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카카두 국립공원
1월 3일 아침 5시에 기상을 하여 아침을 라면으로 간단하게 때우고, 6시 30분에 에이에이티 킹스(AAT Kings) 투어에 조인을 하여 카카두 국립공원으로 출발했다. 이번 투어에 합류를 한 여행자는 모두 9명이다. 독일인 2명, 이스라엘인 1명, 미국인 3명, 영국인 1명, 그리고 우리 부부 2명이다.
카카두 국립공원(Kakadu National Park)은 지구 상에서 가장 생태계 보전이 잘 되어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범람원의 평원'이란 뜻을 가진 '카카두'는 많은 비가 내리는 우기에는 범람을 한다. 또 계절에 따라 협곡까지 조수가 밀려들어 범람을 하며 다양한 생태계를 이루며 변화하는 경이로운 곳이다. 따라서 카카두는 늪지와 평원, 고원, 협곡이 어우러져 태곳적 풍경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남북 길이 200킬로미터, 동서 길이 100킬로미터, 총면적이 2만 평방 킬로미터에 달하는 카카두 공원은 갖가지 새들과 파충류, 곤충, 희귀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다양하고 소중한 생태계의 가치를 인정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가이드 마이클에 의하면 현재 공원에는 4,500여 종에 달하는 곤충류를 비롯해서, 280여 종의 조류, 80여 종의 어류와 파충류, 50여 종의 포유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엄청나게 넓은 카카두 국립공원의 늪지대는 희귀한 새들과 파충류들로 들끓고 있어 야생동물의 보고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버스는 끝이 보이지 않는 늪지대를 달리다가 노우랜지 락(Nourlangie Rock)에서 멈추었다. 이곳은 고대 애버리지니들의 성지로 2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세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역사기록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원주민들의 암벽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입구에 '웰컴 투 안방방(Welcome to Anbangbang)'이라고 세워진 간판 이름이 퍽 재미있게 보였다. 안방방? 우리말로 해석을 하면 '안방'이라는 의미가 되는데, 마이클의 설명은 달랐다.
"원주민 언어로 'Anbangbang'은 '낮은 지역'을 의미하고, 'Burrunguy'는 '높은 지역'을 의미합니다. 호주 대륙에 유럽인들이 들어오기 전에 애보리지니들은 600여 부족이 250개의 각자 다른 언어를 사용했어요. 그런데 유럽인들이 정착을 하면서 원주민들도 그들의 언어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지요."
'안방방, 부롱구이'라는 발음이 우리나라의 소리글자와 비슷하여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1.5km에 달하는 안방방 갤러리에는 바위에 캥거루, 새, 개구리, 동물, 사람 모양 등이 바위에 이상한 모양으로 새겨져 있었다. 천연 암각에 새겨진 그림들은 2만 년 동안의 원주민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지역에는 약 5천여군 데에 달하는 원주민 유적지가 흩어져 있는데, 우비르(Ubirr)의 암각화와 안방 방의 암각화가 가장 유명하다.
안방방 갤러리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그림은 나마르곤 번개 맨(Namarrgon, The Lighting Man)이었다. 안내인의 설명에 의하면 이 번개맨은 우기에 발생하는 무시무시한 번개를 제어할 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고대 드림타임 시대에 얼마나 많은 번개와 비가 내렸으면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원주민들은 번개맨을 그리며 제발 비와 번개와 멎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원을 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애보리지니들은 그들 삶의 사건이나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서 바위에 암각화를 그렸다. 어떤 그림은 종교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 사냥의 성공에 여향을 주기도 한다. 남녀가 함께 춤을 추는 그림도 있었다. 그들은 가장 자연적이고 원시적인 악기인 디저리두의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고 한다.
"안바랑바랑, 부릉부릉~ 크크크."
"여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하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있는 말이지 않소? 고대 원주민들의 순박한 소리가 저 바위 속에서 울려 퍼지는 것 만 같아서 흉내를 내 본거요. 크크크."
"그래도 그렇게 실성한 사람처럼 실없이 보여요. 이제 그만하세요."
"하하하, 알겠소이다."
우비르(Unirr)에 가면 더 많은 암각화를 볼 수 있고, 나답 전망대(Nadab Lookout)에 오르면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쉽지만 일정상 그곳은 갈 수가 없었다. 암각화를 그리며 행복하게 살아갔을 고대 원주민들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바위에 여러 가지로 색칠을 하며 행복하게 살았던 원주민들의 삶을 누가 앗아갔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안방방 갤러리를 떠나 옐로우 워터로 향했다. 마이클은 예로우 워터 보트 크루즈는 생태계의 보고 카카두 국립공원의 진수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