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y May 02. 2022

스페인 작은 도시에 정착하기. 15화

15화. 고속도로 황당 사건

현재 스페인 카탈루냐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외국노동자(외노자)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만나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 같은 직장 선배를 우연히 버스에서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페인 이야기가 나왔다.

선배는 가족하고 몇 년 전에 스페인으로 여행을 갔다가 본인이 경험한 차량 도난 사건을 들려주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렌터카를 빌려서 가족들하고 2주 동안 스페인 전역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무사히 여행을 잘하고 귀국하기 하루 전 바르셀로나에 머물면서 렌터카를 이용해서 시내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오토바이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따라왔다고 한다. 

무슨 일인가 내려서 보니 차량 바퀴에 펑크가 나 있었다고 했다. 

너무 경황이 없어서 오토바이 운전하던 남자하고 같이 차량 바퀴 타이어를 상태를 점검하고 한참을 이야기한 후 오토바이 남자가 떠나고 난 뒤 차에 있던 가방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다. 

가방 안에는 지갑과 여권이 있었다고 했다. 

이 사건으로 임시여권 재발급을 위해서 마드리드까지 급행열차를 타고 갔다가 야간 기차를 타고 다시 돌아와야 했던 고생 담을 들려주었다.


선배하고 헤어진 후 인터넷을 찾아보니 스페인에서는 이미 다양한 절도사건에 대한 경험담이 올라와 있었고 얼마 전에는 한국 여성이 오토바이 날치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오기 전 가장 많이 걱정했던 부분이 소매치기 같은 절도 사건이었다. 




이곳에 와서 개인적인 일로 차가 필요했다. 

차가 없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국제 임시운전면허 덕분에 차량을 렌트할 수 있었다. 

차량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동네에 위치한 이름이 알려진 렌터카 체인에서 차량을 예약했다. 


당초 가장 저렴한 소형차를 예약했는데 운(?) 좋겠도 차량이 업그레이드되었다.

덕분에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고급 독일제  SUV 차량을 배정받았다.


배정받은 렌터카 (한국에서는 꿈에도 못 꾸던 차였다.)




차량도 업그레이드되어서 기분이 무척 좋았고 그날따라 날씨는 무척 좋았다.

우리는 렌터카를 이용해서 토요일 열심히 바르셀로나-발렌시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에 차 한 대가 따라오면서 경적을 울렸다.

그래서 쳐다보니 손짓으로 차를 갓길로 세우라는 동작을 했다.

나는 당황해서 우선 차량 속도를 줄이고 차량을 갓길에 세웠다.

따라오던 차량도 내 차 앞에 차를 세웠다.


앞차 운전자는 나보고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나를 끌고 차 뒤로 데려가더니 뒷바퀴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제스처를 했다.

너무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나보고 같이 차를 들어야 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말도 안 통하고 계속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차 앞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도 문을 두드려서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그 사람은 계속 우리한테 차를 들어야 한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연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우리는 너무 당황스럽기도 하고 얘기를 잘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더니 계속 뭐라고 말을 하면서 그냥 차를 타고 가버렸다.

나는 우선 차를 살펴봤는데 전혀 이상한 부분을 발견할 수 없었다.

순간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차량 안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지갑, 핸드폰은 내가 이미 들고 있었고 그날 우리 차 안에는 아무런 짐이 없었다.


계속 찜찜한 부분이 있어서 차를 끌고 근처 휴게소에서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러나 전혀 문제 되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무사히 운전을 해서 숙소에 도착한 후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내가 경험했던 사건과 똑같은 경험담이 올라와 있었다. 

그 사람은 차 안에 있던 가방과 지갑을 분실했다는 경험을 올려두었다.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관련 카페에 올렸더니 유사한 경험담이 댓글로 이어졌다. 

대부분 차량 안에 놓아둔 물품 절도 사건과 관련 있었다.

한국 대사관과 영사관에도 렌터카 관련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경고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날 경험 이후 차량을 운전하면서 모르는 사람이 차를 세우라고 하면 절대 세우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단, 경찰이 세우라고 하면 무조건 세워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아직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매치기 사건 경험담이 심심치 않게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 이전보다 사건 발생 수는 현저하게 줄었지만 그래도 종종 사건 사고를 찾아볼 수 있다.

사건의 유형도 다양하다.

걸어가는 길에서 동전 떨어뜨리기, 새똥 같은 물감 뿌리기 등등. 


스페인에 와서 생긴 버릇 중에 하나가 지갑을 안 들고 다니는 것이다. 

대신 작은 카드지갑을 바지 앞쪽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가방도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끈으로 이어진 천가방을 메고 다닌다. 

길을 가다가도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무조건 경계한다. 


덕분에 아직까지 이곳에 와서 도난 사건을 경험한 적은 없다. 

늘 자나 깨나 조심해야 한다.


- 16화 계속 - 

매거진의 이전글 스페인 작은 도시에 정착하기. 16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