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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아저씨 Jul 25. 2019

입사면접. 졸린 면접관 깨우기.

신입사원들에게 제안하는 조금 다른 면접.

이전에 헤드헌팅 이야기를 잠깐 쓴 적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엉망진창 글에 예상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한편으로는, 이직이라는 것 또는 어딘가에 입사한다는 일이 브런치에서 현재를 나누는 많은 작가분들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숨쉬기 같은 일상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전 직장에서 단기 인턴 - 사실상 아르바이트여서 더 안쓰러웠던 - 막내가 타 기업 입사면접 본다고 도와달라고 했던 이야기를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당연히 포커스는 신입사원 면접에 대한 나름의 잡기에 대한 것이다. 현직에 있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많은 분들께서도, 댓글로 신입 동생들이 면접을 잘 볼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들을 같이 나눠주시면 누군가에게는 좋은 콘텐츠가 되겠다고 생각한다.


라떼는 말이야. 라는 거 싫어하는데 십수년 전 대학교 3-4학년때 취업진로처에서 면접준비를 한다고 컨설팅 받았던 기억을 잠깐 꺼내본다. 모의면접도 마찬가지었고 일단은 자기소개부터 일목요연하게 잘 준비해야 된다고 그랬었다. 당연한 말이다. 어떤 기업이던 입사면접 1번 질문은 자기소개니까. 그리고 여기서 합불의 절반 이상이 결정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직을 준비하는 후배에게, 자기소개 준비한 걸 슬랙으로 써서 보내라고 했다.

다행히도 '저는 1남 1녀의 가정에서 태어나' 또는 '현명하신 어머니와 엄격하신 아버지의'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으나, 결론적으로는 나 대학때 뭐했고 뭐했고의 연속이었다. 그 했던 일들이 직장생활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너무나 막연했다. 단지 저 앞의 두 키워드를 제외한 그냥 대학생활백서였다.

순간, 나 역시 취업진로처에서 컨설턴트가 대학생활과 알바경험으로 직무연관성을 잘 녹여내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나서 피식 웃었다. 이러면 면접관 졸릴텐데. 하루에 수십 수백의 면접자들이 다 저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자랑을 하면 얼마나 피곤할까 라는 생각을 이제 하고 있는 것이다.


1. 자기소개는 자기 역사를 소개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 현 시점의 나를 말하는 시간이다.

후배에게 이야기했다. 현재의 너는 지금 000 회사의 000 직무를 하고 있으니. 너의 역사를 여기서 시작하라고.

예를 들면 이런 식의 멘트이다.


"안녕하세요. 현재 000 라는 기업에서 인턴으로서 000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지원자 000 입니다.
면접에 오기 전 이러한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제가 지원하고 싶었던 000 기업의 000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000한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업무를 수행하며, 또는 조직생활을 해 보며,학교라는 공간과 사회에서의 관계형성, 어떤 일을 처리할 때의 의사결정 등을 배운 것은 아직 부족하고 배울 것이 많지만 큰 배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000 업무를 수행했던 경험과 대학에서 쌓은 학문적 기초를 바탕으로 이곳에서 0000 한 업무를 해 보고 싶습니다. 이유는 귀사에서 000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000한 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 일에 도전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자기소개가 지원동기가 되는 셈이다.

그것도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를 신입사원이 회사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특정한 직무를 이야기하는 굉장히 도전적인 톤으로 말이다. 면접관은 순간 잠이 깰 수 밖에 없다. 일단 부모님 이야기가 안 나왔고, 역으로 궁금할 사항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면 질문할 떡밥을 당신이 준 것이다.


이렇게 되면 면접관들의 이목은 당신에게 쏠리기 마련이고, 당신이 구태여 한 섹션을 할애하여 말하지 않았던 것 들 - 집안환경, 학교생활, 아르바이트 경험 등 그 일과 연관 있다 싶은 성장배경 - 을 묻기 시작한다. 이미 여기서 다른 면접자들과 차별화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다. 특히 대부분 자신의 최근 경험이나 내세울만한 성장배경을 지긋지긋한 해외연수 이야기로 늘어놓는 루즈한 면접이라면 더욱 그렇다.

