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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아저씨 Jul 21. 2019

사장님. 친구, 와이프 좀 넣어두세요

중소기업, 스타트업 사장님들 안 들을거 알지만 생각좀 해주세요.

아마도 이 섹션 타이틀을 '회사투덜투덜' 이라고 바꾸는 게 현명할 것 같다.

하루라는 소중한 순간들 속, 만들어 낼 이야기거리가 회사 이야기들 밖에 없는 팔자가 조금 속상하다.

좋아하는, 아니 좋아했던 야구 구단인 한화이글스가 올해 또 망한 것도 심심해진 이유다.

그래도, 이 또한 일상이니 잡담 하나를 나눠볼까 한다.


필자는 상품기획을 주 업무로 하고 있고, 인생의 시계추가 박복(?)하여 대체적으로 스타트업이나 기존 기업의신사업기획을 전담하고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을 걷는 것에 대해 꽤나 긍정적으로 시를 썼는데,

사실 이 분야에 발을 들인다는 것 자체가 5차원에 빠진 인터스텔라의 장면과 같다.


아직 여전히 '실무 빡세게 하는 중간관리자' 가 되는 것이 꿈인 본인이다.
이 이야기인 즉슨, 상품기획이라는 일에서 브랜드 셋팅부터 시장조사, 배합설정, 용기파악, 원가 및 판매가격 핸들링, 납기 및 생산관리, 영업과 마케팅 전반을 발발거리고 뛰어다닌다는 말이다. 혼자 다 하는게 아니라, 코웍은 하되 일 던져놓고 사람관리나 지시만 하고, 윗 선에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루팡질 하는게 아직 적성에 안 맞다는 말이다. 각 담당자와 짧고 굵은 토론을 통해 각 단계의 전략들을 하나로 모을 때, 상호 동의함으로서 어떤 형상이 가시적으로 눈 앞에 딱 그려질 때. 일종의 전율같은 것도 느껴지니. 임원이 되려면 난 아직 멀었나보다 생각한다.


임원이 못 될 팔자인지, 이렇게 처음 경영진에서 또는 대표자가 '우리 회사의 어떠어떠한 제품을 만들자' 라는 지시사항을 줄 때 부터 내부 직원들과 함께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를 하는게 좋았다.

기획단에 들어가면 내부 직원들이라고 해서, 바보같이 이슈사항에 대해 인터넷이나 찾아보고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모든 리서치의 기본은 데스크이지만 바깥에 유사한 제품이 실물로 만들어 져 있을 경우 직접 보고 참고하는 것 만큼 좋은게 없다. 고맙게도 함께 일해왔던 주니어들 또는 동료들의 경우 이 과정의 필요성을 항상 알고 있었고, 이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왔다. 다만, 시켜놓은 경영자는 '시간이 돈인데 어딜 나가느냐' 라고 할 뿐이었다. 오너가 열려있지 않다면 이미 이 단계에서부터 신상품 기획은 50%쯤 망했다고 보면 된다.

마켓 리서치를 '나가서 커피마시고 논다' 라고 생각하고 불신한다면, 내가 보고서 양식에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서 줄 테니 되먹지 않은 궤변 말고 좀 써서 내게 보고하면 좋겠다.

이 단계에서 더 무서운 것은, '본인의 감' 으로 충분한 조사 없이 이 사업은 무조건 된다라고 생각하는 안타까운 견해이다. 사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본인의 감이 중요하다. 감으로 실제 사업화 해서 성공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장님들. 여러분이 1인기업이라면 그렇게 하는 거 말리지는 않겠다.
다만, 사람을 필요에 의해서 고용하고 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을 때 다음 두 가지는 확실히 고민하고 업무지시를 하기를 바란다. 이 두 가지에 의해서 조직구조나 문화, 업무 프로세스는 완전 달라진다.


