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a? 콜라? No... 꼬까 (Coca)!!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이번 주 금요일 6월 24일은 '산 주안 또는 산 후안 (Sant John) 축일'이며 공휴일이다.
산 주안 (카탈루냐식 발음)은 성경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을 의미하며 예수님보다 6개월 전에 태어났다는 기록에 의해서 매년 6월 24일이 축일로 지정되었다.
산 주안 축일의 진면목은 당일보다 전날인 23일 해 질 녘부터 시작되는 전야제다.
전야제에는 다양한 행사와 더불어 온 동네에서 폭죽과 화약 놀이가 시작되며 축제는 새벽까지 이어진다.
스페인에 처음 도착해서 맞이한 산 주안 축제는 새벽 1시까지 이어진 폭죽 소리 때문에 잠 못 이뤘던 기억이 있다.
산 주안 축일이 다가오면 마트와 제과점에서는 산 주안 축일을 기념하는 전통 음식을 판매한다.
그것이 바로 '꼬까 (Coca)'다.
꼬까?
Coca?
이름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콜라 상표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꼬까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서 먹는 전통 디저트 개념의 빵이다.
어릴 때 제과점에서 즐겨 먹었던 추억의 '맘모스 빵' 또는 이태리 바게트인 '치아바타'처럼 넓적하게 생긴 모양을 하고 있으며 토핑 재료로 젤리, 절인 과일, 아몬드, 잣 등의 견과류가 첨가된다.
무엇보다도 산 주안 축일에 판매되는 꼬까는 빨강, 초록, 노랑 빛깔의 다양한 젤리 또는 설탕 절임 과일과 견과류가 토핑 된 제품이 단연 대표 제품이다.
맛은 달달하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꼬까를 주식이 아닌 디저트 개념으로 먹는다.
일반적인 평일에도 이곳 카탈루냐 사람들은 꼬까를 즐겨먹는다.
다만 평일에 판매되는 꼬까는 모양도 평범하고 단맛이 빠진 담백한 맛부터 달달한 소스가 토핑 된 제품이 판매되는 반면에 산 주안 축일에 판매되는 꼬까는 색깔부터 화려하다.
사실 이곳에서 꼬까를 처음 접한 것은 황당한 사건(?) 때문이었다.
작년 6월 24일, 산 주안 축일 전날 오후, 퇴근 후 집에 왔는데 수도에서 갑자기 물이 안 나오는 단수 사고가 발생했다.
산 주안 축일 연휴 기간이라 대부분 일찍 퇴근하거나 휴가를 가서 집주인 및 부동산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전화를 안 받는다.
그래서 다급한 마음에 옆집 문을 두드렸더니 노부부께서 자초지종을 들으신 후 단수 문제를 해결해주셨다.
원인은 누군가 우리 집 1층 배관 메인 수도 밸브를 잠가버렸다.
(사실 이 사건은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사 후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너무 고마운 마음에 한국에서 가져간 전통부채를 선물했다.
그랬더니 조금 후 노부부께서 답례로 상자에 곱게 포장된 꼬까 반 조각을 나누어 주고 가셨다.
그 이후로 노부부와는 계속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으며 처음으로 알고 지내게 된 이웃사촌이 생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꼬까는 카탈루냐 지역에서 먹는 한국 전통 떡과 같은 개념의 음식인 것 같다.
올해도 금요일 산 주안 축일을 맞이하여 여러 제과점에서는 산 주안 특별 꼬까를 판매하는 홍보 포스터를 창문에 붙여놨다.
제빵을 직접 하는 소규모 수제 제과점은 23일 하루만 특별 제작한 산 주안 축일용 꼬까를 만들어서 판매하지만 일반 대형 마트와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는 이미 일주일 전부터 산 주안 축일용 꼬까를 판매하고 있다.
가족, 친구,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꼬까.
한국에서 먹던 시루떡이 생각난다.
나도 올해 산 주안 축일을 맞이하여 전용 꼬까를 준비해보았다.
초록, 빨강, 노랑의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진 꼬까를 먹으며 밤새 터질 폭죽놀이를 즐겨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이곳에서 알게 된 스페인 친구 말로는 최근 이상 기온으로 산불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 소방서가 비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 주안 축일 때 폭죽이나 화약 놀이는 화재 예방을 위해서 지자체에서 주민들에게 자제하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기후 변화가 산 주안 축일까지 영향을 미칠 줄이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