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7.)
오늘은 온작품 <쿵푸 아니고 똥푸>의 두 번째 이야기 '오~ 미지의 택배!'를 들려주었다. 오늘 이야기에 등장하는 세상을 떠난 반려견 '봉자'. 봉자는 하늘에서 사는 곳이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곳이었다. 그걸 들려주면서 확인하게 하고는 나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아이들의 답은 각양각색이었다. 물론 집이 더 많았지만.
"너희들은 가장 행복했던 곳이 어디였어?"
"전 집이요. 엄마 아빠가 있는 우리집."
"저두요. 전 집이 제일 편해요."
"전 곤충박물관이요."
"저도 비슷해요. 곤충과 동물이 있는 박물관 같은 곳이요."
"저는 할머니 집이요."
"저는 삼촌이 있는 양산이요."
"저는 제주도요 저는 제주도에서 살았어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거기에는 곤충도 있고 동물도 많아요."
이 대답은 제주가 고향인 재*이의 말이었다.
"곤충과 동물은 우리 거산초도 많잖아."
"거기에는 더 많아요."
방학동안에 또 제주로 갈 재*이가 겨울이긴 하지만 추억의 제주도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오길 바랐다.
"저는 거산초등학교가 제일 행복해요."
"노*는 왜 거산초등학교가 제일 좋아?"
"선생님 때문에요."
"애고야~ 고마워라."
동화 책 속 봉자의 하늘나라는 누구나 그리워하고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곳은 바로 그곳이 행복이 자리한 장소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올 한 해 우리 반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조금이라도 행복한 곳이었길 바라지만, 아이들은 더 넓은 세계와 집을 선택했다. 한 아이만 빼고는... 딱히 불만은 없지만, 섭섭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머물 학교라는 공간이 부디 아이들에게 성장과 배움을 일깨워줬던 곳으로 기억되길 바랐다.
오늘은 화요일, 화요일은 12월부터 학년 마무리 잔치 할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1,2교시는 낭독극연습. 오늘은 등장인물을 머리에 붙여 연습을 해 보았다. 다들 귀엽다고 난리다. 귀여운 것들이 귀엽다고 하니 원. 하여간 그런대로 표현을 잘 하고 있었다. 읽기 유창성이 필요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일부러 삼아서 연습을 시켜가며 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곧잘 한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이것도 곧 해결되지 싶다. 난 믿고 있다. 이젠 믿는다.
3-4교시는 학년마무리 잔치 때 부를 노래로 시간을 보냈다. 먼저 '달팽이의 하루'로 시작을 했다. 거진 다 외운 아이들은 자신 있게 노래를 부른다. 백구는 놀랍기만 하다. 그 긴 가사를 다 외운 아이들이 꽤 있었다. 그렇게 '백구' '백구'하며 노래를 부르더니 당일 발표할 때 차례를 안내하고 노래를 부르게 했는데, 제법 해 낸다. 어느 정도 다 외웠을 때는 받아쓰기를 시켜봐도 되지 않을까 할 정도였다. 끝으로 이원수 시인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겨울대장'이라는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우리 아이들이 노래를 정말 부르고 싶어한다는 걸 2학기 때 뒤늦게 알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었고 더 많은 노래를 가르쳐 주지 못한 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가기 전 점심 놀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10 여분이라는 틈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 아이들. 저 평화로운 아이들의 삶이 불과 2주 전에 무너질 번 했다. 정말 무섭고도 두려운 세상이다. 이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정말 행복하려면 어른들의 할 일이 너무도 무겁고 많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나.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 지 288일 된 날이었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16일 앞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