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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Jan 21. 2020

고르고, 섞어서, 짓이긴
'콜드락' 아이스크림 맛!

호주 다윈


재료를 고르고, 섞어서, 짓이긴 콜드락 아이스크림의 맛!


1월 2일 오전 10시, 콴타스 항공은 앨리스 스프링스를 출발하여 호주 대륙의 최북단 다윈으로 날아갔다. 원월드 세계일주 항공권은 한 대륙에서 비행기를 네 번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번이 세 번째 비행이니 마지막 한 번은 다윈에서 브리즈번으로 가는 노선을 이용할 계획이다. 총 20회의 비행 중 이번이 16번째 비행이다. 나는 당시 원월드 세계일주 항공권을 3,169,700원에 구입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매우 편리한 항공권이다. 이 항공권 덕분에 나는 대륙간 비행과 한 대륙 내에서 먼 거리를 하늘을 날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다윈으로 가는 이유는 카카두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서였다. 카카두 국립공원 약 20,000평방 킬로미터로 전라남북도를 합친 방대한 크기의 공원이다. 태곳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카카두 국립공원은 인간이 발길이 아직 닿지 않는 태초의 땅이다. 호주의 최북단에 위치한 노던 테리토리는 우리나라의 여섯 배나 되는 큰 땅덩어리로 사람들은 이곳을 가리켜 톱엔드(Topend)라 부른다. 톱엔드란 말 그대로 '대륙의 맨 끝'을 의미한다. 노던 테리토리의 톱엔드는 다윈에서 시작하여 리치필드 국립공원, 캐서린 협곡을 거쳐 카카두 국립공원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국립공원지역이다.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다윈까지는 1,500킬로미터나 되어 자동차를 타고 계속 달려가도 16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러나 비행기라는 문명의 이기는 단 2시간 만에 우리들은 다윈의 땅을 내딛게 해 주었다.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다윈은 서양인들도 일생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힐 정도로 매력적인 여행지다. 사람들의 발길이 아직 닿지 않는 천혜의 원시림과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늪지대가 바로 이곳 다윈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후 1시, 다윈 국제공항에 내린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다윈 유스호스텔로 출발했다. 일 년 내내 섭씨 30도 웃도는 다윈은 매우 습하고 더웠다. 호스텔에 도착하여 처음에는 값이 저렴한 6인용 도미토리를 배정받고 룸으로 들어가니 아내가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고 하며 다른 방으로 가자고 했다. 나는 프런트에 가서 4인용 베드가 있는 방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호주 달러로 1인 18달러인 4 베드룸 도미토리로 바꾸어 여장을 풀었다. 


습도가 너무 높아서 온 몸에 땀에 흥건히 배었다. 호스텔에는 마침 풀장이 있어 아내는 수영을 하겠다며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풀장으로 갔다. 날씨가 너무 더워 나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다윈 중심가에 위치한 호스텔은 비교적 시설이 좋았다. 풀장 옆에는 식사와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바가 연결되어 있어 수영을 하다가 배가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면 수영복을 입은 채로 바로 들어가서 식사를 하거나 맥주나 콜라 등 시원한 음료수를 마실 수가 있었다. 바에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수영을 하고 난 후 우리는 인도양 바닷가에 위치한 바이센테니얼 공원을 산책하였다. 국회의사당이 바라보이는 절벽 위에 위치한 공원은 다윈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원이다. 인도양과 길게 접해 있는 바이센테니얼 공원은 걷기도 수월하고 사막지대인 울루루 보다는 숨쉬기가 훨씬 편했다. 그러나 사막에 비해 습도가 많아 날씨는 여전히 후덥지근했다. 공원 산책을 하다가 우리는 톱 앤드 투어리즘(Top and Tourism)이라는 여행사에 들러 2일간의 카카두 국립공원과 리치필드 국립공원  투어를 예약했다.


여행사에서 나와 거리를 걷는데 숨이 턱턱 막혔다. 우리는 덥고 습한 다운타운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콜드락이라고 쓰인 간판을 발견하였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유리창 안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아이스크림을 핥아먹고 있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콜드락 아이스크림 가게를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카운터에는 끌처럼 생긴 주걱을 든 종업원들이 요란하게 아이스크림을 요리저리 짓이기고 있었다. 콜드락 아이스크림은 비벼 먹는 아이스크림이다. 


고르고, 섞어서, 짓이긴, 콜드락 아이스크림의 진수! 먹어본 자만이 알 수있다. 


좋아하는 재료를 고르고(Choose it), 골고루 섞어서(Mix it), 요리저리 짓이기면(Smash it), 맛 좋은 아이스크림이 탄생한다.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고, 맛을 보고... 소위 시청각으로 느끼며 완성된 아이스크림은 맛이 그만이었다.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재료만 해도 수십 가지에 달했다. 애플파이, 바나나, 캐러멜, 망고, 쿠키, 커피, 초콜릿……. 허지만 재료를 많이 선택할수록 값이 올라갔다.


고르는 재미, 짓이기는 재미, 보는 재미, 먹는 재미를 불어넣은 아이스크림이었다. 말하자면 아이스크림에 시청각 효과를 톡톡히 불어넣은 샘이다. 자신이 고른 아이스크림이 섞어서 짓이겨 나오는 요란한 쇼를 바라보면서 아이들은 침을 잴잴 흐르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짓이기는 종업원들의 동작도 요란하고 재미가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난타'의 쇼를 보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아이스크림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처럼 보이는 군."

"그러게 말이에요."

"귀국하면 콜드락 아이스크림점이나 하나 낼까?"

"아서요,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잖아요."

"안 팔리면 까짓 거 우리 식구들이나 실 컷 먹으면 될 거 아니요. 하하하."

"에그그. 누구 망하는 꼴 보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거리를 걷다가 더워지면 콜드락 아이스크림 집을 찾았다. 그리고 짓이기고 버무린 콜드락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핥아먹었다. 그러나 아내는 당뇨 때문에 그 맛있는 아이스크림조차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었다. 인슐린을 좀 더 많이 주입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하나를 먹었지만 혈당 수치가 너무 높게 올라가는 바람에 다음부터는 하나만 시켜놓고 아내는 맛만 보았다. 나는 그런 아내 앞에서 초콜릿이 든 아이스크림을 어린아이처럼 핥아먹곤 했다. 그림의 떡이란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아이스크림 하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그런 아내가 가엾기만 했다.


다윈을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것은 찰스 다윈도, 카카두의 악어도 아닌 '콜드락(Cold Rock)'이라는 아이스크림이다. 어찌나 달콤하고 맛이 있는 아이스크림인지 먹어보지 않고서는 도대체 그 맛의 느낌을 알 수가 없다. 140년 전 찰스 다윈의 방문을 기념하여 도시 이름을 '다윈'으로 명명했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이름인 것 같다. 차라리 '톱 앤드'나 '콜드락'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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