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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Dec 15. 2023

충분히 좋아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

인생은 공평하지가 않다.

.

.

.


그것을 받아들였다.



서로가 타고난 것이 다르다. 때론 나만 너무 갖춘 게 없는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든다. 자존감이 낮을 때는 모든 게 모자라게 보인다. 남들이 아무리 '너는 이런 이런 게 훌륭해'라고 말해 줘도 들리지가 않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가진 것이 없는 자'가 되어 자기 파괴적인 생각만 계속 반복한다.


외모, 체격, 체질, 부모로부터의 부에 관한 마인드셋, 공부하는 머리, 예체능 잘하는 능력 어쩌면 모든 것이 타고난 일이 아닐까? 내가 의지를 갖고 잘해보려 아무리 애써도 가 닿지 않는 노력은 아닐까? 그런 물음에서 나는 이제 묻기를 멈추고 내 안의 답과 만났다.


"인생은 분명 공평한 게임이 아니다."

자기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모를 때는 말이다

그러니, 어디에서 무엇으로 게임을 할 것인지 잘 선택하면 된다."


남들보다 폐활량이 좋지 않은데 수영 선수로 세계권에서 잘 나가가 싶어 하는 것은 스스로를 고통으로 밀어 넣는 일이다. 영어와 같은 언어에 탁월한 사람이 수학적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에 종사하면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모습이 돼 버린다. 물을 좋아하고 물속에 살아야 하는 물고기에게 나무 오르기를 잘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즐거워하고 잘하는 사람일까?"

멈춰서 스스로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나는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언제 가장 나답게 머무는지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많은 마음의 병은 자신을 모르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자기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프게 된다.


재차 질문을 해본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았는가?

그래도 여전히 인생 게임에서 성공적이지 못한가?

자꾸만 무너져 내리면서 강인하지 못하고 어떤 것에도 두드러지게 잘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한가?


이것이 나였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는데 여전히 인생은 잘 풀리지 않으며 자꾸만 무너져 내리는 나.

한심하다.



분명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았는데.. 왜 내 인생게임은 이모양이지?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수입의 측면에서는 성공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점점 나이가 들고 외부 강의를 한창 하던 시절처럼 할 자신도 없다. 불안정하고 마음이 힘들 때는 일도 잘 안된다. 내 마음은 뭐가 문제일까? 자꾸만 마음이라는 동굴에 들어가서 나오기가 싫다. 일이 하기 싫다. 살기가 싫다 그냥.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

뭘 해도 내가 못마땅한 나.


그런 내가 내 안에 있는 한 나는 그 어떤 성공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를 알아차렸고 마음공부에 진심이 되어버렸다. 아빠처럼 알코올중독에 무서운 암으로 고통받으며 죽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뜨겁게 살다가 가고 싶은 내가 여전히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사랑받고 싶은 나와 사랑받지 못하는 나 사이의 괴리감이 내 우울증과 불안증으로 나타나 존재를 알아봐 달라 말을 걸었다.



나도 아빠처럼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애정을 듬뿍 얻고 싶은 내면아이가 있음을 알았다.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아무리 영어라는 나만의 무기로 잘난 척을 해보려 해도 잘 될 리가 없다. 내면이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겐 애정적으로 뻥 뚫린 공간이 있었고 그 공간에는 슬픈 내면아이가 나만을 기다리고 있다. 자기 좀 봐 달라고, 그 어떤 모습의 나라도 좀 예뻐해 주면 안 되겠냐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나를 기다리던 것이었다.



지금 그 내면아이와 만나는 작업을 수차례 하며 더 큰 내가 되어 간다. 영어를 잘하지 않아도 글을 정말 기깔나게 잘 쓰지 못해도 괜찮다고 봐주는 내가 있다. 부지런해져도 좋지만 때론 게으른 나도 충분히 사랑스럽다. 매일 책을 읽는 나도 멋지지만 책을 한 글자도 읽지 않은 날의 나도 괜찮다. 내 안에 사랑만 가득 채워져 있다면 다 괜찮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진심을 다해 자신을 자랑하고 그 힘으로 또 남을 사랑하는 일일 것이다. 나는 작은 깨달음을 안고 미소 지을 수 있었다.



"그래, 인생은 공평하지 않아.

나는 그녀들처럼 자산가 시부모가 있지도 않고, 부동산 투자도 못해..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다니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나는 다른 무기가 있어. "



마음 돌보기에 진심이고, 공감력이 남다르며, 영어를 사랑하고, 배움에 열려 있으며 나만의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지. 힘들 때마다 자기 사랑이라는 등불을 켜고 용감하게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며 살고 싶지 않은 무기력한 날에도 작은 감사를 떠올려 다시 의미를 찾았지..


살고 싶지 않은 날엔 그냥 무기력하게 있어도 좋다고 말하는 내가 되기까지, 나는 참 애쓰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구나.. 어떻게든 나를 사랑할 거야. 어떻게든 삶이 되어 오늘도 살아 볼게. 비가 내리는 오늘을 사랑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해. 나의 안부를 물어오는 너를 사랑해. 따뜻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사랑해. 지금 이대로 충분해. 더 필요한 건 없어. 그저 삶에 감사해..


충분히 좋아..



오늘도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내가 비가 되고 비가 내가 되어 내리는 이 순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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