1. 브랜드를 설계해서 제품을 브랜드 벨류로서 판매하고 싶은건지 - 오래 사랑받는 제품을 하고 싶은건지

2. 아직 시장에 경쟁자가 별로 없어서, 가져다 배낀 제품으로 단기 이윤을 발생시킬 생각인지


슬프게도, 스타트업 사장님들의 경우 2번 제품을 만들어서 히트시킨 후 1번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인데 이렇게 되면 사장님이 회사 인원 늘릴 생각 없어도 미친듯이 인건비 증가할 것이고 (기획자, 디자인, 마케터, MD), 마케터라는 인원으로 브랜드 매니저를 뽑으면 백퍼 싸우고 퇴사할 것이니 아예 뽑지 말자.

브랜드는 그럼 어떻게 하냐고? 이 구조는 크리에이티브가 절대 나올 수 없는 구조, 즉시성과 신속성이 핵심이므로 어차피 내부 직원 의견은 듣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냥 사장님이 정하면 된다. 탑다운 하시라.

면접 때도, 가치관이 창의와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하기 보다는 주어진 것을 AM 09:00 - PM 18:00 안에 묵묵하게 하는 사람을 애초에 뽑으시라고 추천드린다.

하고 싶은 것은 말도 안되는 전략의 탑다운인데, 외부에 보여지는 회사 이미지나 사업주로서 나는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오너라고 보여지고 싶어서 엄한 사람 뽑아서 싸우고 자르고 남의 인생 망치지 말고 말이다.

그렇게 비용 손실 나올걸 줄여서, 있는 직원 복지에 더 신경쓰시기를 추천한다.


1번이고, 2번이고 또는 2에서 1로 가는 하이브리드건, 사업방향과 제품기획방향이 결정되었다면 그 다음에 사장님들이 성공적인 제품을 위해, 또는 원하시는 제품을 신속하게 내기 위해 필요한 일은 친구와 와이프, 외부 컨설턴트를 개발기획 전 과정, 특히 브랜드와 품평에는 참여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아니 XX, 내가 돈써서 내가 운영하는 회사인데 이런것도 내 맘대로 못해' 라고 하실 사장님들이 이쯤해서는 10명 중에 8명 이상이란거 잘 안다. 하지만 사장님 잘 되라고 드리는 말씀이다.

사장님이 지시를 하면, 사장님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들은 사장님의 성공 뿐 아니라 잘 만들어진 브랜드나 제품, 하다 못해 그 제품이 카피캣 제품이라고 할 지라도 성공하고 시장에서 사랑받는 것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좀 더 직설적으로, 스타트업의 경우 그래야 월급이 안 밀릴 것이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이 성공이 개인에게는 중요한 포트폴리오가 되며, 세 번째는 90년생이 온다 라는 책을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주의에 싸가지 없어 보이는 이 어린 주니어들과 80년생들의 경우 회사 제품을 내 제품, 브랜드를 내 소유처럼 생각하는 주인의식, 다른말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사장님은 지시를 하셨고 직원들은 정성을 다해서 내, 외부의 인사이트를 취합, 분석하여 그 '감' 에서 출발한 어떤 것을 '잘 팔릴 수 있도록' 성심성의를 다 한다는 것이다. 가만 두면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A,B,C 라는 결론을 내려왔다고 치자. 이 결론이 내부직원들의 의견만으로 만들어진 결론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사장님이 직원들 논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샘플이던 브랜드던 가만 냅두고 믿어주면 FGI라도 해서 얻어진 결론들을 가져온다. 실무이자 중간관리자로서 맡겨 놓으면 내가 다 감사할 정도로 다른 실무진들은 이런 과정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에 의거한 결과물을 만들어 왔다.


여기에, 갑자기 사장님이 "A,B,C 다 좋은데, 사실 내 와이프가 (또는 친구가) 이거 써 봤더니 000 한게 더 좋다던데' 라는 말을 한다고 치자. 이 말 자체가 실무에 대한 인격모독 그 자체이다. 

