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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피 Feb 20. 2021

클루지-맥락기억

기계의 경우 특정한 주소에 특정한 정보를 저장해둔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이 정보는 언제나 같은 위치에 존재하며 그 정보를 꺼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는 기계와 달리 맥락 기억에 의존한다. 빠르게 핵심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생존에 유리하고, 그 외 세부적인 내용들은 두루뭉술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기억이 저장된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어, 정보를 갱신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은 리모컨의 위치를 까먹고는 한다. 최근의 기억과(새로운 기억) 평소에 리모컨을 놓던 장소에서(익숙한 기억) 혼선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아침에 과자를 먹었다고 치고, 나중에 어떤 과자를 먹었는지를 생각하려 한다면, 과자의 종류라는 기억 하나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의자에 앉아서 과자를 먹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처럼 꺼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기억은 맥락과 단서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날 아침 비슷한 의자에 앉아 비슷한 과자를 먹게 되면 기억에 혼선이 오고, 종종 인간의 기억들이 서로 뒤엉켜 섞이게 되어 신빙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이러한 기억의 헛점을 이용하면 질문을 하는 사람이 법정에서 증인을 조종해 왜곡할 수도 있게 된다.

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가 얼마나 빠르게 달렸었나요? 라는 질문을 한다고 했을 때, 어떠한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사람의 기억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박살이 났을 때 얼마나 빠르게 달렸나요' 라고 질문하게 될 경우 증인은 그 속력을 빠르고 공격적이게 증언하고 '자동차가 접촉사고가 났을 때 얼마나 빠르게 달렸나요'라는 질문을 할 경우 그 자동차의 속력을 낮춰서 말할 것이다. 핵심 단어는 박살과 접촉이다. 이 두 단어가 증인의 기억을 왜곡 시킨다.


사람은 컴퓨터와 달리 정보를 얻었을 때, 그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는 지를 인식하지 못 한다. 그래서 법정에서 들었던 박살, 접촉이라는 단어와 본인의 기억속 자동차의 속력이 섞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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