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서 컴공과 대학원생으로 진로를 냅다 틀어버린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요새 솔직히 느끼는 심정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여기도 힘들다 ㅎㅎㅎㅋㅋㅋ;;;
학교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면 이곳은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어서 더 심각한 것 같다 ㅎ
첫 글 속 5개월 전 과거의 나야.....왜 저렇게 발랄했니? ㅎㅎ
조금이나마 겪어보니 진로를 튼다는 것은 호기로운 용기로 끝나는 일은 아니고, 그 이후에 있어 정말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이 분야 전공자들은 어렸을 때, 혹은 스무살 때부터 쭉 배워오던 일을 나는 지금에서야 시작하게 됐고, 이제 그 간극을 따라 잡아야 한다. 나는 가뜩이나 나이도 많은데 그 와중에 차별 포인트가 있으려면 적어도 어떤 분야에서만큼은 더 잘하는 사람이 돼야만 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냉정하다. 나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그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시간은 안타깝지만, 이력서에서는 요구되는 경력 외 시간으로 읽힐 것이다.
조금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는 게 또 슬픈 포인트인데, 나는 배우는 걸 좋아하고 호기심도 정말 많은 편이지만 또 여유를 좋아해서 조금은 내 스피드 대로 브레이크를 걸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 업계는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발전에 발전을 얹어 디지게 질주하는거다.
조금만 천천히 가....! 여기 사람 있어요.....! 인공지능아...!!!!!!!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최근에 다시 2차 진로 고민을 시작했다.
왜냐하면 적어도 지금 하는 일, 여건 등이 나에게 100% 맞지는 않는 것 같아서이다. 처음에는 진로를 바꿨는데 다시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니 좀 웃기기도 했지만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애초에 내가 이걸 미친듯이 하고 싶어 교사를 관뒀다기 보다는, 교사가 적성이 맞지 않아 관두면서 뭐가 좋을까?를 고민하다 이쪽으로 왔기 때문이다. 이게 나의 천직이었으면 내가 진작에 코딩 덕후였고 이쪽을 전공하지 않았을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짚어보고, 또 원하는 삶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
힘들긴 하지만 2가지 이유로 진로 변경을 후회하지 않는다.
1) 미래의 결정에 있어 선택의 자율성이 조금 더 생겼다는 것
교사 시절에 나에게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은 내 인생인데 나에게 통제권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내 30년을 바꿀 수도, 큰 틀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가르칠 수도, 담임반의 학생들을 내가 선택할 수도 없었다. 앞으로도 분명 내가 원하는 대로만 선택할 수 없는 상황도 많겠지만, 전보다는 미래의 결정에 있어 나에게 통제권이 생겼고 인생 항로의 선장?이 내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2) 배움에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것
이 직무의 좋은 점이자 나쁜 점은 죽을 때까지 죽도록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좋은 점은 앞으로 뭐든 배울 수 있겠다! 일단 해봐!라고 들이박을 용기가 생겼다는 것. 난 하고 싶은 게 되게 많다. 책내기, 어플 만들기, 강연, 해외 장기거주 및 취업, 금융 투자, 영상 제작 등이다 ㅎㅅㅎ 여기서 그 때 그 때 좀 더 하고 싶은 걸 찾아 가며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진로 고민을 위해 비록 달려라 거지야 모드지만 28,000원의 거액을 들여 갤럽 강점 검사를 해보았고,
1. 지적사고 2. 개별화 3. 공감 4. 행동 5. 배움 테마가 나왔다. 소름이었던 건 결과가 20대 초~지금까지 내가 중요하게 여겨왔던 가치관들을 쫙 모아뒀다는 점이다. 새롭진 않았지만 이게 내 강점일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는데, 이를 어떻게 계발해 나가고 나의 진로와 연관시킬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봐야겠다. 5개의 강점은 한 줄 요약하자면 아래과 같다.
1. 지적 사고: 끝없이 생각하고 자기성찰 하는 것.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하고 이를 기록하는 것
2. 개별화: 사람들 간의 다양성, 개성을 존중하고자 하며 이런 점에 흥미를 느끼는 것
3. 공감: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쉽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는 것
4. 행동: 행동으로 실현하는 것 (aka. 일단 들이박고 보자)
당신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평가 받는 것이 아닌, '무엇을 해내느냐'에 따라 평가 받는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다. <- 내가 교사를 관둘 때 했던 생각인데 그대로 적혀 있어서 놀랐다.
5. 배움: 배우는 과정을 즐기고 호기심이 많은 것
강점들과 현재 나의 삶을 토대로 미래의 나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난 지금까지 자기성찰하기로는 박사&교수를 꿈꾸는 건 분명히 아니고, 조선시대로 따지자면 실학자에 가까운 유형이다. 깊고 좁은 분야에서 싸우며 세계의 지식을 밀어내는 것보단, 넓고 얕은 분야에서 대중들과 사회에 기여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 (나의 이러한 성향 때문에 첫 직업으로 교사라는 직업을 고른 듯 하다.) 또 그 기여가 언젠가는 다양성 존중, 사회적 약자 문제 해결에 대한 기여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 (TMI지만 대한민국에서 옮음에 대한 척도가 점점 획일화되어가고, 비교와 경쟁이 점점 심해진다고 느끼는 지점이 나의 이러한 가치관과 충돌하고 있어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을 막연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사람들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는 편이고 발표에도 자신이 있어서 사람들과 어느 정도 관계 맺는 일도 좋겠다. 다만 인간관계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옛날부터 느꼈기 때문에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가능성이 많은 일은 되도록 줄여야 한다. 배움은 사실 it업계면 고민할 것도 없다. 죽도록 배우는거다!
강점 1,4,5는 IT 업계라면 완벽하게 충족된 것 같다. 강점 2,3을 좀 더 살려 '사람냄새 나는 IT인'으로 성장하고 싶다. Keep moving for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