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자전거 바퀴 펑크 사건......
현재 스페인 카탈루냐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외국노동자(외노자)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만나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초등학교 2~3학년 때 처음으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내 자전거가 없어서 동네 형이 타던 자전저를 빌려 타는 법을 배웠다.
자전거는 어린 나에게 큰 문명의 이기로 다가왔고 늘 내 자전거를 갖는 것이 소망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내 자전거가 생겼다.
우리나라 자전거 대명사였던 삼천리에서 생산된 자전거였는데 요긴한 교통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주변 친구 집에 갈 때나, 시장을 보러 갈 때도 늘 자전거는 내 발을 대신했다.
2000년 전후로 한국에 자전거 열풍이 불었다.
많은 중년 남성들이 자전거 타기를 즐겼고 나도 자전거 타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그 당시 내가 타던 자전거는 일명 '철 MTB'라고 불리는 무거운 국산 자전거였다.
애들 자전거를 구매한 동네 잔차포에 우연히 자전거 바람을 넣으러 갔다가 잔차포 사장님이 내가 사용하던 헬멧이 자전거보다 비싼 것 같다는 농담을 했다.
이 말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타던 '철 MTB'는 여기저기 부식이 시작되고 있었고 마침 잔차포에 전시된 은색 바디 알루미늄 자전거가 눈에 확 들어왔다.
잔차포 사장님의 상술(?)인지는 모르겠지만 재고 처리를 위해서 후한 가격을 제시하였고 큰 맘먹고 외산 알루미늄 자전거를 덜컥 구입했다.
그 이후로 자전거는 내 취미 생활의 하나였다.
매일 늦은 야근에 운동부족에 늘어나는 뱃살을 바라보던 아내도 자전거 타는 취미활동을 적극 응원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 강변도로, 강화도, 파주 임진각, 안양 등 수도권 일대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직장 내 자전거 동호회도 가입해서 열심히 활동했다.
스페인에 올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전거를 가져왔다.
스페인으로 보내는 컨테이너 짐에 같이 보냈는데 보내기 전에 동네 단골 잔차포에서 거금(?) 5만 원을 들여서 타이어도 교체하고 평소 불편했던 곳을 손을 봤다.
이곳에 와서 도보로 출근하던 나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자전거는 큰 도움이 되었다.
평소 도보로 40분 정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15분 이내로 확 줄었다.
그래서 날씨가 허락하는 날에는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자전거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난 어느 금요일 오후.
퇴근 시간에 회사에서 세워둔 자전거를 보니 바람이 빠져 있었다.
"어? 타이어 바람이 빠졌네? 어떻게 하지? 펑크가 났나 보다. ㅠ.ㅠ"
열심히 주변 정보를 찾아보니 회사에서 2 km 떨어진 곳에 자전거 가게가 있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그래서 자전거를 질질 끌고 자전거 가게까지 걸어갔다.
금요일 오후, 초여름 날씨 햇살은 뜨거웠고 등에서는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자전거 가게에 도착해서 연신 땀을 닦아가며 자전거가 펑크 났다는 상황을 설명했더니 기술자가 와서 자전거를 점검하고 바로 교체를 해준다고 했다.
내가 찾아간 곳은 자전거 매장과 음식점을 같이 하는 독특한 가게였다.
자전거 가게 안에는 이미 여러 자전거 족들이 삼삼 오오 모여서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었고 나도 자전거 수리를 기다리면서 갈증 해소를 위해서 작은 병맥주 하나를 시켰다.
그렇게 20분 정도 기다린 후 자전거 수리가 완료되었다.
자전거 수리 후 주말 동안 자전거를 잘 모셔두고 그다음 주 월요일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그리고 다시 퇴근 시간이 되어서 자전거를 타려고 하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어? 뭐지? 자전거 타이어 바람이 또 빠져 있네?"
너무 당황스럽고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어? 이상하다. 지난주에 분명히 자전거를 수리했는데......? 수리를 제대로 안 한 것 아니야?"
약간 짜증이 났지만 다시 또 자전거를 끌고 지난주 매장을 방문했는데 시에스타 시간이라 문이 닫혀있었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끌고 집까지 왔다.
구글 지도를 뒤져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자전거 가게에 갔다.
매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자전거 기술자는 자전거를 맡기고 가면 2~3일 뒤에 연락을 준다고 했다.
한국 같으면 바로 수리가 가능할 것 같았는데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맡기고 왔다.
그리고 2~3일을 기다려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다시 매장에 찾아갔더니 일이 많이 밀려서 다음 주에 다시 오라고 했다.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결국 자전거는 1주일이 지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자전거가 두 번 연속 펑크 난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누가 장난치는 것은 아니겠지?"
그리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무시간에도 수시로 자전거를 체크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자전거를 확인해보니 타이어 바람이 또 빠져 있었다.
순간 너무나 화가 났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하는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은 확신이 차기 시작했다.
너무 화가 나서 회사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는 아내한테 흥분해서 전화를 걸었다.
"자전거가 또 펑크 났어."
"뭐? 또 펑크가 났다고?"
"응......"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무래도 누가 장난치는 것 같아......"
다시 한여름 더위에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왔다.
땀으로 얼굴과 옷이 흥건히 젖어있었지만 무엇보다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한동안 자전거는 쳐다보지 않았다.
다시 도보로 출퇴근을 했다.
하지만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것 같다는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어떤 놈인지 잡히기만 해 봐라."
스페인 여름 햇살은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과 달랐다.
햇볕이 강렬하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했다.
35도가 훌쩍 넘는 여름 한낮에 도보로 집에 도착하면 녹초가 되었다.
다시 현관 입구에 세워둔 자전거로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인터넷에서 자전거 타이어 2개를 구입했다.
"그래! 내가 직접 고친다. 또 펑크 나면 끝까지 고쳐서 타야지. 누가 이기나 보자고."
인터넷을 뒤져서 타이어 교체하는 법을 공부했다.
그리고 타이어를 교체했다.
새로 교체한 타이어는 훌륭했다.
"나중에 은퇴하면 시골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열어도 되겠는데? ㅎㅎ"
그리고 다시 출근했다.
평소에는 회사 1층 후미진 곳에 자전거를 세워뒀었다.
그날은 내가 근무하는 곳 3층 구석에 자전거를 세워뒀다.
그리고 수시로 자전거를 감시했다.
자전거는 멀쩡했다.
그래서 다시 누군가 고의로 펑크를 낸 것이라는 생각은 더욱 확신에 가까워졌다.
무사히 퇴근하고 주말 동안 자전거를 세워뒀다.
그리고 그다음 주 월요일 아침 출근하려고 보니 자전거 타이어 바람이 또 빠져 있었다.
"응?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집에 세워둔 자전거 타이어 바람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한국 단골 잔차포 사장님한테 전화를 걸어 SOS를 요청했다.
"사장님, 자전거 타이어가 계속 바람이 빠져요. 원인을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타이어 안쪽에 유리 같은 것이 박힌 것 같아요. 한번 맨손으로 타이어를 잘 살펴보세요."
사장님이 알려주신 대로 손으로 타이어 안쪽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그때 작은 철심 하나가 안쪽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 허탈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아~~, 정말 미안하네...... 회사 사람들을 의심했어......."
그렇게 자전거 타이어 펑크 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다.
지금도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다닌다.
그리고 이제는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 나도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셀프 수리가 가능하다.
스페인까지 와서 자전거 타이어 펑크를 직접 수리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아쉬우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 15화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