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 #11 - 2019년 8월 30일
예비창업패키지 관광분야에 최종 선정되어 사전교육에 다녀왔다. 한국관광공사 주관 선정 팀 22명을 포함하여 4차 산업 분야까지 약 7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팀원과 함께 온 사람들도 있었으니 그 이상은 됐으리라. 오전 9시 동대문 베스트웨스턴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사업화자금 지원과 관련된 금융 업무를 일괄적으로 마친 후 사전교육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낀 몇 가지를 예비창업패키지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적어본다.
1. 팀 창업 가점 2점은 작은 점수가 아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 팀을 다시 한 번 설명해보겠다. 우리 시니어그라운드 팀은 총 3명이다. 잡일을 모두 맡아서 하는 내가 있고, 훌륭한 개발 팀원 두 명(Back-End, Front-End)이 있다. 그러나 개발에 참여하는 친구 둘은 아직 회사를 퇴사하진 않았고 주말을 이용해 개발을 진행하는 ‘간접참여’ 형식이다. 아마 우리와 같은 상황의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팀 창업 가점에 대해 궁금하고 걱정이 많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팀 창업 가점 2점은 굉장히 큰 점수이다. 예비창업패키지 점수가 1~2점 차이로 갈릴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선정은 소수점 단위로 갈린다(사전교육장에 가서 들은 ‘카더라’입니다만,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 적었습니다). 실제로 사전교육 중 한 담당자님께서 ‘팀 창업 가점 안 받으신 분만 손 들어보세요.’라고 하자 20% 정도 되는 인원만 손을 들었다. 이 부분만 봐도 팀 창업 가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예비창업패키지가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임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2. 그렇다고 아무나 껴서 팀을 만들고 지원했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생각보다 지원금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전교육에 가서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팀 창업 가점을 위해 좀 있어 보이는 백그라운드를 가진 친구들을 2명 3명씩 팀원으로 넣어서 지원한 분들이 계셨다. 이 분들은 지금 어떤 문제에 봉착해있냐면 지원금으로 팀원들 인건비도 다 못 뺀다는 거다. 심지어 플랫폼을 개발해야 하는데 같이 지원한 팀원 중에 개발 인력이 없다면 이건 정말 예비창업패키지 협약을 맺기도 전에 포기하는 게 낫다고 봐도 될 정도다.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지원금을 대입해보겠다.
예비창업패키지 평균 지원금 수령액이 4,500만 원 정도 된다. 사업설명서에 그렇게 쓰여 있는 걸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당신이 사업계획서에 1억을 쓰던 7,000만 원을 쓰던 아무튼 평균적으로 4,500만 원 정도의 지원액이 나온다. 물론 당신 아이템이 너무 훌륭하고 팀원도 능력이 정말 좋아서 지원금 1억을 다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삼성, 카카오, 네이버에서 의기투합해 나온 기획개발 인력이 최신 기술로 혁신적인 아이템을 개발하겠다.’정도는 돼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5,000만 원 넘으면 잘 받은 거고 나머지는 대부분 그 이하라고 봐도 좋다.
자, 여기서 팀원이 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보자. 지원금 4,500만 원 중에서 일단 기본적으로 팀원 인건비가 2,500은 빠진다고 봐야 한다. 협약 내용 중 ‘선정 시 조정되는 협약금액과 관계없이 협약체결 후 3개월 이내에 팀원을 모두 채용하여 하고, 미이행시 선정 취소 및 전액 환수 조치’라는 조건이 있다. 예비창업패키지에 합격했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그때부터 정말 발등에 불 떨어진 거다. 바로 사무실 구하고 회사 세워야지, 팀원 채용해야 하지, 남은 돈 2,000만 원으로 어떻게든 개발, 마케팅 진행해야 하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을 거다. 그런데 만약 팀원이 2명이라면 그건 정말 낭패다. 지원금을 전부 인건비로 써야 하는데 설상가상 외주로 개발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낫다. 그래서 팀 창업은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3. 나머지 잡다한 정보를 두서없이 전달해본다.
– 기본적으로 대표 자신도 자본금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법인 설립할 때 필요한 자본금 정도는 대표가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 지원금은 공급가액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부가세는 대표가 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법인 자본금 + 잡다한 비용 및 생활비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유지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우리 시니어그라운드팀 상황을 이야기해보자면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우리는 팀 가점을 받지 않고 선정되었기에 협약 종료일 2개월 이전에만 사업자를 내면 된다. 내년 6월에 협약이 끝나니 늦어도 4월까지만 사업자를 내면 되는 것이다. 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예비창업패키지를 하는 동안에 채용 없이 진행하기로 했기에 가장 큰 비목인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 우리 팀원은 현재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사이드로 시니어그라운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고, 나는 1년간 월급 없이 시니어그라운드에 올인하니 이대로 회사만 잘 커준다면 서로 Win-Win인 셈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는 정부지원금을 무척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시제품 개발은 당연한 거고, 마케팅 비용에 꽤 비중 있는 금액을 할당하여 예비창업패키지 협약 기간 내에 실제 고객까지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무엇이 내 예상대로 흘러가랴! 어디선가 분명히 문제는 터질 것이고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러 방방곡곡 뛰어다닐 것이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준비된 사람에게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다. 자기 생각에 사업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면 지원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운이 좋아 선정될 순 있으나 그게 오히려 독이 돼서 돌아올 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