이유는, 첫째로 사장님의 와이프나 지인이 그 제품에 대한 전문가 또는 전문성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둘째로, 전문가라고 했을 때 통계적으로 실무가 만들어 온 결과치는 타겟에 맞춰 조사한 샘플사이즈 (N수) 10 이상의 결과물이며, 어쩌면 다양한 타겟의 의견일 수도 있는데, 전문가일수록 더욱 많은 시장의견에서 인사이트를 발굴해야 전문가인 법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내 와이프가 (친구가) 라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위에서 말한 샘플사이즈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 들은 것이기 때문에, 옳을 확률 또는 새겨들으면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이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인 또는 가족을 품평과 브랜드 설계에 꼭 참여시켜야 내 회사 내 맘대로 굴리는 것 같다고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를 구현시킬 직원들을 정규직이 아닌 단기 프로젝트성 아르바이트로 선발하여 운영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다시 말하지만 신입에게는 창의력이, 경력직은 분석력과 시행착오의 경험이 있어서 이 두 가지가 합쳐진 최상의 결과를 사장님 잘 되시라고 보고드리는 것 뿐이다.
사장님께서는 오너이신 만큼, 당연히 의사결정에 대해서 결정할 권한과 직원들은 따라야 할 의무가 있지만,
반대의 의견이 사장님 회사와 일을 사랑하는 직원들이 아닌 무관하고 보이지 않는 특정 개인의 의견이라면,
공식 회의자리에서 그 의견을 사장님 개인의 의견처럼 말씀하시는 화법이라도 구사해 주시기를 바란다.
직원의 사기저하와 좌절감을 주는 아주아주 중요한 변수라는 점 꼭 기억해 주면 좋겠다.

더불어, 기획과 생산의 꼭 중간 과정에서 무슨 '고문', '컨설턴트' 등이 참여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이 단계는 실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사장님과 그 외부 자문인원이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다 한 다음에 탑다운으로 뿌리는게 맞다. 생각해 보라.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누가 봐도 사장님 인맥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회의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개진해서 일머리를 틀었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라는 식으로 웃으며 이야기하고 갔다고 치자. 그걸 이사 이상급의 관리자가 리젝할 확률, 그 아래 직원이 무시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결국은 그 사람이 툭 던지고 간 말 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사장님이 본인이 욕먹기 싫으니 그렇게 중간에 외부 인원을 잠깐 피쳐링 한 것일 수 도 있겠다.

문제는, 이런 컨설턴트들의 말이 타당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컨설팅은 경험 상 이론과 논문에 의거해서 어떤 사업을 평가하거나, 또는 직장 조금 다니다가 퇴사하고 떠돌이 생활 하면서 막 시작한 중소기업 사장님들 옆에서 좋은  말 해주고 웃어주고, 영어 쓰면서 유식한 척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사실 종특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듣기 좋을 수 있다. 왜냐면 직원들이란, 항상 찌들어 있고 억지웃음이 눈에 선하고, 언제든 나를 배신할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머리 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 고정관념이 사업을 운영하는 총괄자로서의 사장님에게 얼마나 박혀 있는지 시간을 내어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부탁드린다. A라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준비할 때, 나는 전문가로서 성공과 실패의 확률을 고려하고 때로는 듣기 싫은 (EX. 그 프로젝트 안된다) 말을 하는 직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오너인지, 아니면 사근사근하고 매너있는 모습으로 '사장님 생각 충분히 훌륭하시고 잘 될 것 같아요' 라는 컨설턴트의 말을 듣고 직원에게 억지 진행을 강요하는 준비 안 된 사장인지를 말이다.