면접관도 직장인이고, 월급쟁이가 서로 술자리에서 만나 하는 이야기도 지금 내 일 이야기이다. 일이 피곤하고 싫지만 일 이야기가 어찌보면 제일 재미있어서 그런다. 면접관이 옛날 사람이라면 더욱이 당신의 해외연수가 스펙상으로 필요했다는걸 인지는 하지만 본인에게는 관심 있는 일이 전혀 아닐 수도 있다.


2. 나의 최근이 직장경험 - 인턴, 아르바이트 등 - 이 아니라면?


모두가 스펙상에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한 게 아니므로 말을 만들기가 어렵다. 이 때는 직무와 관련해서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 이야기도 좋고, 주변 선후배와 만났을 때 들었던 일상에서의 나에 대한 평판 이야기도 좋다. 학생회나 동아리 이야기는 최악의 경우 사용할 변수이다. 면접 가서 학생회 임원, 동아리 임원 아닌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000 기업에서 000한 일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 지원하게 된 지원자 000 입니다.

비록 제가 다른 분들에 비해서 000한 일에 대한 실무경험이나 스펙은 부족할 지 모르겠지만, 학교생활을 통해 (또는 다른 사회생활, 조직생활을 통해) 매사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것을 해 낼 때 000한 강점이 있고 그 강점이 이론 이상의 역량으로 비춰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이 정도로 풀어줘도, 면접관은 당신의 첫 마디에 일단 호기심을 갖기 때문에, 뒤에 따라오는 미사여구는 사실 잘 들리지 않는다. 첫 인사에서 직무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참으로 마법같은 일이다.


3. 직무 이야기는 최대한 구체적인 워딩으로 표현하라.


우리는 신입사원이기에 회사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 설사 다른 기업에서 인턴이나 알바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 회사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직무를 자유롭게 상상할 자유가 있다. 최대한 내가 그 회사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하고 말도 안되는 상상력으로 직원으로서의 하루를 상상하여 직무를 표현하는 것.

면접관 입장에서는 참으로 귀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000 기업의 000팀의 구성원으로서 일하고 싶습니다" 와,

"제가 생각하는 000 기업은 000한 부분에 강점이 있고, 000한 부분은 앞으로 더 발전시켰을 때 000한 관점에서 회사의 매출과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일에 도전하고자 000 팀에 지원했습니다"


당연히 당신이 말한 그 일은 틀릴 확률도 높고, 다른 팀에서 하는 일일 수 도 있지만, 면접관은 이를 회사에 대한 스터디가 최대한 되어있는 사람으로서 인지할 확률이 높다. 일을 함에 있어서 이유와 근거가 분명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게 바로 직장인들이 말하는 일머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주 오래 전에 제강업체 한 곳에 면접보러 갔을 때 나 역시 면접분위기 좋다가 "어떤 직무를 하고 싶은가" 라고 물어봤을 때 "신입사원으로서 일을 가리기 보다는 어떤 것이던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했다가 "어떤 일이던 다 한다는 건 자신의 주관이 없다는 거 아닌가" 라고 역공 맞고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경험도 있다.


4. 숫자를 많이 활용하라.


계속 말하지만, 면접에서 신입사원인 당신은 틀린 답을 이야기하는 게 권리인 사람이다.

이를 아주 잘 이용할 필요가 있으며, 틀렸음에도 면접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가 바로 숫자이다.

직장인들은 경력직이 되어서도 지긋지긋하게 '결과는 숫자가 말한다' 라는 복무신조에 울고 웃는 사람이다.

다만, 이 숫자가 "회사의 직원이 되었을 때 지금 매출 5,000억을 하는데 5 년뒤, 10년 뒤에 1조를 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나오면 땡이다. 이건 진짜 개뻥이다. 그럴 거면 사업을 하는 걸 추천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틀린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상해 보았을 때, 제가 HRD 담당자로서 000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교육 방식에서 000한 프로세스를 넣고 전후를 비교해 보았을 때, 만족도 5점 만점에서 3점대의 만족도를 4.5 수준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000기업의 SNS 팔로워 수가 0000 인데, 0000한 로직을 도입하고 실행함으로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00% 증가시킬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겠습니다. 근거는 아직 홍보 차원에서 000한 캠페인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상상이라도 숫자는 책임질 수 있는 수준으로 디테일하게. 진짜 그 업무를 누군가가 당신에게 시켰을 때 숫자로 발현시킬 수 있을 만큼. 즉 실무를 했을 때 당신이 스스로에게 산정할 가상의 목표치와 결과를 직무 이야기를 통해 풀어나가라는 것이다. 이 숫자는 틀려도 아주 맛깔난 MSG가 된다.


