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망은 하늘과 함께 있어야 해
Maman by 루이즈 부르주아
"작가는 불우했던 삶을 살아낸 자신의 어머니를 거미 형상으로 표현했다"까지만 듣고 작품 앞에 섰는데, 마음보다 몸이 먼저 무장을 해제했다. 눈물이 더 빨리 반응하고 말았다.
차마 괴기스럽다고 흉물스럽다고 말할 수 없었다. 가녀린 다리로 어떻게든 알을 지키려는 처절함. 그것은 모성만이 가질 수 있는 위대함이기에 '마망은 하늘과 함께 있어야 해.'
무릎을 땅에 대고 마망을 하늘에 닿게 했다.
어릴 적 가게 앞에 누추한 행색으로 서 있는 엄마를 창피해한 적이 있었다. 트럭을 타고 지나가는 아빠를 모른 척한 적도 있었다.
가녀린 힘으로 어떻게든 버텨내던 나의 처절한 마망은 이제 내 가슴속에 뜨거운 철사로 남아 한 번씩 가슴이 아리다. 마망이 품고 있던 알이 이제 그 가슴에 마망을 품고, 또 그 자식의 가슴속에 마망으로 들아간다.
비단 모성뿐이겠는가. 누구나 간절한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해 버티고 버티며 살아간다.
안도현 시인의 시 '스며드는 것'이 떠오른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