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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BAJUNG May 05. 2023

정부지원사업 예비창업패키지 불합격, 그리고 느낀 점

창업일기 #9 - 2019년 7월 21일

요즘은 그 어느 시기보다 시간이 빠르게 지남을 체감한다. 승무원 시절 장거리 비행 다녀오고 DO(Day off) 이틀 쉬면 일주일 훌쩍 지나있던 그때보다도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다음 달 13일이면 여행에서 돌아온 지 어느덧 1년이다. 회사를 그만둔 지는 벌써 2년이 다 돼간다. 수입 없이 2년째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월요일에 예비창업패키지 최종결과가 나왔고 나는 예상했던 대로 떨어졌다.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노트에는 분명 ‘떨어진 경우와 붙은 경우에 대비한 계획을 모두 세우자’라고 적어놓고는, 어째서 나는 붙은 경우의 계획만 생각했던 걸까. 합격하면 외주업체를 선정해 UX/UI개발을 의뢰하고, 플랫폼 개발은 자체적으로 진행하면서 공급자와 사용자를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러나 불합격통보와 함께 모래성 같은 나의 멘탈은 또다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심사위원들이 나를 선정에서 제외한 주요 평가 요지가 메일로 날아왔다. ‘콘텐츠 전략과 마케팅 전략 등 보완이 필요. 실질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운영하는데 상세적인 실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임’ 평가 전문은 조금 더 길었으나 어쨌든 주요 요지는 이 정도로 추릴 수 있다. 나는 심사위원에게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다시 한 번 예비창업패키지에 지원할 생각이다.


이번 정부지원사업을 지원하면서 느낀 바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정부지원사업을 단순히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으려는 목적으로만 지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지원사업은 그 자체로 훌륭한 창업 공부가 될 수 있다. 먹히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을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사업 아이템은 처음보다 상당히 구체화되어있을 테다. 그러나 발표를 준비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엘리베이터 피치가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구체화되어있지 않다면 발표 자료는 쉬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과정에서 심도 있는 고민을 통해 추가적으로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어떤 영업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다수의 심사위원 앞에 서서 발표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미리 해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여기서 합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행여 나처럼 떨어진다 하여도 심사위원들이 부족한 부분을 피드백해주니 무료로 창업 컨설팅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창업을 꿈꾸는 이들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직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무조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떨어졌다고 다음에 같은 아이템으로 또 지원 못하는 거 아니니 말이다.


두 번째로는 정부지원사업에 합격하기만 바라보고 있다간 정말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하는 것은 정부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행위와 같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템이 상당히 괜찮고 나는 이걸 해낼 자신이 있으니 내게 투자를 해보라고 제안하는 셈이다(정부가 내게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세금과 일자리 창출이 된다). 그리고 창업이라는 건 수많은 거절의 연속이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에 고작 한 번의 거래가 무산된 것뿐이다. 결과야 어찌됐든 거래를 시도라도 해봤으니 축하할 일이 아닌가! 정부지원사업, 투자 제안, 그리고 앞으로 직면하게 될 수많은 거절은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돌아가는 백그라운드처럼 여겨져야 한다. 사업 진행은 거절에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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