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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다이아 Oct 04. 2024

사랑과 상실의 끝에서 10 - 경제적 어려움

이혼 후 처음 맞이한 월말, 미정은 통장 잔액을 확인하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혼 전에는 경제적 걱정 없이 살았었다. 석우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이 가능했기 때문에, 미정은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돌보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생활비와 아이들의 학원비, 각종 고지서들이 밀려들고 있었다.



카페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며 겨우 생활비를 벌고 있었지만,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월세를 낼 때가 되면 항상 가슴이 답답했다. 오늘도 마감 후 늦게 집에 돌아온 미정은 텅 빈 집안에서 혼자 컵라면을 끓였다. 아이들은 친정에 보내서 다행이었지만, 그들의 교육비와 양육비는 계속해서 미정을 압박하고 있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미정은 자주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혼을 선택했을 때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더 이상 시댁 문제로 싸우지 않아도 되고, 석우와의 끝없는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혼 후 그녀에게 닥친 현실은 훨씬 더 가혹했다. 오랜 시간 전업주부로 지낸 탓에, 사회로 나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루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거기서 일하는 20대 초반의 아르바이트생을 보며, 미정은 자신도 저 나이 때라면 이런 일자리가 어색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40대였다. 나이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더 힘들었다.


"지금이라도 뭔가 배워야 할까?"


그녀는 학원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걸 고려했지만, 수업료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간과 돈 모두 여유가 없었다. 수강료를 부담할 여유도 없었고, 시간은 생계유지를 위한 아르바이트에 매달려 있었다. 그저 이대로 계속 아르바이트만 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를 절망하게 했다.


한편,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힘든 티를 낼 수 없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 리 없었다. 미정은 아이들이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최대한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아이들이 "엄마는 괜찮아?"라고 물을 때마다, 미정은 어색하게 웃으며 **"엄마는 괜찮아. 네 걱정은 하지 마."**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밤마다 고지서와 통장을 바라보며, 미정은 가슴이 답답했다. 전기요금, 수도요금, 그리고 휴대폰 요금까지, 모든 것이 미정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돈을 벌어들이는 일은 미정의 삶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문제가 되었지만, 전업주부로 살아온 그녀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불안이 떠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 100만 원을 넘지 못하는 달도 있었고, 그 돈으로 아이들 학원비를 내고 나면 그녀에게 남는 건 없었다. 카페에서 서빙하며 종일 서 있는 동안, 발이 아프고 허리가 아파도 쉬지 못했다. 그녀는 종종 일터에서 일하는 동안 손님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그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 한 잔에 5천 원을 내고 있었고, 미정은 그 돈을 벌기 위해 몇 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이 허탈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해야 한다니…"



그러나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은 아이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 아이들은 엄마가 매일 일하느라 지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미정은 항상 그들을 안심시키려 애썼다. 작은아들 민재는 한 번은 이렇게 물었다.


"엄마, 요즘 왜 이렇게 자주 일해? 우리 때문에 힘들어?"


그 말에 미정은 목이 메었다. 그동안 민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아니야, 엄마는 괜찮아. 우리 민재가 걱정할 거 없단다. 그냥 엄마가 일하는 게 좋아서 그래."


하지만 그 말이 진실이 아님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미정은 매일 아침 출근 전, 언제나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오늘 하루도, 그저 어떻게든 버텨낼 수만 있다면, 내일은 더 나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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