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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든 Jul 01. 2024

18

(7월 1일 월요일)


내가 이 지역에 처음 온,

그리고 이 편지를 시작한 5월,

그 한 달 동안 살았던 숙소가 있는

동네에 갔어.

(도서관이 그 동네에 있거든.)


근데

내가 그 숙소에 살 때는 줄곧 공사 중이던 공원이

이제는 그 공사가 어느 정도 끝나서

입구가 활짝, 넓게 펼쳐져 있더라.


아니 이런 건 꼭

내가 떠나고 나서야 좋아진다니까,

라고 억울해하면서 피식 웃었는데,


그로부터 몇 분 후에,

내가 오기 전부터 공사 중이었던 이 공원이

내가 아예 이 지역을 떠나기 전에

불완전하게나마 열렸다는 게 어디야,

라는 생각이 들었어.


가보고 싶었지만

그 동네에 살던 한 달 내내

가보지 못했던 그 공원의 입구가 그래도,

비로소 열린 모습은 보고 떠난다는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지.


이게 내가 저번에 말한,

내가 휴일이라 기분이 별로였던 그 화요일,

잠깐 기분이 맑아졌던 일이었어.


저 순간에는 내가

놀랍도록 긍정적이었지?

그날 부정적인 기운을 내뿜던 것에 비하면 말이야.


그러니까,

오히려 새로움의 5월보다

익숙함의 6월이 조금 더 혼란스러웠어.

근데 어쩌면 그게 더 말이 되는 것일 수도 있겠어.

내겐 평온함보다

혼란스러운 게 더 익숙하니까.


평온함이 더 익숙해지길.

너도, 나도.



이제 7월이야.

어쩌면 지금보다 더

어둠과 밝음을 왔다 갔다 하게 될,

미쳐감과 차분함을 계속 왔다 갔다 하게 될,

새롭고 익숙할

올해의 한여름 시작.


또 모르지, 생각보다 평온할 수도.

너도, 나도.


곧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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