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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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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희 Oct 30. 2022

있는 모습 그대로

에필로그


담벼락에 기대 울던 작은 아이
어느 시간 속에 숨어버렸는지
나 그 곳에 조용히 돌아가
그 어린 꿈을 만나려나

-가수 정미조, <귀로> -

아픔에 대한 공감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 시절의 나에게 가장 잘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일 것이다. 어두운 시간 속에 꽁꽁 숨어있던 어린 날의 나를, 어른이 된 내가 이해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고 싶어 이 글을 시작했다. 한껏 웅크리고 있는 어린아이를 이제 그만 일으켜 세워주고 싶었다. 친구를 사귀어 보겠다고 귤 몇 개를 주머니에 챙겨 넣던 어린 날의 용기를 되찾게 해주고 싶었다.


유년시절 겪었던 가슴 아픈 일들이 내게 슬픔과 고통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나의 약점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시절을 겪고도 이렇게 무사히 잘 살아있으니 어쩌면 나는 제법 꿋꿋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상처가 사람을 아프게 할 순 있어도 약하게 만들 순 없을 거라고 믿고 싶다. 상처는 어쩌면 그 하나하나가 세상과 연결 된 창문이나 통로같은 것들이 아닐까. 각자에게 나있는 창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며 따뜻한 안부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면의 힘은, ‘처음부터 상처받지 않는 것’으로부터 길러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픈 부위를 외면하지 않고 정성스레 보듬어 줄 수 있는 것. 그 시간 속에 숨겨진 보석 하나를 찾아서 고통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나는 그것이 진정한 ‘내면의 힘’이라 믿는다. 이 글을 씀으로써 내 마음 근육이 조금 더 튼튼해져 있기를 바라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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