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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Jan 29. 2020

가우디 건축을 능가하는
흰개미들의 놀라운 건축술

호주 리치필드 국립공원, 거대한 성당 개미집

흰개미들의 놀라운 건축술


호주 리치필드 국립공원 탐험


카카두 국립공원에서 옐로우 워터 크루즈를 끝내고 다윈으로 돌아오는 길에 와라잔 에보리지널 문화센터(Warradjan Aboriginal Culteral Center)에 들러 잠시 카카두 원주민들의 전통문화 체험을 했다. 문화센터를 나와 다윈으로 가는 길에서 우리는 거대한 개미집을 발견하였다. 마이클은 개미집 앞에 잠시 차를 멈추어 포토타임을 주며 개미집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개미집이 어찌나 크던지 내가 보기에는 거대한 탑처럼 보였다. 


"개미집이 마치 성당 건물처럼 생겼어요!"

"우와, 어떻게 이렇게 크게 개미집을 지을 수 있을까? 정말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건축술을 연상케 하네!"


카카두 국립공원의 성당 개미집


개미집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안내판에 '성당 흰개미집(Cathedrals of Termite Mound)'라고 쓰여 있다. 정말 가우디의 건축물인 사그라다 퍼밀리아 성당처럼 웅장하게도 생겼다. 높이가 5m는 족히 넘어 보였다. 어떻게 저 작은 개미들이 이렇게 거대한 탑을 쌓아 올릴 수 있을까? 


"이 개미집 안에는 여왕개미와 왕개미가 한 마리씩 있어요. 녀석들은 유일한 '생식 계급'으로 엄청난 새끼 개미들을 생산해 내지요. 이 거대한 개미집에는 한 마리의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약 200만 마리나 되는 개미들이 함께 공동생활을 하고 있지요. 여왕개미 밑에는 '병정개미'들이 근위병으로 진을 치고 머리 부분에 점액을 방출하여 외적을 물리치지요. 병정개미 밑에는 '일개미'들이 먹이를 채취하고 운반하며 왕개미와 병정개미를 먹여 살리고 시중을 듭니다. 그리고 일개미들은 나무와 흙과 모래 등을 물어와 침샘에서 분비되는 타액만으로 이처럼 초고층빌딩을 짓습니다. 신기한 것은 적당한 온도와 습도, 통풍이 잘 조절이 되도록 건축을 한다는 점입니다. 만일 공기가 잘 순환되지 않으면 개미들은 한두 시간 안에 모두 죽고 맙니다. 스페인의 위대한 건축가인 가우디도 흰개미들의 건축술과 새집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 구조를 설계했다고 해요."


"우와, 정말 놀라운 건축술이군요. 어떻게 비바람에도 넘어지지 않고 견딜 수 있지요?"


마이클은 흰개미의 건축술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침샘에서 분비되는 타액만으로 먼지처럼 작은 흙을 붙여 쌓아 올린 개미집은 콘크리트처럼 견고하여 강한 도끼로 부수려고 하면 불꽃이 튈 정도라고 한다. 또 습도, 통풍, 온도조절이 적절히 유지되도록 작은 통풍 구멍을 내부와 외부로 통하도록 곳곳에 뚫어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고 한다. 아무리 일교차가 심한 계절이라도 더운 공기는 위로 밀려나가게 하고 아래쪽으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도록 하여 개미집의 내부 온도는 30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시킨다는 것. 


흰개미들의 위대한 건축술. 자연의 힘을 이용하여 온도, 습도, 통풍을 완벽하게 설계하여 짓는다.


흰개미들은 자연의 힘과 자신들의 천재적인 건축술로 공기 순환장치를 가동한다. 이에 비해 인간은 고도의 공학기술을 구사하여 값비싼 냉난방 장치를 설치하여 전기 에너지로 공기를 순환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흰개미의 건축술이 인간보다 매우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하기야 그렇다. 인류의 기원은 300만 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 개미의 기원은 거의 1억 년이나 된다. 1억 년 동안 갈고닦아 온 건축술을 어찌 인간이 따라잡을 수가 있겠는가? 나는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을 여행하며 '집단베짜기새(Social Weaver Bird)'의 엄청난 새집을 본 적이 있다. 베짜기새들은 나뭇가지에 긴 풀을 물어다가 베를 짜듯 거대한 집을 지어 집을 짓고, 여러 개의 출입문을 아래로 내어 비를 피하고 천적을 피하고 있었다. 개미들이 땅 위에다 집을 짓는다면 베짜기새들은 거대한 나뭇가지나 전봇대 등에 놀라울 정도 정밀하게 집을 짓는다. 


고작 6mm에 불과한 흰개미가 자기 키의 1천 배나 되는 초고층 건물을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여 짓고 살아가는  흰개미들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6m에 달하는 흰개미 집은 인간의 평균 키를 170cm로 보았을 때, 무려 1,700m 높이에 달하는 초고층 건물에 해당된다. 우리나라 롯데월드타워 높이는 555m다. 개미들의 입장에서 보면 롯데월드타워의 2배나 높은 초고층 건물을 지은 샘이니 사람이 개미들의 건축물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리치필드 국립공원의 10여 미터가 넘는 성당 개미집


더구나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흰개미들이 더듬이를 이용하여 날마다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아 올리듯 먼지처럼 작은 수백만 개의 흙덩이들을 침샘의 타액을 이용하여 일일이 붙여서 집을 짓는 모습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우리는 다음 날 다윈에서 100km 떨어진 리치필드 국립공원 탐사를 나섰는데 그곳에서도 수많은 성당 개미집을 발견하였다. 리치필드 국립공원에는 마그네틱 터마이트 마운즈(Magnetic Termite Mounds)라고 불리는 흰개미집이 수없이 늘어서 있었다. 끝없이 늘어서 있는 흰개미들의 탑은 공동묘지의 비석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개미집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서 있었다. 이는 넓적한 면이 동서 쪽으로 향해 있기 때문에 기온이 낮은 아침과 저녁에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설계를 한 것이다. 기온이 올라가는 낮에는 햇볕을 받은 면적이 줄어들어 개미집 안의 기온이 바깥보다 낮게 유지되도록 한다. 


