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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아저씨 Jul 07. 2019

헤드헌팅 현명하게 당하기(?)

월급쟁이 11년차 쥐차장의 헤드헌팅 지침서

오늘의 생활잡담 역시 직장생활!


격동의 대리-과장 시절에, 조금이라도 내 기준 - 뭐 있나, 사실 워라밸과 월급이지 - 에 맞고, 앞으로의 직무 연속성에도 적합한 기업을 찾아 헤멘 이야기를 조금 나눠볼까 한다. 이직의 이유는 너무 많지만, 잡플래닛이나 크레딧잡을 보면 하고자 하는 말들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나를 존중받지 못함이다. 멘탈적으로나, 가치의 상징인 급여나 직급으로서나.


하지만, 대리 이상급쯤의 격동의 실무가 되면 이직을 준비하고 싶어도 번아웃으로 인해 공고 하나도 제대로 찾아보기 어렵고, 이를 해결해 주는 아주 좋은 루트 중의 하나가 헤드헌팅이다. 아마, 월급쟁이라면 일생에 수 없이 마주치게 되는 달콤할 수 있는 유혹들이다. 아무래도 글 자체가 사원 말급에서 대리급들의 친구들에게 띄우는 이야기이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다 아는 이야기잖아, 뭐야.' 또는 '잘난척, 흥' 이 될 수 도 있겠다.





STEP 1. 황금같은 연차를 하루 정도 활용해서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를 업데이트 하자.


주말에 쓰시라고 하고 싶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말은 우리에게 주어진 단 꿈 같은 시간이다. 오히려 연차가 주어져서 평소 생활패턴과 휴식 사이에서 이상한 기분이 들 때, 당신의 집중력을 최고조로 발휘할 수 있기에 연차를 적극 활용할 것을 요청한다.


이력서와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은, 추후에 다시 썰을 풀어 보고자 한다.

우선 요약하면, 바빠도 제대로 쓰자 / 자소서와 경력기술서는 다른 것이니까 구분해서 쓰자 / 경력기술서는 보고서 쓰듯이 쓰자 / 경력기술서는 문단이 아니라 간결한 문장 정리의 연속이다 / 보고서처럼 쓰는 것은 글과 숫자가 문장에 잘 섞여져서 읽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을 말한다 - 아마, 이 정도일 것이다.


5년~10년차 경력자들의 지원서류를 받아보았을 때, 내 경우 믿고 거르는 유형은 다음과 같았다.


ⓐ 자소서 문항 당 5줄 이하 - 500자 맞춤으로 보지도 않는 신입 자소서 만들어 길들인 대기업 반성하자.

ⓑ 자소서에 경력기술서 쓴 사람 또는 그 반대

ⓒ 경력기술서에 장문의 소설 쓴 사람


한국만큼 자기포장에 의해 많은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기왕 자기 포장을 할 것이라면 섬세하고 전문적으로 하는 것 또한 중요한데, 과중한 일과는 이 작업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헤드헌팅을 준비하는 첫 단계이자, 본인이 대충 써서 업데이트 한 이력서를 가지고도 우월한 역량과 스펙이 뾰족하게 드러나서 헤드헌터가 반할 정도라면, 어차피 해야 될 과정이다.

헤드헌터가 시켜서 하기 보다는, 미리 논리적이고 전문적으로 자소서, 경력기술서, 이력서를 업데이트 해 놓고 상시로 관리해야 되는 이유는 후술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보통 사람인, 잡코리아, 인크루트 정도 활용하는데, 링크드인과 같은 SNS도 기본정보 작성은 이력서와 동일하기 때문에 함께 해 두면 제안받을 확률이 높다. HR 포털에서는 매일 하루 한 번씩 이력서 오늘자로 업데이트 하기를 눌러주는 작업도 15초면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HR 포털 중에서는 잡코리아 > 사람인 > 인크루트 순으로 순위를 정리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내용을 워드와 PDF로 만들어 놓자.

파워포인트로 예쁘게 정리된 포트폴리오가 하나 더 있으면 금상첨화다. 아니 요즘은 필수더라.





STEP 1-1. 내 '단점' 을 충실히 대비하라.


원서를 쓸 때, 장점으로서의 포장도 중요하지만 내 약점과 단점, 이직상에 한계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충분히 파악하고 이해하며, 누군가가 단점에 대해 '왜' 라고 물어봤을 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자. 자기소개서 부분에 면접 시에 분명 도출 될 내 단점을 미리 꺼내서 이야기를 풀어주는 것도 면접관이나 나에게도 오히려 편하고 좋다. 상대는 그걸 감안하고 나를 바라보기 때문이고, 헤드헌팅을 통해서던 직접 기업에 지원하던, 선발해서 면접까지 왔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즉, 그 회사는 당신의 단점보다 장점에 좀 더 많은 가능성을 봤다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오 갈 확률이 높아진다.


