을 보냈다.
<맨 처음 글쓰기>도 이제 거의 마무리가 돼 간다. 꾸준한 읽기와 쓰기가 아이들을 조금씩 변화 시켜 간다. 이제 주제 하나 던져 주면 30분 안에 자기 경험을 담아 글을 쓰는데 큰 무리가 없다. 수학도 이렇게 했으면 달랐을까. 국어보다는 수학에서 잊은 것들이 눈에 보였다. 남은 수학 두 시간 동안 아이들이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확인 시키고 방학 때 보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았다. 무엇이든 꾸준함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1학년 아이들을 보고 깨닫게 된다. 내일은 이제 다음 주에 있을 학년 마무리 잔치 준비로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오늘은 아이들을 만난지 287일이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