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reaSeJin 코리아세진 Aug 06. 2019

"교육", 거대하고 조직적인 폭력?

한 고등학교의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나는 지난 2주 간, 한 고등학교의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강사로써 함께했다. "꿈과 삶"이란 제목을 지닌 이 프로그램은 학생 각자가 인문적 소양, 창의성, 독립성을 깨우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목적에 깊이 공감한 나는 "인생, 한바탕 신나게 놀아보자! - 꿈을 향한 거침없는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준비하고 진행했다. 그간의 삶과 경험을 총체적으로 요약하고, '교육'의 본질을 단순하게 정의했다. 그리고 교육과정, 강연자료 및 워크북(교재) 등의 콘텐츠를 직접 개발했다. 프로그램의 굵직한 흐름은 다음과 같다. 


- 교재의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을 적은 뒤, 친구들과 나누는 시간

- 서로의 생각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

- 미리 선정한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간

- 30분 내외의 짧은 강의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생각하고, 매사에 정해진 답만 구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why)'을 고민하고, 남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목표를 설정한 뒤 시간을 관리하고, 자신의 삶에서 지녀야 할 원칙을 설정하고, 이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교육의 궁극적인 효과는 결국 시간이 흐른 뒤 학생들의 삶을 통해 증명되겠지만, 첫 시간에 자기소개를 채 두 문장도 말하지 못했던 친구가 '앞으로 나의 인생을 어떻게 스스로 꾸려야할 지'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하고, 고등학교에 온 뒤로 공부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는 친구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다시 생겨났다."라는 피드백을 남겨주는 등 학생들의 직접적인 반응으로 미루어보면, 짧은 시간치고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주변 친구들에게 어느 정도 추천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의 NPS 척도, 무려 91점을 받았다!


그런데, 여전히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다. 

 학생들은 왜 방학기간에 학교에 나와있는 걸까? 개학까지는 무려 2주일이나 남았는데도 말이다!!! 무더운 여름 푹 쉬며 체력을 회복하고, 친구들과 한창 뛰놀며 이것저것 경험해야 할 여름방학인데도 불구하고, 고등학생들은 오전 8시에 학교에 나와 밤 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조금 더 알아보니, 대다수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이 잠시 영상을 볼 때, 나는 교실 뒷편을 서성거리며 게시판을 구경했다. 학생들이 쓴 자작시들을 보며 가슴이 턱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억장을 무너지게 하는... 몇몇 학생들의 자작시(함께한 친구들의 작품은 아니었다!)

"슬픈 학교생활"... "월화수목금토일 학교, 학원"...

프로그램에서 함께한 친구들도 사실 많이 지쳐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곧장 엎드려서 꿀잠자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안쓰러웠다. 나는 쉬는 시간을 10분에서 25분으로 늘려 푹~~ 자게 했다!! 이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는 게 아니라, 뭐라도 안 하는 게 진짜 중요하다. 꿈을 탐색하며 정의하고, 꿈을 향해 질주하며 넓은 세상을 무대로 삼아야 할 저 새싹들은, 학교/제도의 틀 안에서 피로에 찌들고 무기력을 학습해가고 있다... 이들의 미래, 이 사회 전체의 미래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걸까?


74조 9163억원


 2019년 한 해 대한민국 정부의 "교육"예산이다. 올해 국가 전체예산 470조원 가운데 약 8%인 60조원이 유아 및 초중등교육에  쓰이고 있다. 무지막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교육이 정말 큰 문제”라는데 깊이 공감한다. 어른, 청년, 어린이 가릴 것 없이 삼삼오오 모이면 '교육'이 대화의 중심주제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여 가계소비 중 연간 20조원의 어마어마한 금액이 사교육에 지출된다.(맞벌이 등으로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사회/경제 구조도 무시할 순 없겠다.) '한국의 교육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부모들은 아예 해외로  자녀를 유학보낸다. 

 도대체 왜? 왜??  


경쟁, 두려움, 불안... 어른의 무지가 아이를 망치고, 모든 사회를 병들게 한다. 


유독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한국사회, 아이들을 보육하는 부모님들의 가장 큰 심리기제는 두려움, 불안이다. 그런데 두려움은 알지 못함, 모름, 무지로 인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모르니까 두렵다. 모르는 게 뭔지 모르니까 더 두렵고 불안해진다. 그러다보니 남들이 하고 있는 것을 우르르 따라가게 된다. 잠깐의 위안을 얻지만 결국 도돌이표, 계속 불안하다. 교육에 대해 나름의 소신을 가져봐도,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결국 무릎꿇고 만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무엇을 보고 배울까?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온갖 것을 강요하고 본인의 욕심을 투영하는 한편으로 꿈, 너만의 고유한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혹은 뭐가되든 상관말고 일단 공부해서 성적올리라고 강요한다.) 그런데 그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정작 그들도 갖고 있는 꿈이 딱히 없다!! 또한 학교, 가정 등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강조하지만 정작 자기주도의 삶을 살아낸 경험을 지닌 어른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는 걸까??



"교육"이라는 이름의 거대하고 조직적인 폭력


 '교육'을 말하는 모두는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읊는다. 그런데 현재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들의 대학입학제도가 모두 다른 촌극에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꿈을 꿔야 할 아이들이 꿈꾸지 못하도록 가두고, 생각하는 힘이 아니라 생각자체를 못하게 만들고,,,

 이쯤 되면 국가, 교육제도, 교실, 가정은 자라나는 새싹, 청소년들에게 거대하고 조직적인 폭력을 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번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처음에는 자기소개도 머뭇거리던 친구들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뱉어내는 등의 의미있는 변화를 직접 보았다. 그들은 아주 짧은 설명과 자극에도 개념을 금방 이해했다!! 이 변화가 각자의 삶에 변곡점이 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길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나는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여러분, Never Give Up!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마세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가세요.  내 꿈을 펼치세요! 저도 여러분 생각하며 저의 길을 걸어갈게요. 응원할께요. 또 만나요!"


교실 뒷 편 게시판에 있던 한 학생의 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묵직한 생각이 머리를 짓눌렀다. 이제는 "교육"에서 펼쳐지는 악순환을 제발 끊어내야 한다. 언젠가 나의 아이도 "한국의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회 모두를 지치게 하고 '생각하는 역량'을 뿌리째 뽑아내는 이 "교육"은 언제, 어디서부터, 왜 시작된 걸까?  나는, 그 실마리를 찾아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립운동가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바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