"저게 정말 다 개미집이라니 정말 믿기지가 않는군요?"

“정말 위대하군. 마치 개미들이 쌓아 올린 바벨탑 같기도 해요.”


마그네틱 터마이트 마운즈(흰개미집)


안내원이 날카로운 아미칼로 개미집을 톡톡 치니 흙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서 금방 개미들이 쏟아져 나왔다. 녀석들은 병정개미라고 했다. 개미들의 위계질서와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은 각자 맡은 일들을 열심히 하느라 불만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이 없다. 흰개미들이 쌓아 올린 초고층 탑들은 그저 신비롭게만 보였다. 


우리는 지구 상의 어느 곳에든지 개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열대 밀림은 물론 건조한 사막과 히말라야의 고지대, 해변, 화산 주변, 그리고 우리가 사는 주거지에서도 개미는 수없이 발견된다. 내가 봉천동 아파트 12층에 살고 있을 때 개미들이 베란다를 통해서 안방에 통로를 만들고 다시 화장실 벽으로 들어가는 개미의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자세히 관찰을 해보니 개미들은 서로 오가며 더듬이로 인사를 나누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통로를 만든 곳으로만 오갈 뿐 침대나 다른 곳은 침범하지 않았다. 개미들의 통로에 소금을 뿌리고 개미 약을  놓아두었지만 그들의 행렬을 막을 수 없었다. 갖은 수단을 다하여 개미를 퇴치하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 상태에서 우린 다른 집을 이사를 해야 했다. 우리 집에 이사를 들어온 사람에게도 개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그 뒤로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개미의 적응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사하라 사막 등지에 서식하고 있는 카타글리피스, 옥시미르멕스, 멜로포로스 등 개미들은 지열이 섭씨 60도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생존을 한다. 이 개미들은 사막의 폭염에 적응하기 위하여 독특한 생존 방법을 개발했다. 개미들은 뜨거운 지열에 데지 않으려고 여섯 개의 다리 중 두 다리만 사용하여 걷는다. 그리고 몸에서 습기가 빠져나가 탈수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고 호흡을 극도로 억제한다고 한다. 이처럼 지구를 대표하는 모든 생물들 가운데 개미는 1억 년 동안 가장 획기적인 생존 법을 터득하고 있다. 개미는 생각할수록 참으로 경이로운 곤충이다. 


여왕개미 한 마리에 약 200만 마리의 일개미가 함께 산다.


신비스러운 마그네틱 터마이트 마운드 개미집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우리는 숲길을 따라 부시워킹을 했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더워 버스를 타고 왕기 폭포(Wangi Falls)에 도착하였다. 찜통처럼 더운 날씨에 견디지를 못하고 일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계곡의 물속으로 첨벙첨벙 뛰어 들어갔다. 왕기 폭포는 수영이 합법적으로 허용된 곳이라고 했다. 원주민들도 숲 속을 거닐다가 계곡의 물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피했으리라. 인간의 본성에는 모두가 원시인의 습성이 내재되어 있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갑자기 나 자신이 원주민이 된 느낌이 들어 픽 웃고 말았다.


왕기 폭포 계곡에서


시원한 물 계곡 속에서 물장구를 치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둥과 번개가 치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졌다. 우리는 모두 깜짝 놀라 계곡에서 뛰쳐나와 버스로 대피를 했다. 카카두 국립공원 일대는 전형적인 열대 몬순(Monsoon) 지역이다. 4월~9월 건기에는 덮고 건조하며, 11월~3월은 우기로 엄청난 비가 내려 도로가 폐쇄되기도 한다. 때문에 우기에는 여행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원주민들은 동굴 속으로 피했으리라. 그러나 여행자들은 모두 동굴 대신 버스에 올랐다. 


몬순 시기에는 6개월 내내 쏟아져 내리기도 한다니 놀랍다. 홍수로 일어나는 조수의 범람 같은 자연현상은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천둥 번개와 함께 앞이 보이지 않는 빗속을 뚫고 버스는 슬슬 기어가다가 정굴 속에 위치한 어느 레스토랑에 멈췄다. 리치필드 카페(Litchfield Cafe)란 간판이  걸려 있는 카페는 정글 속에 통나무로 지어진 숲 속의 레스토랑이었다. 


리치필트 카페 주방장.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턱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카페 주방장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별로 말이 없는 그는 눈길을 마주치면 그저 씩 웃기만 했다. 천연 그대로의 자연, 열대기후, 그곳에 번식하는 희귀 동식물들, 그리고 카카두의  정글처럼 턱수염을 길게 기르고 있는 카페의 주방장……. 빗속에서 마시는 진한 커피 향이 숲 속에 위치한 레스토랑 풍경과 함께 긴 여운을 남겼다. 늦은 점심을 먹고 다윈으로 돌아오는 내내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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