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식
미정은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카페 일은 점점 익숙해졌고, 비록 생활이 여전히 빠듯했지만 조금씩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이들과의 관계도 점차 안정되고 있었고,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려오는 남편과의 접촉도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그럭저럭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남편의 새로운 아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은지 씨, 임신했대."
누군가 건넨 말이었다. 미정은 그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새로운 아이. 그 소식은 그녀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었다. 남편 석우가 새로운 가정을 꾸린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난다는 건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이가..."
그 순간, 미정의 머릿속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질투, 배신감, 상실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 감정들은 억누를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혼자 남겨졌고, 오랜 시간 고독과 싸워야 했다. 그런데 이제, 남편은 새로운 아이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행복을 누리려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미정을 더욱 깊은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그들은 이제 아빠에게 새로 태어날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아이가 태어나면, 석우는 그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자신의 아이들이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미정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우리 아이들이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미정은 자신이 이혼을 선택하면서 아이들에게 이미 충분한 상처를 주었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제는 그들의 아빠에게 또 다른 가족이 생기고, 새로운 아이가 태어난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려웠다. 그녀는 아이들이 석우의 새로운 가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감정은 질투였다. 미정은 자신이 홀로 아이들을 키우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려 애쓰고 있는 동안, 남편은 새로운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억울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힘들게 지켜내려 했던 가정이, 이제는 다른 여자의 손에서 더욱 완벽하게 완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녀는 이혼 후, 남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렇게 남편이 완전히 다른 삶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흔들렸다. 미정은 그동안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으려 했지만, 남편의 새로운 아이 소식을 듣고 나니 그 선택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그때 더 노력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그녀는 그동안 숨겨왔던 후회가 새삼스럽게 다시 떠올랐다. 시댁 문제와 남편과의 갈등 속에서 그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느꼈지만, 만약 그때 더 참아내고, 더 깊이 대화하려고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석우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 그녀는 자신이 과거에 내렸던 결정이 정말 옳았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며칠이 지나도 미정의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아이들과 함께할 때마다, 그들에게 아빠의 새로운 아이가 태어난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느끼는 감정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여전히 밝게 웃고 있었다. 미정은 그들의 웃음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주말에 아빠 집에 다녀온 후 민재가 미정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랑 은지 이모한테 아기가 생긴대."
미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최대한 감정을 숨기려 했지만,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하자 그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아이들이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을지도 몰랐다. 적어도 그들이 혼란스럽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대화를 이어나가야 했다.
"그래, 아빠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기게 된 거야."
미정은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려 애썼다. 아이들이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바랐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엄마와 아빠의 새로운 인생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길 바랐다.
아이들은 잠시 조용히 있었지만, 곧 민재가 말했다.
"그럼, 아빠는 우리를 덜 사랑하게 되는 거야?"
미정은 아이의 물음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지만,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절대 그렇지 않아.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사랑하실 거야. 그리고 새로 태어날 동생도 너희와 똑같이 소중한 가족이 될 거야."
그 순간, 미정은 자신이 얼마나 큰 책임을 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이혼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자신의 질투와 상실감은 잠시 접어두고, 아이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주어야 했다.
미정은 그날 밤, 스스로 다짐했다. 비록 남편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아이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이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과거의 후회와 질투에 매달리기보다는, 앞으로의 삶에서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녀는 이제 남편의 새로운 아이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그리고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더 강해져야 했다. 남편이 새로운 삶을 살듯, 그녀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나는 내 아이들과 함께 이겨낼 수 있어."
그녀는 그렇게 자신에게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