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 #2 - 2019년 5월 11일
안녕하세요, 바바정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며칠 동안 수많은 일이 해일처럼 몰아쳤어요. 그중 가장 큰 변화는 거처를 옮긴 것입니다. 본가에서 차로 고작 10분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이지만, 그래도 아늑한 사무실 겸 침실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이제 저는 일 년 동안 이 공간에서 창업을 꿈꾸고 책을 제작하는 모든 생산적인 일을 할 예정입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일은 공간을 깨끗이 하는 것이에요. 매일 아침 일어나면 가장 먼저 침대를 정리하고 옷가지를 단정히 포개 옷장에 넣습니다. 이틀에 한 번은 거실과 방을 청소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화장실까지 청소해요. 설거지는 가능한 그때그때 끝내려고 노력합니다. 성공으로 가까워지기 위한 최소한의 마음가짐이라 생각해요. 그럼 전에 적었던 내용에 이어 창업일기를 적어볼게요.
우리의 첫 창업 아이템은 ‘여행 일정 공유 플랫폼’이었다. 어렵사리 계획을 세워 재미있게 다녀온 여행 일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함으로써, 여행 일정 공유자는 자신이 다녀온 여행을 기록할 수 있고 여행 일정 사용자는 복잡하게 여행 계획을 세울 필요 없이 공유자가 다녀온 여행 일정을 그대로 따라 갈 수 있다는 게 주요 취지였다. 이것은 내가 배낭여행을 할 때 직접 사용했던 방법으로(해당 여행지를 다녀온 사람의 블로그를 확인한 후 마음에 들면 그대로 베껴서 다녔다), 시간이 없고 귀찮을 때 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획기적인 여행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이 아이템은 하루아침에 그야말로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사전조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면 알아볼 만큼 충분히 알아봤다’고 했다. 함께 진행할 팀원들에게도 ‘내가 샅샅이 뒤져봤지만 같은 기능의 여행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아’라고 확신했다. 나는 일단 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빨리 진행해서 프로토타입의 상품을 런칭하고, 시장의 반응을 살피면서 유연하게 고쳐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무리한 발상이었다. 그러던 중 나는 우연히 알게 된 한 형님에게 우리가 기획 중인 여행 플랫폼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했다. 가만히 듣던 형님은 헤어지고 나서 내게 세 개의 글과 몇 개의 여행 플랫폼을 소개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글을 읽어보고 여행 플랫폼을 확인한 나는 좌절했다. 형님이 소개해준 여행 플랫폼에는 내가 생각한 기능이 똑같이 구현되어 있었고, 그런 플랫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심지어 플랫폼을 만든 각각의 회사들은 몇 년째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어떻게든 수익 모델을 찾느라 정체성마저 흐려져 있었다. 그리고 형님이 보내준 세 개의 글에는 ‘대한민국에서 여행 플랫폼 사업이 흥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직설적으로 적혀있었다.
결정적으로 여행 일정 공유 플랫폼은 사업성이 없다는 게 판가름났다.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는 창업자가 너무도 쉽게 생각하는 수익모델이 광고다. 나 역시도 별 생각 없이 광고를 초기 수익모델로 정했다. 가장 신중하고 면밀하게 고려해야 할 수익모델을 단순히‘트래픽이 많아지면 광고가 들어오겠지!’하고 여긴 것이다. 이후 플랫폼이 더욱 활성화되면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여행 일정을 여행사에 판매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공상空想에 가까운 허무맹랑한 착오였다. 일단 사람들은 자기가 실제로 여행을 계획할 때 말고는 여행 플랫폼에 접속하지 않는다. 나조차도 배낭여행이 끝나고 여행 관련 앱(APP)을 모조리 삭제해놓고는, 누굴 떠올리고 사람들이 평소에도 여행 플랫폼에 접속할 거라 생각했나 싶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광고주 입장에선 여행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트래픽 뭉치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로 생각했던 인기가 좋은 여행 일정을 여행사에 판매하겠다는 수익모델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에러다.
실패 아닌 첫 실패를 겪고 나서는 좌절감에 며칠간 헤어 나오지 못했다. 책 인쇄 문제로 인쇄소에 다녀왔던 때와 비슷한 절망감을 맛봤다. 무엇보다 나를 믿고 따라와 준 팀원들에게, ‘알고 보니 우리의 아이템에 사업성이 전혀 없더라’고 말한 후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그 후로 나는 운동도 가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운 아이템을 미친 듯이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성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커다란 벽 앞에서 너머를 보려는 듯 막막하고 답답했다. 내가 불편한 게 뭐가 있을까, 사람들은 무엇을 불편해할까. 나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정말이지 세상에는 없는 게 없다.
나는 어머니를 보던 중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이른바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에서 기회를 엿본 것이다. 사업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 제한을 두지 않고 시장조사를 면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요즘 느끼는 기분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일주일 중 하루는 일 좀 하는 것 같고 나머지 6일은 뭐하는 건가 싶다. 아무리 주말까지 일을 해도 백 원 한 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보통 멘탈 싸움이 아니다. 다음 글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니어 비즈니스 아이템에 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