아울러, 헤드헌터들의 경우 내가 분명 단점을 어필했는데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입사지원 해 놓고서 전화나 이메일로 단점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럴거면 나한테 왜 지원했나 싶기도 하고, 화도 나고, 이보다 더 질 낮은 헤드헌터는 없으므로 조용히 전화를 끊고 해당 이메일을 삭제하자.

상대가 나를 배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나 역시 '지원이 어렵습니다' 와 같은 회신을 주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제발, 헤드헌터들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경력기술서좀 끝까지 다 보고 입사제안좀 했으면 좋겠다.

아무튼, 우리가 할 것은 단점에 대한 명확한 파악과 논리적인 답변에 대한 준비다.


가끔, 헤드헌터들이 제안해 놓고 전화와서 '그런데 이직이 좀 많으시네요' 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이런 경우 그냥 전화 끊자. 이 얼마나 무례한 경우인가. 대체 뭘 본거지 당신들은.





STEP 2. 낚이거나 또는 낚거나


연차와 휴일을 활용하여 자신을 위한 아주 어려운 첫 관문을 넘어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이제, 헤드헌터라는 소울메이트에게 낚이거나 낚거나의 갈림길 또는 두 가지 모두를 하이브리드 할 수 있는 길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낚인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내 이력서를 보고 직무단위로 업무 세분화가 이뤄진 각 개인/법인 소속 헤드헌터가 먼저 연락을 주는 것이고, 낚는다는 것은 HR 포털 내 '헤드헌팅' 카테고리에서 직무/연차/지역 등의 다양한 필터를 통해 내게 맞는 기업을 가진 헤드헌터가 올린 공고에 지원하는 것이다.


처음 헤드헌팅을 하면, 'JD' 또는 '잡디' 라는 말을 듣고 어색할 수 있다. 별 거 아니다.

'Job Description', 즉 일반 채용공고에서 제시되는 상세 모집 요강, 직무 소개이다. 줄여서 잡디나 JD라고 관용적으로 쓰기 때문에, 알아두면 헤드헌팅 초짜 이미지를 벗고 좀 더 전문적으로 협상에 임할 수 있다.

헤드헌터들은 예상 외로, 대화 속 이런 단어들 하나를 가지고도 호구인지 아닐지를 파악한다.

어쨌든, 두 가지 갈림길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JD' 이다.


그리고 낚이거나 또는 낚아서 연락이 오는 경우, 그 때 부터 며칠 간 우리는 '후보자' 로 불린다.

말 그대로 특정 기업에 입사할 후보자로서 불리는 것이다. 헤드헌터에게 연락왔다고 입사되는거 아니다.





STEP 3. 왜 JD가 중요하다고 하냐면


헤드헌터들이 올린 채용공고를 들어가보면, 우선 회사 이름이 없다. 당황하지 말자.

그들은 특정 회사에서 인재 선발을 위임받고, 선발되면 선발된 이들이 받게 될 연봉의 일정 %를, 여러분이 입사하여 3개월 (수습기간) 동안 잘 버텨내면 대행료로 받는, 소위 말해 중매쟁이이다.

그렇기에, 지원도 안 했는데 그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알려줄 의무는 딱히 없다.

다만, 일반적인 채용공고의 JD를 그대로 따 와서 쓰기 때문에, 간혹 회사를 오픈하지 않아도 대충 짐작가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공고들의 경우, 오히려 헤드헌팅으로 지원했을 때 서류전형을 뚫어줄 성공확률이 조금 더 높은 것 같았다.


이런 과정에서 JD는, 그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처우는 어느 수준 정도로 받을 수 있을지를 아주 대략 짐작하게 해 주는 유일한 자료이기에 중요하다.


반면, 쓸데 없는 중매쟁이들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초가 된다.

즉, 나의 굉장한 노력이 담긴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를 보고도 나와 상관 없는 기업과 직무, 또는 나의 주직무가 아니라 부차적인 직무를 경력기술서에 조금 썼을 뿐인데, 이게 자기 고객사가 원하는 니즈와 부합하는 것 같다고 괴상한 말을 하면서 유혹하는 멍청한 중매쟁이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중매쟁이들은 당신의 성공적인 커리어패스 유지와 장미빛 미래에 사실 큰 관심이 없다. 물론 정말 전문적이고 자상하고 노력해 주는 헤드헌터들도 있지만, 애석하게 내가 보았을 때 10명의 헤드헌터 중 7명은 단순한 수수료쟁이 들이었다.


