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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현민 Dec 11. 2023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내 몸이 나만의 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어

SNS를 아무 생각 없이 쭉 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 물론 그들도 복합적이고도 다양한 이유로 나를 선택했겠지만 그들이 나를 선택한 이상 그들에게 만족할 만한 피드백을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 말이야. 내가 지금 벌리는 일들이 나 혼자 어떠한 퍼포먼스를 내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들을 나 혼자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영향력 있는, 강력한 집단을 만들고자 하는 것들이잖아. 그럼 이제 그때부터는 말이 조금 달라지지. 내가 쉬고 싶으면 쉬고 덜 욕심부리고 싶으면 덜 욕심부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게 된 거야.


내가 쉴 때 쉬더라도 날 믿고 따라와 주고 움직여 주는 식구들을 위해 보상을 주어야 하고, 행여 그들이 모자라다면 나라도 더 움직여서 그들의 생산성을 보완해 주어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해. 물론, 언제나 지금처럼 잘되고 아무 문제 없이 모든 것들이 잘 돌아가기만 하면 내부적으로도 그리고 대외적으로 더 커나감에 있어서도 더욱 견고하고 빠르게 진행되겠지. 하지만 모든 일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듯이 분명히 주춤할 때가 올 것이란 말이지. 그땐 나만 좀 참고, 내가 좀 줄이고 하면 될 문제가 아니야. 식구들을 위해 더 움직여야 하는 책임감이 있는 것이지. 그러한 책임감이 갑자기 확 마음속에 와닿더라고. 한 편으론 부담이지만 한 편으론 고맙기도 했어. 만족스럽기도 하고.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 작년 7월에 시작해서 1년 6개월도 채 안 된 이 시점에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까지 성장을 했구나. 여태 오픈 때부터 승승장구만 했고, 너 너무 콧대가 높으니 살짝 뒤를 돌아보도록 하여라라는 교훈을 줄 정도의 주춤거림? 약간의 겁 정도만 한두 번 준 상태로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잘 되다 보니 이런 생각들을 못 했었는데 그냥 킬링타임을 위한 SNS를 하다가 이런 생각이 팍 들어서 SNS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네.


나 말고도, 체육 업계가 아니고서도, 여러 직원분들을 이끄는 많은 수장들이 있을 것인데 그들은 모두 이런 책임감을 갖고 있겠지 ? 나보다 더 큰 집단을 갖고 계신 분들은 더 큰 책임감을 느낄 것이고 집단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밀도에 따라 그 책임감은 더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이 드네. 그 수장들은 집단을 운영하며 서운함 짜증남도 느낄 것이고 만족감도 느낄 것인데 부정적인 감정의 해소법 그리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만한 포인트들이 어떤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무튼, 정리하자면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사람들을 위해 동기야 어떤 것이든 그들이 만족할 만한 무언가들을 제공하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달릴 것이고 내 몸이 나만의 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사람을 모아 집단을 만들기 위함이니, 혹시 모를 위기를 대비하여 나만의 노동력 역시도 언제든 대기시킬 테지만 사람들이 이탈하지 않게 그들이 원하는 무언가들을 여분으로 준비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우물 속에 크게 외치고 나니, 그래도 좀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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