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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Jun 27. 2024

K-아줌마는 당신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

책방지기 아줌마의 변명

아줌마 단어가 품은 억척스러움은 비교적 부정적이다.

여기저기 나대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아무데서나 급발진하고 지하철과 버스 같은 곳에서 가방 던지기를 불사하는 몰염치까지. 딸아이는 나랑 외출할라치면 한 손으로 연신 내 손을 줬다놨다하면서 좌불안석이다. 어느 시점에서 내가 발진해 타인의 일상에 끼어들지 몰라.


하지만 내 오지랖이라는 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길거리에서 누군가 두리번두리번거리고 있으면 다가가서 어디 찾느냐고 묻는 정도다. 또 물건을 사면서 혹시 조금만 깎아줄 수 있어요? 라고 슬며시 묻는 정도.

대개의 경우 내 체면 살려주느라  그런지  내가 무안하지 않게 다만 천원이라도  빼준다. 그러면 나는 의기양양해져서 딸애한테 야, 말하는 데 돈 드냐, 한번 말이라도 해보면 어때?



하루가 다르게 큰 빌딩이 올라가는 대로 이면, 옛 동네의 자취를 고대로 간직한 (이 동네는 무려 백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서울에서 백년이면 정말 상당한 기간이다.) 골목 한 귀퉁이, 낡은 건물에

책방을 열어놓고도 이런 성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거의 책방에 지박령처럼 붙어 있다보니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 하나하나가 다 귀하고 반갑다. 또 바깥세상 이야기도 궁금하다.


책방이 정적이기도 하고, 책을 매개로 찾는 분들이다 보니 성향이 비슷하다. 조용하고 잠잠하고....

손님이 오시면 조용히 둘러보게 두는 게 매너인 것을 잘 알지만  난 항상 궁금하다.

*어떻게 이 책방을 알고 찾아오셨는지

*어떤 책을 주로 읽으시는지

필요한 게 있으면 어련히 알아서 물을까, 자세는 모니터 집중 모드인데 눈은 불안하게 여지저기 책방 온갖 곳을 둘러본다.

*청소는 했나

*책은 잘 정돈돼 있나

*지금 깔린 음악은 적당한가  


호기심은 결국 5분을 넘기지 못하고 말을 걸고야 만다.



사실 나름대로 변명은 있다. 단순히 책만 교류한다면야 도서관이 더 적당하다. 쾌적하고 장서도 많이 비치돼 있고 심지어 공짜다.

동네 책방은 비좁고 책도 한정되어 있고, 이용료도 있다. 혹여라도 다른 손님이 있다면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그래서 통화라도 할라치면 밖으로 나가고, 나도 손님이 있으면 타자 소리를 최대한 줄이거나 삼간다.(가끔 컴퓨터 일을 할 때고 대부분은 책을 읽는다? ㅎㅎㅎ)

 

동네책방은 책 외에 다른 것을 나눈다. 그게 뭔지는 전부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책 외에 사람이 그리울 때 이야기가 고플 때, 책을 핑계로 슬쩍 게으른오후에 방문하시기 바란다.

K-아줌마의 전형인 책방지기가 해결할 수 있을 거 같다. 상담이나 조언이 아니라 그냥 잘 들어준다. 때로는 맞짱구도 치고 소설을 많이 읽은 깜냥으로 어지간한 이야기는 다 소화해 낸다. 얕고 넓은 공감대 장착 !!!

책방지기는 세월의 여파로 머릿속에 왕지우개가 굴러다니기 때문에, 용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신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순간 깔끔히 소각되는 편리함과 안전감이 있다. 

그래도 느낌이 남으면 어쩔 수 없다. 써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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