5.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 해보라는 시간의 활용이다.


모든 면접의 말미에는, 이제 면접관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개인적으로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를 바란다. 아직까지도 많은 신입사원들이 입사 후 포부를 이야기하며 꼭 뽑아달라는 선거철 유세를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때로는 내가 이런 결의를 보여줬으니 뽑아주겠지 하는 자신감마저 보인다.

인자하게 미소를 띄울 수 있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그게 합격은 아니다. 미안할 따름이다.


오히려, 당신이 1-4의 로직에 따라 당신을 향한 면접의 분위기를 실무 이야기 위주로 끌고갔다고 하면 방점을 찍을 차례이다. 정리하면 내가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 엉뚱해 보일 수 있는 상상의 나래로 당신과 커뮤니케이션 했는데, 실제 그 팀에서 하는 일은 어떤 건지, 제가 제안드린 '하고싶은 일'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들어볼 차례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지극히 실용주의적 관점의 접근이다.


또는 당신이 인성적으로 퍼펙트한 사람이라고 자부해도, 정글과 같은 회사생활 속에서는 또 다른 인성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 막내에게 기대하는 인성은 회사, 부서마다 천차 만별이기 때문에, 회사나 부서가 생각하는 좋은 막내상 또는 인성을 물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접근이 된다. 질문을 던지는 것 만으로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신이 회사와 궁합을 맞추고 싶은 의지를 보여준 셈이 되고, 그간 듣기만 했던 면접관에게는 TMT가 될 기회를 주는 셈이 된다. 사실, 종일 듣는 면접관도 임원도 다 사람이기 때문에 신입사원 놓고 내 회사 자랑, 내 관점에 대한 자랑을 하고 싶다. 말을 할 기회를 주되, 상급자로서 존중하며 그 분들의 혜안을 구하는 것 만큼 겸손하며 매너 있는 전략은 없다.


부디 두 손 번쩍 들고, 꼭 입사하고 싶습니다. 라는 멘트로 아까운 시간을 날리지 말고 1-2가지의 질문거리로 면접관이 회사에 대해 실무자로서의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어라. 그 분들이 이야기 할 때 눈 풀리지 말고 적당한 시선처리와 끄덕임으로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더해주면 더더욱 좋다.


6.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생각보다 호감형이었던 경우는, 자기소개 시작하자마자 "000 입니다" 를 말하는 경우보다, 드문 확률의 경우이지만 "이렇게 만나뵙게 될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000에서 000 업무에 도전하고 싶어 지원하게 된 000 입니다"로 시작하는 경우였다. '감사하다' 는 단어 한 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상대방에게 호전적으로 면접을 진행해야 겠다고 생각하다가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차마 그렇게 못 하게 된다.





자세나 시선처리는 이미 많은 모의면접이나 컨설팅을 통해 마스터했을 당신이다.

다만, 위의 6가지를 생각하며 면접관의 시선을 조금 더 집중시키는 연습도 한 번 해볼 것을 추천한다.

면접은 비생산적인 담화가 아니라, 나는 이 일을 하고 싶고 당신은 이 일을 이미 해 본 사람으로서 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치열한 세일즈의 현장이기 때문에 근거와 숫자, 디테일이 생명이다.

직무에 좀 더 집중해보자. 입사한 당신의 하루를 생각해 보는 것 자체로도 면접준비가 좀 더 재미있을 수 있다.


남들 다 하는 해외연수, 봉사활동은 갖춰야는 하겠지만 서류통과 이상의 의미는 하나도 없다.

아 물론 해외영업팀, 글로벌사업팀에서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 자..잠깐..이거 꼰대질인가??? (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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