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내 사랑 가스파초 (Gazpacho)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외국에서 경험한 다양한 음식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왔다.
스페인은 6월임에도 불구하고 한낮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있다.
그나마 남부 스페인에 있지 않고 바르셀로나 근처에 산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한국에서는 여름이면 즐겨 찾는 음식이 있었다.
시원한 냉면.
냉메밀.
오이냉국.
콩국수.
아이스커피.
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시원하게 잊게 해주는 고마운 음식이다.
다만 이곳 스페인에서 한국에서 먹던 음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곳에서는 음료수, 아이스크림 외에 찬 음식이 드물다.
한국에서 즐겨먹는 아이스커피를 이곳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가끔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서 시원한 냉면을 접하고 처음에 놀라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몇 년 전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남프랑스 지역 맥도널드에서 아이스커피 메뉴를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커피 한 잔을 시킨 후 매장 직원한테 커피에 넣어 먹을 얼음을 달라고 했더니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종이컵에 달랑 얼음 3개를 넣어주던 황당한 경험이 있다.
그만큼 이곳에서 시원한 음식은 매우 드물다.
작년 여름 온라인으로 하던 스페인 수업 중에 선생님으로부터 스페인에서는 여름에 '가스파초 (Gazpacho)'를 즐겨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름에 즐겨 먹는 스페인 음식인데 너무 시원하고 맛있다고 강력하게 추천을 해줬다.
그래서 호기심에 근처 슈퍼에서 가스파초를 구입했다.
이렇게 시작한 가스파초와의 인연은 여름이 시작되면 가스파초의 향긋함을 잊을 수 없는 우리 집 필수 음식이 되어 버렸다.
아라비아어로 '가스파초 (Gazpacho)'는 젖은 빵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래된 음식이다.
주 재료인 토마토를 익히지 않고 양파, 오이, 피망, 마늘과 스페인의 자랑거리인 올리브 오일을 첨가해서 만드는 토마토 주스 같은 음식이다.
주로 여름철에 차갑게 냉장 보관해서 빵과 같이 스푸 대용으로 먹는다.
첨가되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변경 가능하며 재료의 첨가량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예전에는 집마다 특유의 맛을 간직하는 레시피가 있었다.
지금은 바쁜 현대 생활에 맞춰서 마트에서 일반 우유나 주스처럼 냉장 코너에서 쉽고 다양한 종류의 가스파초를 구입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스페인 친구들이 가장 추천하는 제품은 'Alvalle Gazpacho'다.
오리지널 맛과 첨가되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Mercadona 같은 경우 자체 PB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주 재료인 토마토 덕분에 토마토 주스 같은 맛이 난다.
대신 단맛은 적다.
첨가된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나는데 기본적으로 양파, 피망, 오이 등이 들어가면서 맛이 풍부해지고 마늘 덕분에 알싸한 뒷맛도 난다.
어떤 제품은 매운 고추를 넣어서 살짝 매콤한 맛이 나는 것도 있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가스파초에 구운 양파나 얇게 채 썬 피망 등을 올려서 바게트와 먹으면 시원함과 건강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스페인 사람 중에 가스파초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토마토 주스처럼 맛이 강하지 않고 약간 밋밋한 맛이 날 수도 있어서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싫어할 수 있다.
가스파초 한 그릇에 바게트를 살짝 젖혀서 먹으면 왠지 모르게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져서 인터넷에서 쉽게 제조법을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나중에 한국에 가면 여름에는 가스파초를 직접 만들어서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년 여름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열대야로 인한 수면 부족으로 피곤함이 더욱 가중되는 시점이다.
더위에 지친 몸을 시원한 음식으로 살짝 잊어보자.
올여름에는 시원한 가스파초 한 그릇으로 더위를 살짝 잊어 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