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프랑스 Saint-Lary-Soulan, Génos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최근 경험하고 있는 유럽 지역의 여행 경험을 사진과 글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루르드에서 1박을 하고 다시 찾아간 곳은 피레네 산맥 부근 작은 도시인 셍-라히-쑬렁 (Sain-Lary-Soulan)이라는 지역이었다.
사람들한테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었고 그냥 피레네 산맥 근처에 있다는 정보만 가지고 찾아갔다.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숙소 체크인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근처 구경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Génos라는 지역이다.
사실 Génos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찾아간 곳이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입이 딱 벌어졌다.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과 초록 잔디로 뒤덮인 넓은 공원, 그리고 반대편으로 마주한 피레네 산맥을 바라보는 순간 그냥 이곳에서 평생 머물며 살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는 그런 동네였다.
한낮이었지만 피레네 산맥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따뜻한 햇살 덕분에 바람에 의한 추위를 막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침 점심 시간이었고 우리는 집에서 챙겨 온 과일과 빵으로 피크닉 아닌 피크닉을 경험했다.
산악 지역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불었고 이를 이용해서 패러글라이딩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호수 건너편에 자리 잡은 마을에는 겨울철 쌓이는 눈을 방지하기 위해서 경사가 급한 지붕을 가지고 있는 작고 아름다운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호수를 따라 평화롭게 산책하는 가족.
공원에서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는 청소년.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남녀.
한가하게 유모차를 끌고 가는 만삭의 주부.
그리고 나무 그늘 밑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이러한 장면을 바라보고 있자니 진정한 삶의 여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체크인 시간이 다가와서 숙소가 있는 Sain-Lary-Soulan 지역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넓은 캠핑장 건너편에 넓은 마당을 가지고 있는 이쁜 2층 건물이었다.
멀리서 온 동양인 부부를 반갑게 맞이해준 프랑스 노부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은퇴 후에 조용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말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영어, 스페인어, 만국 공통어인 바디 랭귀지를 섞어가며 우리는 숙소를 안내받았다.
사실 우리가 도착한 숙소에는 약간 착오가 있었다.
우리는 예약한 숙소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독채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주인 노부부가 1층을 이용하고 손님은 2층을 사용하는 형태였다.
아내는 처음 보는 주인과 같은 공간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에 많이 당황했다.
하지만 처음 걱정과는 달리 1층과 2층은 분리되어 있었고 1박을 하는 동안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여주인의 할아버지께서 사셨던 집이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농사도 짓고 가축도 키우던 할아버지 집을 리모델링해서 현재는 에어비앤비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 사셨던 오래된 집이라서 집에는 다양한 옛날 물건들이 잘 보관되어 있었다.
눈길에 신고 다니던 나무 설피가 있었고, 아이 침대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오래된 집이었지만 너무 깔끔하게 정리된 정원, 집 외관, 침실, 거실, 주방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다음 날 아침 여주인께서 손수 준비해주신 아침 식사를 제공받았다.
따뜻하게 데워진 빵과 커피, 그리고 주스가 준비되었고 직접 만드셨다는 살구, 딸기잼이 제공되었다.
덕분에 정통 프랑스 아침 식사는 아니었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아침 식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옆자리에서 조용히 앉아서 동양에서 온 손님을 신기하게 바라보시던 노부부.
사소한 일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던 주인 내외를 바라보면서 시골 친척집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Sain-Lary-Soulan는 전형적인 산악지역에 위치한 시골 동네였다.
여름 비시즌에는 피레네 산맥 하이킹을 위해서 방문한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이곳은 겨울철 스키를 타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겨울 도시였다.
덕분에 여름에는 한적한 도시를 조용히 맘껏 구경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Sain-Lary-Soulan에서 1박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차를 이용해서 다녀온 프랑스 여행은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국경을 넘어서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혼자 보기 아까운 아름다움을 선사하였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오랫동안 이런 아름다움을 실컷 즐기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우리는 늘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꿈꾼다.
한 발짝 살짝 뒤로 물러서서 인생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삶을 늘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