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쥐아저씨 Nov 19. 2017

서른여섯번째 생일

곧 찾아올 또 다른 한 해에는 '행운' 이 있기를 바라며


바람이 휙 하고 불면서 생일이라는 하루를 쓸어담았다.

너무나 평범했고, 너무나 다를 것 없는 무디어진 하루였다.

어릴 때는, 누구에게나 특별했던,

나만의 특별한 하루가 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휘날리다가 다음날이라는 봉투에 담겼다.


새로운 꿈을 꾸면서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홀로 마주하고 있는 케이크의 촛불 끝자락처럼,

그저 위태롭기만 하며,

훗 하는 입김이 흩뿌려지면 언제든 꺼질 수 있는 것 처럼,

화장품 하는 사람들, 그 세력화 된 집단 앞에 그저 무력하게 놓이게 되었다.

어쨌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 나갈 것이지만.

젊음이라는 것, 청춘이라는 것이.

매일매일 조금씩 그 빛을 잃어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생일이 11월이다 보니, 내년 요맘때나 되어야 진짜 서른 일곱이 되겠지만,

2개월 뒤면 친구들 앞에서, 사람들 앞에서,

"야 나이 물어보지마. 때릴거야." 라고 하면서 '나이가 들었다' 에 대해,

스스로 얄팍한 즐거움마저 가질지도 모르겠으니,

올해의 내가, 작년까지의 내가,

어머니의 말처럼 '그저 운이 없어서 자꾸 맴돈다' 였던 만큼,

새로운 한 해는 다른 것 보다 '운이 조금 있었으면' 하고 나직이 빌어본다.


그리고 새해에는 마음을 전하고 나눌 수 있는,

좋은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돈' 과 '집' 과 '차' 를 상상하지 않고는 연애를 꿈도 꾸지 못하는,

두려운 30대 중반이지만,

올 해 보다, 지난 시절보다, 하루하루 예쁜 마음과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될 테니,

어제 끝난 드라마 '더 패키지' 의 마지막처럼,

열린 결말 속에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존 박 노래처럼 '운명처럼' 다가오면 참 좋겠다.


정리할 것도, 출발할 것도 많아질,

나의 고단했던, 의미 있던, 많이 또 컸던 서른 여섯살의 마지막 해,

살아오느라, 살아내느라 고생했고 사랑한다. 내 자신아.

축복해. 생일 축하해. 주찬아.

매거진의 이전글 잘 익은 감이 떨어지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