후자라고 한다면, 다시 말하지만 사장님은 조직을 꾸릴 자격이 없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할 탁월한 역량을 바탕으로 외부 컨설턴트와, 구현해 줄 아르바이트, 자금운영을 해 줄 가족이나 정규직 경영지원 1명이면 충분하다.
창의와 분석, 업계에서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회사의 성공과 자신의 성공, 만들어 낸 결과물에 애착을 갖고 그로 인해 삶의 동기를 찾는 요즘 직장인들의 미래를 괜히 갈아넣지 말았으면 한다.

더 위험한 건, 이러한 컨설턴트가 외부에 있는것도 스트레스인데 아예 인하우스에 불러와서 주에 1-3회 출근시키고 팀을 꾸려주는 경우이다. 
왜 위험하냐면 이 사람들은 실무적 디테일이 하나도 준비 안 되 있을, 말로만 세상을 살아갈 확률이 50% 이상이다. 이렇게 되면 막연한 말을 가지고 동분서주할 직원들의 일머리는 없어져서 어차피 관리자를 또 뽑아야 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두배로 늘어난다. 심지어, 이런 조직의 경우 구현할 직원들을 주니어 (사원-대리) 급들을 뽑는 경향이 있는데, 당연히 개기지 말고 말 잘들어라 라는 의미이겠지만 '회사에서 배움과 성장' 을 중요시하는 요즘 직원들의 경우에는 일머리 없으면 바로 퇴사라는 점. 사장님들의 고리타분한 계산식 이외에 있는 세계에 살아가는 세대라는 점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

심지어, 인하우스로 컨설턴트를 출근시킬 때 어떤 방식으로든 그 사람의 인건비 정보는 바깥으로 새어 나간다. 한 번도 그렇지 않은 적을 못 봤다. 신사업기획 벌써 11년차이다. 이 정도 연차에서 온 경험이라면 충분히 믿을만 하지 않은가? 이것이 나쁜 점은, 결국 또 직원들의 자괴감과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이라는 점이다.
알다시피, 1-3회 출근하고 지시만 하고 실무 입장에서는 궤변만 늘어놓고, 사장님과 직접 핫라인 개통해서 쑥덕거리고 이상한거 시킨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연봉이, 실무의 2-3배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에이, 아니야. 파트타임처럼 하는거야 라고 해도. 최소 과장급 이상인거 다 알고 있다.
그러니, 제발 조직관리와 업무진행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인하우스에 사장님이 영특하다 여긴 컨설턴트 불러서 자리좀 주지 말라. 가'족'같은 회사라서, 컨설턴트가 가족이라면 뭐 할 말 없다.

이 글을 쓰는 건 불만이 아니라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이다.

사업, 특히 스타트업이나 신사업 진행할 때 당신이 선발한 직원에게 전권을 달라는 것.
그 의사결정은 사장님이 하되, 과정에서 가족 1-2인의 의견, 친구 의견은 듣기만 하고 표출하지 않는 매너 있는 사장이 되어달라는 것. 조직 규모가 작을 때 외부 컨설턴트를 직원에게 노출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꼭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당신이 뽑은 직원은 당신의 성과를 위해 발로 뛸 것이고 듣기는 좀 험해도 가장 이상적인 길을 제시할 것이고 컨설턴트나 가족 이상의 성공 로얄로드를 제시할 테니 말이다.

수평적이고 열려 있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멋진 사장님의 모습을 외부나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가.
실무와 함께 제품 또는 브랜드부터 시장에서 성공해 봐라.
요새 내부문제가 좀 있다고 듣기는 하지만, 많은 미디어커머스 업체들의 롤모델과 같은 블랭크코퍼레이션의
작년 모습처럼 알아서 사장님은 존경받고, 열려있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그런 모습들도 있는 직원을 신뢰하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게 믿어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장님. 와이프 의견, 친구 의견, 컨설턴트 의견 제발 서랍에 좀 넣어주시기를 바란다.
당신 직원들 정말 잘 할 것이다.

특히, 블랭크코퍼레이션과 에이피알 패스트 팔로잉 하고싶은 모든 미디어커머스 기업 사장님들은 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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