이전 글에서, 나는 건식 전문으로서 화장품을 서브로 했다고 쓴 적이 있고, 지금 내 이력서의 타이틀 역시,

'회사의 건식 전문가로서 A부터 Z까지 책임지겠다' 가 대문짝만하게 써 있는데, 10개의 제안이 있다면 절반이 화장품 상품기획 하시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혼동될 수 있다. 내가 아는 나 보다, 남이 본 시각에서의 내가 좀 더 다른 포텐셜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이런 헤드헌터는 월드컵을 못 간다. 당신의 포텐을 본게 아니라 그냥 여기저기 같은 식으로 막 던지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해 온 커리어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이력서의 기본도 꼼꼼히 안 본 거다.




STEP 4. 전무, 상무, 이사라는 그들의 직급에 쫄지 말라


윗 단락의 말미에서, 남이 내가 몰랐던 포텐셜을 알아봐 주는 구나 하고 감동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낚여서 헤드헌팅 되게 되면, 여차저차 입사해도 일주일 안에 퇴사할 확률 90% 이상이라고 자신한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대리급에서 특히 비일비재 한 이유는, 대리급들은 아직 착하고 순수해서이며, 헤드헌터들이 달고 있는 어마어마한 직급 때문이다.


월급쟁이라면 전무, 상무, 이사는 회식이나 결재 이외에는 볼 일이 거의 없는 전설속의 존재 정도이다.

물론 중소기업은 대표와 직접 이야기도 하지만, 체계라는 것이 존재하는 보편적인 회사는 그렇다.

그런데, 그런 직급의 분들이 친히 내게 제안을 하고, 제안을 주면서 내가 갔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한다니, 심지어 경력을 보면 그럴싸 한 대기업 경험은 하나씩 가지고 있는 임원이니 쫄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직급 뻥튀기가 대다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헤드헌팅 조직은 사실 거의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직장에서 영업적 차원에서 밀리지 말라고, 내 직급보다 한두단계 위 직급이 표기된 영업용 명함을 주는것과 같은 것인데, 그 격차를 일부러 엄청나게 세게 벌려놓는 하나의 전략일 뿐이다.

그냥 그들은 직급이 뭐든, 헤드헌팅이 1달에 1건도 안되면 굶어죽기 딱 좋은 한 명의 프리랜서일 뿐이다.

뭐, 짬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한 기업의 차/부장 정도까지는 달고 이 일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물론 현재의 나보다 인맥이나 직무이해도가 높을 수는 있지만, 당신이 지금까지 해 온 일을 뒤집어 엎고 새로움을 제안할 만큼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며, 임원급은 더더욱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어쨌든 나보다 훨씬 연배가 많은 것 같은 분들이니 예의가 필요하다면, 그냥 내 바로 위 상사에게 대하는 라이트한 매너 정도만 갖추고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에 대한 직설적인 제안, 정중한 거절을 하면 될 뿐이다. 간혹, 신뢰감도 없는 자기 경험을 갖고 인생 선배가 후배 타이르듯 하는 헤드헌터도 있는데, 이런 경우 역시 믿고 거르면 된다. 지가 뭔데.


이렇게까지 그들이 당신의 갈 길을 뒤엎고 책임도 안 질 거면서 집착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

아까 수수료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대리과장급이 헤드헌팅 해서 받는 건 당 수수료는 임원 한 명의 1/3 수준이나 될 까이다. 즉, 그들에게는 큰 돈은 안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일 이직수요가 많은 것이 대리과장급이며, 고객사가 어떤 기업이던 그냥 연결만 되서 입사하고 버텨주면, 그 수효가 많아지면 오히려 임원 한명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그 바닥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희망급여를 반드시 6천은 받아야겠다고 썼는데 연봉 5천짜리를 들이밀면서, 회사가 좀 더 성장하면 내년쯤에는 그정도 충분히 개런티 해 줄 것이라던지 - 분명히 말했지만, 3개월 지나면 헌터와 나는 남남이다 - 와 같은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이직의 꽃은 연봉인상인데 연봉 감봉을 감안하라는 헤드헌터라니 이게 말이 될 소리인가. 나도 내 앞 일을 모르고, 회사 사장도 자기 회사의 앞날을 몰라 전전긍긍하는데, 자기가 뭔데 나와 고객사의 미래를 예측하고 연봉삭감이나 동결을 제안이랍시고 들이민다는 것인가.


