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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도 재능? - 드럼을 치며

어떤 깨달음 한스푼

by 커리어 클래스

"Young님, 진짜 연습 열심히 해요 누가 와서 연습하고 있나 확인해 보면 Young님이라니까요."

원장선생님이 드럼선생님에게 내가 열심히 연습한다고 칭찬한다.

선생님은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안다며
- 상위 1%(연습생)이죠.

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아….. 쑥스럽다….
지금 연습하는 곡은 크리스마스 송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드럼으로 친다니 정말 기뻤지만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서 이번 곡은 패스가 어려울 것 같다. 빠르기가 150의 곡인데 내게 어렵다고 판단한 선생님은 빠르기 140으로 연습해 오라고 했고 그 속도에 맞춰서 하는데도 실수가 잦았다.

매주 한곡씩 마스터해 왔지만 이번 곡은 이번주에 패스하기 어렵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것보다 마음에 걸리는 건 원장선생님은 내가 연습을 많이 했다고 칭찬하셨는데 레슨시간에 연습한 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지난주 레슨 때보다 실력이 올라갔을까? 기대만큼 못 하면 어쩌지? 아무도 기대를 안 하는데 혼자 걱정이다.
그 마음을 담아서 드럼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한다.

- 제가 예전에 드럼 선생님들(10개월간 드럼선생님이 무려 3번 바뀌었다!)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을 들었던 건 어쩌면 연습량 때문이 아닐까요.


연습 때문에 늘어난 드럼실력이 재능처럼 보인 것이 아니냐는 고민을 내보인다.

선생님은
“아니에요. 연습과 재능이 같이 간 거예요(연습과 재능이 같이 어우러져서 실력이 향상된 것이라는 말).

라고 말하시고

잠시 후


(연습하는) 노력도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말을 건네신다.

위안, 감동과 깨달음을 동시에 얻는다.


드럼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노력도 재능이라는 말이 더 좋았다. 노력도 재능이라니......노력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 같아서, 어려운 것을 해낸 것 같아서 좋았다. 노력으로 실력이 향상되는 과정이 기분 좋고 뿌듯하고 만족했으면서, 노력은 과정인데 왠지 노력으로 이뤄낸 실력보다 재능으로 이룬 것을 높이 평가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있었나 보다.

순간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시험 보는 날 아침에 항상 듣던 레퍼토리.


한 아이가 말한다.
- 아, 나 공부 못 했는데

그럼 옆에 있는 애들이 한술 더 뜬다.


- 난 말이야 어제 공부 하나도 안 했어.


- 나도, 나도 공부 안 했어. 그냥 잤어.

공부 안 한 거 자랑질, 여자 아이들에 비해 남자아이들이 더 심했다.
공부하고도 하지 않은 척했다. 그들의 모습이 지금 떠오른 이유는 나도 그렇게 보이고 싶었나 보다.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잘 해내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거다.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공짜 심리가 내 안에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부끄러웠다. 노력으로 얻는 결과를 낮게 보고 재능으로 채워 넘치고 싶다는 마음을 아무도 모르지만 나에게 들켰다.

너, 고고한 척하고 있었구나?


재능에 있어서 금수저이고 싶었던 거잖아. 실력향상을 오롯이 노력으로만 채우고 싶지 않았던 거잖아. 노력으로 쟁취하는 것은 덜 아름답다고 생각한 거 아닌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부끄럽고 부끄럽다. 부끄러운 자신을 알아차리는 순간들은 놀랍고 고통스럽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일까.

노력도 재능이라는 말이 참 좋다. 노력이 더 소중히 다가와서 좋고, 노력은 덧붙일 수 있으니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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