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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y Jun 14. 2022

주니의 유럽 보물찾기 여행 03

03 스페인 레리다 (Lleida)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최근 경험하고 있는 유럽 지역의 여행 경험을 사진과 글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스페인 카탈로니아 주의 서쪽 끝에 있는 도시 레리다 (Lleida)라는 작은 도시다. 

레리다는 인구 13~4만 명이 살고 있으며, 바르셀로나에서 서쪽으로 내륙 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차로는 바르셀로나에서 2~3시간, 일반 기차로는 4.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사실 레리다는 현지인에게도 잘 알려진 도시가 아니라서 주변 친구들에 물어봐도 관련 정보를 알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나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한 도시였다.


이번에 레리다는 기차를 타고 방문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일정이라서 당일 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덜컹 거리는 완행 기차에 몸을 싣고 정처 없이 떠나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기차 창밖으로 바라다 보이는 양 옆으로는 끊임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볼 수 있었다. 

이제야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땅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정말 큰 나라구나......"




2시간 탑승 후 도착한 레리다 역은 생각보다 규모도 컸고 현대식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로 갈 수 있는 고속열차가 다니고 있었다. 


Leida 역 (왼쪽에 보면 장거리 고속열차 탑승객을 위한 짐 검사 장비가 보인다.)


레리다 역 앞에 있는 랜드마크 조형물


집에서 준비해 간 도시락으로 레리다 역 앞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레리다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모두 'La Seu Vella'로 향한다. 

La Seu Vella는 13세기에 지어진 역사적 유적지로 대성당, 왕의 궁전과 요새가 포함되어 있다.

레리다는 끝없는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 도시인데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이 La Seu Vella다. 

그래서 옛날에는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했으며 왕의 궁전이 있었다. 


레리다는 12세기 이슬람에 지배되었던 도시를 되찾으면서 대성당을 건축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13세기에 들어서면서 현재의 La Seu Vella 건축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형적인 고딕 건축물 양식을 지니고 있으며 매우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스페인 전쟁 기간 동안 요새, 병원 및 무기 저장소로도 사용되었으며 20세기까지 강제 수용소 및 전쟁 막사로 활용된 기록이 남아 있다. 


La Seu Vella 입구


La Seu Vella 종탑


대성당 옆 출입구 (화려한 돌 문양이 아름답다.)




La Seu Vella 외부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지만 내부는 유료다.

입장 티켓을 구입했더니 직원이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고 친절하게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

점심시간 등을 고려할 때 왕궁전을 먼저 보고 오라고 추천을 해줘서 얼른 왕궁전으로 이동했다. 


아쉽게도 왕궁전으로 활용된 자취는 지금 남아있지 않다.

다만 왕궁전 옥상으로 올라가면 레리다 시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장관을 바라볼 수 있다.


왕 궁전 옥상에서 바라본 La Seu Vella 종탑


왕의 숙소로 사용되었던 내부 (현재는 대부분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왕궁전을 구경한 후 다시 대성당으로 이동했다.

대성당의 규모는 매우 웅장했다.

그리고 화려한 내부 정원 모습은 포르투갈 리스본에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 내부 모습을 연상케 하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잦은 역사적인 전쟁의 흔적으로 보존 및 관리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성당은 지금 공식적으로 미사를 보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지 않았다. 


대성당 내부


대성당 내부 정원 복도




성당 내부 복도를 걷다 보면 작은 입구가 보인다.

이게 뭐지? 하고 발을 들이는 순간 꼼짝없이 238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숙명에 맞닥뜨리게 된다. 

238개의 계단을 올라가는 고난의 통로는 입구도 좁고 경사도 가파르다.

로마 성 베드로 성당 꼭대기에 올라가는 난이도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계단으로 올라오는 모든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마지막엔 젖 먹던 힘이 필요하며 네 발로 기어가는 사람도 가끔 보인다. ㅠ.ㅠ

지금은 전자식으로 종을 울리지만 그 옛날에 시간마다 종탑에 올라가서 종을 치던 종 치기의 고단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종탑으로 올가 가는 계단 입구 (함부로 들어가지 말자. 나중에 후회한다. ㅠ.ㅠ)




La Seu Vella를 구경하니 벌써 하루가 다 갔다.

나는 서둘러 다시 레리다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38개의 계단을 올라갔던 영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목마름과 허기가 느껴져서 광장에서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며 복귀하는 차 시간을 기다렸다.


복귀하는 차 시간을 기다리며 광장에서 갈증을 맥주로 해소했다.



집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한낮의 고단함과 피로로 기차 안에서 잠깐 시에스타를 즐겼다.

다만 문득 깨어나서 생각해보니 레리다는 기대하지 않고 방문한 도시였는데 의외로 훌륭한 La Seu Vella를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왕의 궁전 옥상에서 바라보는 360도 지평선은 지금까지도 신선한 충격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허락할 때 다시 한번 방문해서 석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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