이런 일이 너무 많기에, 이들이 달고 있는 임원 직급에 절대 쫄지 말라. 허세일 뿐이다.

오히려 수석 컨설턴트, 컨설턴트 등의 직급을 달고 있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향을 추천한다.

이런 조직의 경우, 위와 같은 자신들의 문제점이나 평판을 알고 뭐라도 바꿨던 사람들이다.




STEP 5. 헤드헌터사 양식에 맞게 이력서 또 써서 주지 말라.


어쨌든, 좋은 기회가 되어서 제안을 검토하고 양 자 모두 긍정적인 반응인 상황이 됐다.

당신은 입사지원서를 내기로 결정하였고, 그들은 자사 양식에 맞춰서 써 줄 것을 요청한다.

그럴 필요 없다. 당신은 정말 바쁜 시간을 쪼개서 간신히 간신히 눈치보며 STEP 1을 해서 완벽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양식으로 왜 같은 내용을 붙여서 쓴 단 말인가.


그리고, 사실 후보자가 가진 기보유 이력서를 가지고 자사 양식에 맞춰서 작성하고 필요 시 첨삭, 수정 후 그 내용을 후보자와 다시 논의하는 것이 헤드헌터의 기본적인 할 일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헤드헌터가 후보자가 정말 마음에 들고, 꼭 입사하면 좋겠다는 업무처리 방식 속에서 아주 당연한 일 아닌가.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또한, 그 이력서를 받아 자기가 나중에 써먹으려고 허황된 공고를 올리고 장기간 리크루팅하는 헤드헌터들도 많은 작금의 상황인데 - 그래서, 특정 공고가 한 사람에게서만 아주 오래 나타나는 공고는 믿고 거르도록 하자 - 아울러 헌터가 내 이력서를 고객사에 제대로 내 줄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그만큼 스스로들이 신뢰를 많이 잃어왔는데 완성된 이력서를 또 고쳐쓰는 고생까지 후보자에게 시키는 것은 평등한 중매의 관계가 아니라 갑질이다. 여기서도 쉽게 반론하기가 어려운 요인이 앞서 말한 상대방의 직무인데, 신경 쓰지 말라.


잘 써 놓은 이력서를 다시 보고 고치고 첨삭하고, 오히려 수정된 이력서를 당신에게 보여주는게 본래 헤드헌터의 업무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 아니다. 당신이 이력서를 그들 양식에 맞게 써 주는 시간적인 고생은 그들이 인재 DB 만드는 시간만 단축시켜주는 일이다.


무조건 그냥 써 놓은 이력서로 지원하라. 자사 양식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정말 꼭 고객사에 입사했으면 하는 인재라고 판단한다면 당신에게도 자사 양식으로 쓸 것을 막 권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헤드헌터는 당신을 돈벌이 수단 그 이하로밖에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STEP 6. 많은 것을 물어보라. 메일로, 문자로, 전화로.


JD 하나로 회사에 대해서 나는 오롯이 알 수 없다. 물론 우리에게는 잡플래닛, 크레딧잡, 블라인드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만, 아무래도 퇴사자 관점의 이야기이고 실제 면접에서 마주할 인사담당자의 성향이나, 이전에 면접 본 사례 등 우리에게 직접 필요한 내용은 헤드헌터가 조금 더 디테일하게 알고 있다.

그렇기에, 서류를 낼 때나, 또는 면접이 잡혀서 면접을 준비할 때나, 서류를 내 놓고 결과발표 일정을 기다리는 이 모든 과정을 수시로 물어보고 체크해도 된다. 이 또한 원서를 낸 당신의 당연한 권리이다.


만났던 아주 좋은 헤드헌터의 경우에는, 직접 내 회사까지 찾아와서 기업 설명을 해 주고 면접 기출문제 풀이 수준으로 대비를 시켜준 적도 있었다. 앞서 서류 부분에서도 좋은 분 한 분을 만나 경력직으로서 원서를 쓰는 법을 정말 디테일하게 배운 적도 있었다. 문제는 헤드헌터와 마주한 지 6-7년이 되도록, 이런 정성을 쏟아주는 사람은 딱 저 분들 두 명 있었다는 것이랄까.


반면, 장수농가 채용공고를 올리고 정말 급건이라며 꼭 모시고 싶다며 바빠죽겠는 사람 달달 볶아서 원서준비 시켜놓고, 서류발표 예정일정은 커녕 결과내용을 수시로 체크해도 끝까지 안 알려준 장 모 헤드헌터분은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어떻게든 그 분을 통한 헤드헌팅은 막고 싶을 정도가 된 사례도 있었다.


