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난 지금이라도 계속 과거를 훑고 있다.
발명품들을 보면, 참 기발하다 생각이 들지만서도 그렇게까지 대단한 건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저기에 관심이 있었다면 저것 정도는 내가 발명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첫 번째 깃발이 어려운 법이다. 비단 발명에서뿐만 아니라, 정치나 처세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실패한 처세에 있어서 성공한 다른 케이스를 보면, 아 내가 왜 저렇게 생각을 못 했을까. 왜 저런 처세를 못 했을까.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닌데 싶다.
항상 지나간 것은 쉬워 보인다. 그게 그렇게 쉬워 보인다면, 그럼 그다음 것을 맞춰보아라. 혹은 행해보아라. 쉽지 않다. 남들이 해놓았으니까 쉬워 보이는 거지, 그다음을 생각하자니 막막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조차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래서 과거가 중요하다. 기록이 중요하다. 역사를 보면 웬만한 것은 다 있다. 내 앞을 알고 싶고 나의 처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과거의 기록을 보고 힌트를 얻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다.
과거를 훑다 보면, 분명 나와 같은 상황이 있다. 100% 똑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결이 비슷한 사건과 상황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을 현재에 대입해 보라. 그것을 나에게 필요한 것으로 치환해 보라. 분명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그 영감으로 요리를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나와 비슷한 상황을 발견했다 쳐도 그것으로 새로운 발명을 하긴 쉽지 않다. 다만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뿐이고 조금 머리가 돌아간다면 당장의 처세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기발한 아이디어나 몇 수 앞을 내다본 듯한 처세를 하긴 쉽지가 않다. 난 그 상황이 아직 과거를 전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과거에 존재하는 무수한 상황들을 이해하고 통계가 쌓이다 보면 나중엔 미래를 앞서나간 듯 보일 것만 같은 영감, 그리고 그것을 이행할 세부 작전까지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난 지금이라도 계속 과거를 훑고 있다. 당장 무언가 결과물이 나올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훑다 보면 분명히 심봤다 외치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