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8.)
초등학교의 연말은 정말 정신이 없다. 학사 일정이 2월이 아니라 12월 말, 혹은 1월 초로 바뀐 이후로 더욱 그렇게 됐다. 나처럼 학년 말에 뭐 하나 아이들을 위해 더 챙기려 하거나 학급 운영 속에 학년 혹은 학급 마무리 잔치를 넣게 되면 더욱 그렇다. 난 해마다 10 여 년 전부터 학급 마무리 잔치라는 걸 해 왔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공부한 교육의 어느 지점에서 함께 나누어야 하는 과정에서 배움이 있다는 생각에 학년 말, 그 바쁜 학사 일정 속에서도 굳이 자리를 만든다.
물론 내용은 일상에서 평소에 하던 걸 올린다. 살짝 다듬는 과정은 있어야 하니 그 정도의 정성만 들인다. 그래도 일은 일이다. 학년 말에 어디 이것만 있나? 생활 기록부 입력과 통지표 작성, 방학 계획서까지 쓰고 하려면 야근은 그야말로 당연한 일이다. 어제도 생활 기록부 작성에 오늘 수업을 준비하다 보니 밤 9시가 되도록 학교에 남아 있어야 했다. 앞으로도 2주 동안은 그렇게 해야만 한다. 몸이 아프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쉬 지친다. 그야말로 오기로 버틴다.
오늘 첫 수업은 <맨 처음 글쓰기>로 시작했다. 이것도 이제 다음 주 월요일이면 끝을 맺는다. 이제 아이들이 제법 주제 글쓰기를 할 줄 알고 일기 쓰기와 병행을 하면서 생활 속에서 쓰는 맞춤법은 어느 정도 해결해 나가고 있고 문장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글쓰기가 아무래도 노동이라 꾀를 내거나 게으름을 피는 녀석들이 대충 쓰면서 그동안의 노력이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런 리듬의 굴곡도 이어가야 하는 것이 담임 교사의 숙명이다. 오늘 주제는 '달다'였다. 맛의 그림씨 '달다'에 얽힌 이야기들을 나중에 하는데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경우가 많았다.
전번날에 나는 강정을 먹었느데 언제 먹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런데 강정은 달고 끈적끈적하고 구드면 딱딱하다. 근데 오도독 십으면 어금이빨에 구석구석 여기저기 달라 분는다. 또 있다. 강정을 십으면 목이 살짝 아프다. 왜냐하면 강정은 딱딱하기 때문이다. 강정에는 설탕 네 수푼 물엿 튀밥이 들어간다. 그런데 물엿은 설탕물이다. _ 문**(2024.12.18.)
나는 일곱 살 때 할머니가 음식을 차려 줬었다. 나는 토요일이라서 할머니네에서 점심을 먹었다. 할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계란밥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할머니방에서 목말라서 물을 뜨러 나왔다. 주방엔 할머니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꿀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할머니에게 말했다.
"나 꿀 한 입만...."
"알겠어~"
할머니가 말했다. 난 입을 벌리고 숙가락으로 퍼서 꿀을 먹었다. '악~ 너무 달아~' 난 할머니 소파에 누워서 오른쪽으로 몸을 비비 꼬면서 몸부림을 쳤다. '악~악~'_ 이**(2024.12.18.)
다음 시간에는 온작품 <쿵푸 아니고 똥푸>를 읽고 난 느낌 혹은 감상문을 쓰고 작품에 어울리는 북아트활동을 하였다. 감상문을 1학년에게 기대하기란 어렵긴 하지만, 일기를 잘 쓰기 시작하면 교사가 어떻게 조언을 해주냐에 따라 1학년 아이들이라도 독서감상문의 수준은 사뭇 다를 수 있다. 서사문의 일종인 일기쓰기가 다른 갈래의 글에도 확장이 되면서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각종 예를 들면서 감상문을 쓸 때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 기어 나는 장면을 떠올려 그 장면에 대한 내 생각을 쓰도록 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는 책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쓰게 했다. 물론 1학년 아이들에게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교사라 어떻게 집중하여 지도하느냐에 딸 분명 달라진다.
나중에 아이들에게는 다시 읽고 어떤 장면을 골랐고 왜 그 장면을 골랐는지, 어떤 느낌과 생각이 들었는지를 물었다. 이런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기대하는 글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1학년 아이들은 자극적이고도 재밌다고 느껴지는 부분에 집중을 하게 된다. 이 책에 담긴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 따뜻한 결론은 아이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이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상문의 결을 만들어 갔다. 자기 고집을 끝까지 내세우는 아이는 그냥 넘어갔지만, 전반적으로는 꽤 괜찮은 아니 너무도 훌륭한 감상문을 써 주었다.
이후로는 간단히 마루팝업의 틀을 제시하여 북아트 활동에 대한 안내를 해주었다. 책등팝업이 세운 것이라면 마루팝업은 옆으로 뉘어 무대처럼 만들어 뒤에 배경을 그리게 하고 인물을 만들어 마루 위에 붙여 팝업처럼 튀어 나오게 만드는 책 만들기 과정이었다. 서툴지만 아이들 하나 하나를 도우면서 천천히 나갔다. 아마도 내일 쯤이면 거의 다 완성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투정이나 불만을 내세우지 않고 어린 1학년 아이들이 끝까지 참여해 주어 정말 고마웠다. 아이들의 글을 지도하면서 드는 느낌도 있었다. 내년 1년만 더 맡아 하면 웬만한 여러 갈래의 글을 잘 쓸 수 있고 읽고 쓰는 것에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그런데 그게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아 못내 아쉽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미안하기도 하고...
오늘은 잠시 쉬어간다. 쉬어간다는 건 단지 오늘은 야근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일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날마다 야근은 정말 힘든 일이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89일째 되는 날이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15일 앞둔 날이었다. 오늘은 겨울 답게 추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