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0.)
아침부터 잔뜩 지푸렸다. 오늘은 날씨가 풀린다더니 날은 엄청 어두웠다. 그러다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 다시 어두워지고...아이들은 교실에서 <맨 처음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제 남은 주제어는 두 개. '같다'와 '춥다'. 이 두 개의 주제어 중 오늘의 주제어는 '같다.' 아이들이 문장을 배우고 익힐 때부터 가장 많이 헷갈려하고 틀리는 말. '같다', '갔다', '갖다'는 일기를 쓸 때도 도무지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초기에는 적어도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쓸수록 반복해서 확인할수록 오류는 줄어들고 익숙해져 갔다. 1학기에도 받침은 공부를 한다.
하지만 그때 배워서 완전히 익히는 아이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아무래도 삶에서 자주 쓰고 익히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자주 부려 써야 늘어가는 것. 2학기 때 그래서 겪은 일을 쓰게 하고 일기를 쓰게 하는 것은 이런 자잘한 받침과 생활 속 언어들을 익혀 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받아쓰기에 나오는 어쩌다 쓰는 낱말을 익히게 하기보다 적어도 1-2학년까지는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말을 자연스럽게 부려쓰게 하는 것. 그것만 가지고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과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다음 시간은 어제 문패 만들기 밑 작업에 따른 후속 작업. 문패 꾸미기를 해 보았다. 예전 사례도 보여주며 매직으로 깔끔하게 꾸며 주길 부탁했다. 아이들은 자꾸 많이 꾸미려 하기 때문인데, 어김없이 오늘도 과잉 도색(?)을 하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욕심이 많은 것도 있고 무념 무상으로 칠하는데 급급했던 아이들도 있었는데, 어쨌거나 그게 지금의 그 아이의 모습이니 어쩌겠나 싶었다. 일찍 마친 아이들은 사진을 찍고 난 뒤에 노래 '백구'를 외우도록 했다. 그랬더니 빨리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자고 난리다 .그렇게 해서 노래를 부르고 나니 이제 다 외웠단다. 다음주에 다 외운 백구로 외운 걸 글로 써보자 할 것이다. 그렇게 할 거라니 한 번 해보자는 아이들이 많다. 기대가 크다.
금요일이다. 아이들과 헤어지는데 다*가 갑자기 내게 다가와 "주말 잘보내세요~" 한다. 전에 없이 오늘은 왜 그럴까 싶어 밝게 웃는 다*이가 고마워 사탕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랬더니 나도 달라고 난리다. 재*이는 무턱대고 자기도 인사 했으니 달란다. 이런 막무가내를 봤나. 나는 어쩔 수 없이 사탕을 우리 반 모든 아이들에게 뜯기고 말았다. 그러나 저러나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 지 291일이 된 날이었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불과 13일 남겨둔 날이기도 했다. 그저 평범했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또 다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