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9.)
오늘 아침은 하루 앞당겨진 학생 전교 다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첫 순서는 학급에서 하는 수업 이야기로 시작했다. 미리 준비를 시키지 않았던 나는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자리에 앉혀 놓고 우리 반에서 하고 있는 수업을 한 명 한 명 나눠서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한 명씩 맡게 되었고 수*는 일기를 하고 싶다고 하여 맡기면서 일기 한 편을 읽게 했다. 승*는 우리가 준비하는 학급마무리잔치와 관련해서 배우는 '겨울대장'노래를 부르고 싶다 했다. 그래서 정말 부를래 했더니 부르겠다 해서 시켰더니 제법 한다. 부끄러움도 없다. 승*만 가능하고 저 나이라서 가능한 거지 싶었다. 막상 다모임 자리에서도 수*랑 승*가 가장 주목을 받기는 했다.
그렇게 다들 학년마다 자기들 이야기를 하는데, 뭔가 아련하고도 따스함이 전해져 오는 시간이었다. 내년이면 떠날 6학년들의 굵은 목소리와 성숙한 외모. 중학교에 가면 1학년이어서 다시 앳된 모습이겠지만, 적어도 이 순간은 달랐다. 그리고 2-5학년들의 이전과 다른 모습들. 한 식구로 자라는 아이들. 저 아이들과 나도 함께 지낼 날이 이제 딱 1년 밖에는 남지 않았다. 할 일이 더 남은 것 같은데, 난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엊그제 한 보호자와 통화를 하다가 한 번만 더 만났으면 한다는 고마운 말씀을 듣기도 했지만, 그게 어디 내 뜻대로 될 수 있을까.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일도 쉽지는 않다.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 다모임 순간만큼은 오래 남아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모임 시간을 보내고 중간놀이가 이어지고 남은 3-4교시. 오늘은 어제 다 마무리 해 둔 문패만들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날이었다. 아이들이 남긴 식구들 이름 자국이 새겨진 우드록을 낱자 한 자 한 자 떼어내고 남은 틀. 이 틀을 아이들에게 건네고는 나무판 위에 글자의 외곽선만 그려 놓으라 했다. 그리고는 식구들 이름 조각들이 담긴 작은 바구니를 주고는 나무판에 그려 놓은 문패 틀에 하나씩 올려 보라 했다. 그렇게 퍼즐 맞추듯 식구들의 이름을 나무판 위에 올려 놓은 것을 목공풀을 이용해 붙이도록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완성이 되었다. 아이들은 신기해 하기도 하고 재밌어 하기도 하고 힘들어 하기도 했다. 이제 내일은 이 판 위를 꾸미고 색칠하여 자신만의 가족 문패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아이들과 헤어질 날이 불과 14일 밖에는 남지 않았다. 우리가 만난지도 290일. 아이들은 지난 1학년을 나중에 커서 얼마나 기억해줄까. 이렇게 날마다 썼던 일기도 이제 8일만 쓰면 끝이다. 이 글이 먼 훗날 아이들이 자신의 초등 1학년을 기억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랄 뿐이다. 아름다운 기억이 삶의 고단함을 이겨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