즉, 당신이 궁금한 모든 것을 제대로 응대해 주는 헤드헌터라면 믿고 기다려도 좋고, 끝까지 당신도 매너와 품위를 지키며 함께 해도 좋지만, 그렇지 않은 헤드헌터가 진행하는 경우라면 그냥 포기하고 다른 기회를 준비할 것을 권한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과정상의 문의에 대한 상대방의 서비스적인 응대반응이다.


방문 미팅을 요청하거나, 내가 해당 서치펌 (헤드헌터들의 회사) 에 방문하여 첨삭받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STEP 7.  연봉협상은 내가 한다.


많은 과정을 통해 면접이 잡혔고, 당신의 역량과 재능, 인성이 빛을 발하여 입사에 성공하게 되었다.

이제, 이직의 꽃인 연봉협상을 할 일이 남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크게 세 가지다.


① 희망연봉 적는 란에 애초에 받고 싶은 연봉 명확하게 적어놓기 - 면접 후 협의는 돈 받기 싫다는 말이다.


② 희망연봉은 최종 연봉 대비 15% 상승된 금액을 우리의 가이드로 잡자

 - 내가 이 정도까지 희망연봉 대비, 연봉협상에서 양보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바텀' (Bottom) 이라는 단어로 사용하는데, 이건 헤드헌터에게든 기업과의 연봉협상 과정에서 절대 말하지 말라. 헤드헌터는 기업과 이 최저금액을 기준으로 협의한 후 당신을 설득할 것이고, 기업은 인건비적인 측면에서 당연히 바텀을 요청할 것이다.

다만, 바텀까지 물러남을 감안하고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을 때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는 있다.

희망연봉을 15%, 바텀을 10% 상승으로 잡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임원이 아니라, 아직 주니어 또는 중간관리자 초중반기이기 때문이다.


③ 연봉협상을 헤드헌터에게 위임하지 말자

- 희망연봉을 쓰고 여기에 맞춰달라고 헤드헌터에게 부탁해서, 그 연봉 맞춰준 거 한 번도 못봤다.

또한, 오히려 앞서 말한 것 처럼 회사 경영자도 모르는 장미빛 미래를 그리며 삭감이나 동결을 요청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게 현실이었다. 이럴 거면 그냥 다른 기회 찾자. 땅 파서 내 연봉 대비 10% 인상된 금액 안 나온다.


이직을 통해 10%는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통상 근속을 통해 주니어급에서 상승되는 연봉인상율은 맞춰야 하기 때문이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3~5%를 가이드로 두는 경우, 10% 인상을 아주 '미친 경우' 로 보는 곳들도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10%는, 그 간 내가 노력한 것에 대해 존중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상이다.


이 모든 것을 당신이 직접 기업과 협상하라. 그리고 결정된 사실을 헤드헌터에게 이야기 해 주자.

연봉협상 과정을 헤드헌터에게 오픈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너무 100% 팩트를 털어놓았다가는 그들이 내 뒤통수를 세게 때리는 가능성도 있다. 면접이 성사되는 순간 그 분들은 내 편이 아니라 남편이다.

요즘 애들 말로 '태세전환 참 오진다'.




오히려 주니어급이 헤드헌팅을 시작할 때는, 특정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왠지 신뢰감이 드는 헤드헌터들의 이메일이나 연락처를 확인하고 내 경력과 이력을 첨삭받는 일 부터 하기를 추천한다.

아니면, 내가 구태여 가고 싶지는 않으나 직무적으로 부합한 기업에 지원한 후 첨삭부터 시작하여 면접까지 가 보는 과정을 겪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만일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과 생각보다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헤드헌터 분들, 정말 많은 양의 인적자원 서치, 고객사의 까다로운 요구에 대한 응대, 후보자 응대 등 업무량 장난 없이 바쁜 것 알지만, 최소한 각 전형 발표는 해 주고, 이력서는 제대로 보고 입사제의 했으면 참 좋겠다. 당신들의 돈벌이 하나에, 수 많은 사람들은 또 다시 이력에 엄청난 흠집이 나고 아파하고 힘들어 할 수도 있다. 주니어급들의 순간의 선택이, 그 사람의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겪어서 알 것이니 말이다.

알면서도, 돈벌이를 하려는 헤드헌터들을 우리가 이제 먼저 거르는 것도, 좋은 구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자정작용이 될 것 같아서 이번 글을 쓰게 되었다.


모쪼록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약간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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