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한국에서 수천억원의 미술품이 거래됐다. 최고가 작품은 600억이었다. 천문학적 숫자에 감이 잘 안 오지만 600억은 연봉 5천 직장인이 1200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돈이다.
'그런 비싼 작품은 재벌들만 사는 거 아닌가요?'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일반인도 구매 가능한 가격으로 재생산해 판매하는 기업, 프린트 베이커리의 매출을 보자. 2020년 매출액 148억이라는 공식 자료가 있다. 프린트 베이커리에서 포스터의 경우 2만 2천 원에 판매되는데, 148억은 68만 개 팔아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충남 천안시 인구수가 68만으로 천안에 사는 모든 이가 하나씩 사야 하는 개수다.
이렇게 돈 얘기를 한 이유는, '사람들은 왜 미술 작품을 살까?'에 대한 궁금증 때문으로, '미술 작품'은 나에게 밥을 먹여주거나 옷을 입혀주거나 살아갈 공간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왜 많건 적건 비용이 움직이는지 알아보고 싶다.
그래서 '왜 미술 작품을 살까?'란 질문에 대한 답을 여러 가지로 살펴보자.
1-1 미적 욕구 때문이다
홈쇼핑을 즐겨하는 재벌집 아들들 4-1 형준이는 그가 홈쇼핑을 즐겨하는 이유를 ‘필요해서 사는게 아니라 갖고 싶으니까 사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는 '그림을 왜 사는가’에 대한 대답도 된다.
그림이 없어도 사는데 문제가 없지만, 빈 벽에 그림을 설치해 분위기를 바꾸는 것, 책상 위에 붙일 엽서를 사는 것, 모두 그냥 갖고 싶으니까 구매하는 거다. 누구나 아름다운 것에 대한 자기만의 감각을 갖고 있으며, 이를 충족한다면 부가적인 설명은 구차하게 느껴진다.
1-2 가치 이입이다
인간의 욕구 단계를 보면, 가장 상위 단계에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 상위 두 번째 단계에 자존감에 대한 욕구가 있다. 이 욕구 단계에 기반하면 본인이 인정받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을 사용하는데, 그중 하나로 사람들은 그림을 구매하며 자존감을 채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식주가 해결된 이후의 사람들은 교양을 쌓아 원초적인 욕구와 구별되고자 하며, 교양 있는 행위로 명작을 구매하는 행위를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일로 여긴다.
쉽게 말해 현대 미술 작품 구매 시, ‘나는 현대 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높은 식견을 갖고 있다’고 투영하는 것이다.
2-1 NFT 확산
블록체인이 등장하고, NFT도 대중에게 한 번쯤 들어본 개념이 되어 미술품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졌다.
오픈씨(OpenSea)와 같은 NFT 플랫폼에서는 소수점 단위의 이더리움으로도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전처럼 갤러리에 가서 현물을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디지털 예술 자산을 보유할 수 있고 또 판매할 수 있다.
또 NFT 대표 디지털 미술 자산으로 꼽히는 Bored Ape Yacht Club (BAYC)의 경우 초기 2백 달러에서 최고가 43만 4천 달러를 찍었는데 무려 6900% 상승한 전력이 있다.
요즘 예적금 이율이 5% 미만인 걸 생각해 보면 구미가 당기는 투자수단이다.
2-1 절세
1) 개인인 경우
사실 찐부자의 경우 절세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한국 생존작가의 작품이라면, 6천만원 이하는 취득세나 보유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부동산이나 주식 세금 생각해 보면 완전 꿀이다.
또한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양도세' 혜택도 좋은데, 이는 미술 작품에 대한 특별한 절세 혜택 때문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6천만 원 이하의 작품이라면 '양도'의 경우에만 세금이 발생하는데, 6천만 원 이상의 경우에만 과세한다.
또한 6천만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 전부 과세하는 것이 아닌, 80~90% 필요 경비로 인정하고 필요 경비를 제한 금액에 지방세 포함 22% 세금을 부과한다. 게다가 한국 생존작가라면 가격 상관없이 비과세니, 부동산이나 주식에 비하면 매우 큰 세제혜택이다.
2) 기업인 경우
개인만큼 크진 않지만 기업인 경우도 세제 혜택이 있다. 기업인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작품이라면 대중에게 공개하는 전시품의 경우 비용처리가 가능해 법인세 절세 혜택을 준다.
물론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데에 위에 언급된 이유 외에 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왜 작품을 살까?’라는 질문이 궁금한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라고, 또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구매하고 미술 시장이 커지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