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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BAJUNG May 05. 2023

창업에 대한 고찰

창업일기 #1 - 2019년 4월 10일


세대Generation가 변하면서 많은 용어가 바뀌고 있다. 그 중 내가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START UP이라는 용어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나오는 바로 스타트업의 뜻은 ‘신생 창업기업을 뜻하는 말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보통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기술과 인터넷 기반의 회사로 고위험 · 고수익 · 고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라고 나온다. 특히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 이상인 기업은 유니콘Unicon이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인 기업이 우리가 잘 아는 우버Uber나 에어비엔비Airbnb가 있다.(국내에선 최근 토스toss라는 앱을 만든 회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유니콘 기업 후보로 뜨고 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스타트업이란, 즉 사업을 말한다. 그런데 어감이 참 많이 다르지 않은가. “나 사업 준비 중이야”와 “나 스타트업 준비 중이야”나만 그렇게 들리나?


지금 세계는 바야흐로 창업시대다. 우리나라에서도 한해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생겼다 사라진다. 한 통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탈(VC)은 2018년 10월 기준 133개로 늘었고, 2017년 투자 유치 및 인수합병 건이 총 454건(투자 425건, 인수합병 29건)이라고 한다. 또한 2019년도 정부 창업지원 사업 규모는 총 1조 1,180억 원이라고 하니 적지 않은 금액이다.(출처: 2019년 정부 창업지원사업 현황 정리, 플래텀) 이러니저러니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는데 필경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온 나라가 나서서 청년들의 창업을 장려하고 고무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라. 내가 몇 년간 적어왔던 주체적인 삶의 끝이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본격적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 돌아와서 최근에 적은 거의 모든 글에 내 나이가 언급됐다는 것이다. 나이가 나이다보니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글에도 넣어보자면, 회사 때려 치고 여행 다녀와서 서른둘에 창업을 준비하는 내 모습을 보는 어머니의 걱정이 적지 않다(아버지는 아직 모르신다. 계속 책만 쓰는 줄 아신다. 기회가 되면 말할 텐데 지금 말하면 죽을지도 모른다). 대부분 내 또래의 친구들은 진급하고 경력을 쌓거나,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고 스펙을 쌓는다. 더 좋은 조건에 이직한 친구들도 있고, 부모님의 회사를 다니며 매년 진급하는 친구도 있다. 그런 걸 보면 불안하거나 조급하지 않느냐고, 나 스스로에게 물은 적이 있다. 놀랍게도 내 대답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었다.


창업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자면, 지금 우리 시대에 창업만큼 매력적인 스펙도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창업을 하겠다고 결심하면 눈앞에 수많은 걸림돌이 지뢰밭처럼 펼쳐진다. 가장 먼저 무슨 아이템으로 할 것이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어떻게 하고,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이런 고민이 끝난다고 한들 문제는 줄어들지 않고 더 많아진다. 아이템을 함께 실현시킬 팀은 어떻게 꾸릴 것이고, 사업계획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며, 정부지원사업은 어떻게 받는 것인지. 팀원 간의 지분은 어떻게 정할 것이며 사무실은? 마케팅은? 자금은 충분한가? 그렇지 않다면 투자자는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당장 생각난 몇 가지만 적어봤는데도 수두룩하게 나온다. 더 소름끼치는 사실은, 나열한 이 모든 고민을 끝낸 때가 이제 창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토론대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고수 진중권이 한 말이 참 인상 깊었다. “여러분의 스펙은 대부분 아무런 쓸모가 없어요.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건 스펙이 아니에요. 남들과 다를 용기,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걸 딛고 일어나려는 용기. 여러분은 그냥 스스로가 두려움에 쩔어 있는 거예요.”나는 창업이 어떻게 보면 ‘리스크 없는 배팅’이라고 본다. 결과가 실패나 성공,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잃을 건 없고 얻을 것만 있다(이 부분에 대해선 다른 의견이 많겠지만 어디까지나 내 입장을 말한 것이다. 나는 여행과 창업을 위해 어떤 책임의 소지(대출이나 결혼 등)도 남겨두지 않았다). 내가 창업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게 공부해도 끝이 없다는 것이다. 경영부터 시작해서 의사결정법, 팀 빌딩, 최신 기술(블록체인, AI, 딥러닝, 빅데이터 등)과 산업 트랜드, 지식재산권, 사업계획서, 설득의 기술, 투자받는 법 그리고 아직 공부하진 않았지만 세무, 회계, 법률 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스펙은 창업이라고 본다. 누군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할 일을 만들어내서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해본 사람만 안다.


나는 최근에 꽤나 복잡한 난관에 봉착했다. 아이템을 만들어 팀 빌딩을 하고 구체화시키는 과정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다가, 사전조사의 부족함으로 인해 아이템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함께 하기로 해준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면목이 없어 이틀 밤을 설쳤다. 자면서도 머릿속에선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했고, 깊이 잠들면 악몽을 꿨다. 다음 글에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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