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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BAJUNG May 05. 2023

시니어 비즈니스

창업일기 #3 - 2019년 6월 5일

새로 고안한 시니어 비즈니스에 관해 글을 적겠다고 한 게 저번 달 11일, 벌써 3주가 지났다. 이제야 글을 올리는 난 그동안 뭘 했나? 부끄럽게도 딱히 했다고 할 만한 게 없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희망에 찼다가 좌절했다는 정도.


UN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 되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 되면 고령사회, 20% 이상이 되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주가 되어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2025년에는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노인인구의 증가와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긴 노년기를 보내야하는 현실에서 노후의 경제생활, 여가활용문제, 노인인력활용, 사회복지서비스 등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변루나 외, 2011), 노인들은 건강악화, 사회적 고립감과 소외감, 경제적 수입절감, 역할상실, 긴 여가시간 등으로 우울, 무력감 그리고 사회적 고립 등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노후 활동에 대한 사회적 부적응으로 인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남기민, 2006).
(출처: 액티브시니어의 사회활동과 여가활동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김진엽)


내가 처음 생각했던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히 말해 ‘50+세대를 위한 온오프라인 복합문화 플랫폼’이었다. 조사해보니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체험 및 액티비티 상품은 2030세대를 타깃으로 몰려있었다. 50+세대의 정신적,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체험 및 액티비티 상품은 없어보였다. 아니 만약 있다고 해도 내가 찾기 어려울 정도인데 50+세대 시니어들이 과연 그런 상품을 찾아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력이 있는 계층에게 서비스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전 실버세대와는 달리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금력과 소비력이 강해지면서 시니어 소비시장의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50+세대 중에서도 활동성이 있는 액티브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체험 및 액티비티 상품을 판매한다면 분명 사업성이 있을 것 같았다.


딱 여기까지 생각한 게 저번 달이다. 그런데 나는 이 아이디어를 두고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여전히 어떻게(How?)에 머물러있다. ‘그래서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건데? 50+세대의 정신적,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체험 및 액티비티 상품이 뭔데? 홍보는 어떻게 해서 시니어를 플랫폼에 모을 거지?’ 시니어 분야에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라 도무지 무슨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시장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 비즈니스 모델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일단 정부 및 지자체에서 복지 개념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너무도 많았다. 최근에 나는 현장조사 차원에서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 다녀오고 나서 무기력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이거 하나였다. ‘이렇게 크고 훌륭한 시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데 이걸 내가 어떻게 이기나…’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중앙에 본부, 동서남북에 캠퍼스를 하나씩, 그리고 여러 개의 센터를 곳곳에서 운영한다.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인생이모작지원센터가 충분히 훌륭하게 무료로 제공된다.


사실 이쯤에선 거의 포기 상태까지 갔었다. 또 시작하지 못하고 나는 그렇게 포기를 고민하고 있었다. 정부에서 저렇게 돈을 쏟아부어가며 시니어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어떻게 내가 저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드나, 하는 생각에 좌절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저렇게 훌륭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데도 시설을 이용하는 시니어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며칠간 아침에 일어나면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기력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조사를 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현장조사를 하면 오히려 자괴감만 들었다. 시니어 비즈니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룬 사회적 기업, 또는 비영리 단체가 많았다.(나는 영리를 위해 창업한다) 이걸 시작하는 게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니 사실 오늘 낮에 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시작 지점에 서서 달려보지도 않고 자꾸만 경기장을 퇴장하고 있다. 저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러려고 하고 있다. 우승을 하자는 게 아니지 않나. 처음이니 한 바퀴라도 돌아보자. 성공이 아니라 의미 있는 실패를 하자. 정부의 거대 자금이 보지 못하는 세밀한 부분을 파고들어, 딱 0.1%의 시니어만이라도 내 고객으로 만들어보자.


내가 집중한 부분은 바로 ‘저렇게 훌륭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데도 이용하는 시니어가 없다는 것’이다. 바로 무료이기 때문에 시니어가 가지 않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집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데 굳이 돈을 내고 유료 독서 모임(트레바리)에 나가는 이유, 집에서도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는데 굳이 돈을 내고 헬스장을 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의미 있는 지불을 함으로써 스스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의지를 사는 것이다. 여전히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시니어들에게 유의미한 지출을 만들어 의지를 만들고, 우리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그 미약한 시작으로 나는 시니어 커뮤니티를 모아서 운영해볼 생각이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이러한 나의 생각을 전하고 시니어를 모아 가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 계획이다. 일단 10명 모으기부터 시작이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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