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현민 Jan 13. 2022

어설프게 똑똑하면 불행한 이유

때로는 무식함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

누군가 그랬다. 소처럼 열심히만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택에 기로에 섰을 때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대학원 진학 후 공부를 하며 생업을 위해 대학교 조교를 했을 때, 내 지도교수님은 항상 연구실 청소를 시키셨다. 연구실이 빛이 나도록 청소하는 것이 내 연구 실력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하면 책상에 빛이 날까, 휴지통을 더 깨끗이 닦을까'가 아닌, 연구실 책상을 치우면서 교수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지 등 나에게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나에게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하러 왔지 연구실 청소나 하러 왔을까. 연구실 청소할 시간에 책이라도 한 번 더 보는 게 나한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어설픈 셈법으로 머리만 굴리면 더욱 괴롭기만 하고 도움은 하나도 안 된다. 희생이라곤 1만큼도 하기 싫고 자기 이득 취할 것만 취하려고 하는 어린아이를, 그 어떤 어른이 좋아할 수 있을까. 물론, 상위 1% 학생이라면 정말 그 시간에 공부를 해서 실력으로 모든 걸 입증해버릴 것이다. 자기를 되돌아보았을 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어설픈 셈법은 집어치우고 정공법으로 가자.


때로는 소처럼 열심한 사람들이 사랑을 받는 경우가 있다. 연구실 청소를 시켜놓았더니, 자기 일이고 뭐고 연구실만 박박 닦고 있는 것이다. 속이 터져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청소는 그만하고 이것 좀 와서 보라고 하는 것이다. 때로는 무식함이 사랑을 받을 때이다. * 부정적인 의미의 '무식함'이 아닌데, 달리 표현할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나중에라도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면 수정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어설프게 머리 굴려봤자 필드엔 이미 고수들이 활개 치고 있고 그 어설픔으론 이도 저도 안 될 뿐. 어느 정도의 희생은 투입되어야 하고 그 희생을 바탕으로 현명함이 필요하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남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대신해주고 해야 그 사수도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자기 이익 취하려고만 하면 잘해도 그뿐, 오래가질 못한다. 어설프게 똑똑하면 불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위 1%가 아니라면, 평생 꽃길만 걸을 것이 아니라면, 때로는 무식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오늘 내 발목에 묶여있는 밧줄의 말뚝을 뽑아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